<1> 슬픔이 파도가 되어 밀려 올라오다. 09

“80루만 더 깎아줘요. 이렇게 많이 사러 오는데. 저 만큼 많이 사는 사람 또 없어요.”

“안 돼. 우린 땅 파서 장사하는 줄 알아?”

완강한 잡화점 주인과 실갱이를 벌이는 시간도 길어졌다. 예전에는 그 완강함에 상점가를 그대로 부르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헤에, 이걸 드릴까 했는데?”

컬틴 마을의 특산품인 포아를리였다. 세즈는 늘 내려올 때 집에서 포아를리 몇 개를 꿍쳐오곤 했다. 처음에는 허기를 채우기 위한 간식용이기도 했지만, 포아를리 몇 개를 더 쥐어주고 사면 훨씬 더 많은 돈을 아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어디서 이걸 얻었냐고 하면 얼버무렸지만, 이제는 ‘자신만의 루트’라고 당당히 말하고 다니는 소년 상인이 되었다. 뭐, 사실은 구워온 포아를리는 집에서 간식용으로 몇 개 가져가라고 했던 것이지만.

“포아를리를 주면 80루가 적당하지 그래.”

장사꾼은 짐짓 양보해주는 척 포아를리로 손을 내밀었다. 감자보다 작은 주제 맛은 포아를리 쪽이 더 좋았다. 보통 구운 감자보다 더 낫다고 느껴지는, 누가 뭐래도 지금은 컬틴 산에서 가장 유명한 작물이었다. 싸게 덤으로 가져갈 수만 있다면 이득이다.

“에이.”

그 손을 막은 것은 세즈의 손이었다.

“다 알고 있어요. 적어도 1헤리 20루는 받아야겠는데요?”

장사꾼은 절대로 수를 읽히지 않는다. 장사 하나에 있어서는 자기 목숨을 판돈으로 거는 도박꾼들의 포커페이스를 능가한다. 자신이 무조건 많은 이득을 보더라도 늘 손해를 보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들만의 정보를 가지고 정보가 없는 사람들을 농락하는 수법은 누구나 알아도 파해하기 쉽지 않은 수법이다.

그런 장사꾼의 속내를 조그만 소년이 꿰뚫었다. 장사꾼은 짐짓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1헤리 20루는 소년이 가져온 포아를리의 가격보단 조금 낮았지만, 분명 합당한 가격이었다.

“1헤리.”

장사꾼은 최대한 자신의 정보를 숨겼다. 말을 더 많이 해도 의미가 없다.

“이 이상으론 못 봐줘.”

대신 정보의 우위를 두고 최후통첩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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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31 09:35 | 조회 : 987 목록
작가의 말
헤르닌

이건 장사판타지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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