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슬픔이 파도가 되어 밀려 올라오다. 07

“레헤 미아이 크레세 루드”

그러자 조그만 문이 흙 사이에서 빛나기 시작했다. 세즈는 환영같은 문을 당겨 열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비밀통로가 등장했다. 성의 지하로 통하는 길이었다. 전 성주가 자신의 몸을 빼내기 위해 만들어 둔 장소였다

. 통하는 길이 의외로 넓었는데, 아마도 이런 길을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을 썼을 것임이 분명했다. 게다가 마법까지 사용했으니, 아마도 더욱 더 많은 돈도 썼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역시 전 성주는 이 길을 사용하지 못했다. 이미, 이 길을 사용하러 몸을 빼기 전에 분노에 휩싸여 있던 사람들에게 목이 잘려 죽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 길은 아무도 모르는 길이 되고 말았다.

“몇 번을 와도, 적응 되지 않는 냄새야.”

시체들이 썩어 뼈만 남기 시작했다. 제대로 염도 되지 못한 채, 그렇게 맑은 숨조차 쉬지 못한 채로 누워 습한 지하 바람의 위로만이 그들의 분노를 다스리고 염을 대신할 뿐이다.

해골 사이에 조금씩 난 상처. 그리고 채 다 치워지지 못한 일거리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일하다 죽어갔고, 일을 끝마친 사람은 이곳에서 죽었다. 그래서 아무도 모른다.

결국 이 길은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는 길이 되었다. 결국 먼지와 잔해만 남은 채로 제로이드가 발견해 유용하게 써먹고 있었다. 관련된 모든 사람이 죽고 나서야 길이 되었다.

당연히 꽤나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문을 닫고,

“리그렛.”

하고 외치는 순간 문이 닫히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문이 닫히는 소리는 나지 않지만, 발을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정말 칠흑과도 같은 어둠과 대면해야 한다.

“이너 렌 리에프.”

시동어를 외치는 순간 등불이 제 기능을 한다. 마법이 아니었다면 볼 수 없는 길. 바로 이 곳이었다. 세즈는 문득 제로이드의 말이 떠올랐다.

처음 이 동굴에 들어올 때였다. 아무리 똑똑하다지만 어린 아이였다. 처음 느껴보는 무거운 공기와 소름 끼치는 이 공기에 짐짓 섬뜩함을 느꼈었다.

“무서운가 보구나.”

세즈는 제로이드의 바지를 잡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불이 켜지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불이 켜져도 똑같이 무섭고 어두운 길이었다.

“지금 여기에 죽어있는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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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31 09:33 | 조회 : 722 목록
작가의 말
헤르닌

저는 손이 느린 편이지요. 그래서 최대한 쪼아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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