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슬픔이 파도가 되어 밀려 올라오다. 06

제로이드는 그 자리에서 몸은 멈췄지만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 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은 그에게도 분명 부담이 갈 일이었다. 지금은 감추고 살 수 있을 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지만, 쌓이고 쌓인다면 그의 무릎은 40 중반이 되기 전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임에 분명했다.

지금은 농부로 살아가지만 이는 그에게 또 하나의 치명상과 같았다. 만약, 만약의 일을 위해서라도.

“그럼, 오늘부터 나를 따라 오거라.”

지금보다도 어린 세즈에게 큰 수레는 아직 큰 부담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계속 동행을 해주었다. 그러나 세즈는 아버지에게서 수레도 금세 물려받아 버렸다. 몇십 번 다니면서 익숙해진 탓이다. 가슴팍에나 올라갈 수레를 별로 힘들이지도 않고 꽉꽉 채워서 올라오는 걸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작은 고추가 맵다더니’ 하고 감탄하곤 했다.

세즈는 늘 그렇듯 산 중턱 쯤에서 길이 아닌 쪽으로 돌아갔다. 아직은 내성과 외성으로 구분되는 데다 바깥이었던 역사가 긴 지라, 이래저래 통과를 거쳐야 할 일이 많았다. 세즈는 그런 절차가 거치기 싫었기도 했기에 늘 감시가 없는 쪽으로 돌아들어가곤 했다. 이 길은 제로이드 플로린이 먼저 발견했던 길이었다.

아직 작업 중인 성벽이었기 때문에 길에는 돌도 꽤나 많았고, 어두워지면 조그만 산이라도 산이었기 때문에 길을 잃을 수도 있었기도 해서 꽤나 위험했지만, 세즈는 익숙하게 돌아다녔다. 허술한 성벽을 해체하고 제대로 된 성벽을 설치하는 중이기에 이 길은 더욱 들키지 않았다.

물론, 성벽이 쓰레기와 성벽 둘 중 하나로 기울기 전인 슈뢰딩거의 고양이와도 같았다. 두드려보기 전까지는 성벽인지 작업 중에 버려진 돌인지 전혀 구분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즈는 조심스럽게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움직였다.

한참을 걸으니 좀 제대로 된 성벽이 보였다. 아직은 다른 쪽의 보수 공사가 급했기 때문에 완성된 곳은 보다 한적하고 사람이 없었다. 근처에는 오두막집이 있었다. 세즈는 조그만 오두막집에 늘 가던 집처럼 들어갔다.

사실 말이 집이지, 안에는 가구도, 장작을 떼기 위한 불도 존재하지 않았다. 누가 생각하면 폐가와도 같은 곳으로, 사람이 산 흔적도 찾기 힘들었다.

그냥 발자국만 조그맣게 몇 개 발견할 수 있을 정도였다. 세즈는 수레를 내려놓았다. 대신 조금 큰 바구니를 꺼냈다. 수레를 들고 가면 많이 사야 한다는 티가 많이 났기 때문에, 여기다 수레를 놓고 몇 번 왕래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었다.

세즈는 바구니를 들고 밖으로 다시 나왔다. 그리곤 조심스레 주문을 외웠다.

0
이번 화 신고 2015-08-31 09:30 | 조회 : 856 목록
작가의 말
헤르닌

긴 이야기의 시작인데, 호흡의 문제를 느낍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