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슬픔이 파도가 되어 밀려 올라오다. 05

“여긴 아직도 공사 중이네.”

세즈는 성 외곽을 따라 수레를 조심스레 끌고 내려가고 있었다. 당연히 전 성주 때에는 국방의 최전선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방어벽조차 없었던 곳이었기에 지금도 꾸준히 공사 중이었다. 이 공사도 벌써 13년 째였다.

그러나 워낙 거대하고 넓은 지역이었기 때문에 아직 성벽이 채 보수되지 않은 곳도 굉장히 많았다. 아니 사실 저게 성벽이라고 하면 산에 굴러다니는 큰 짱구 돌이 저것도 성벽이냐고 비웃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할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사실 컬틴 산은 산이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한 감이 있었다. 대륙을 관통하는 웨르칸 강 근처의 산이기도 해서, 실제로 높아봐야 해안가에 봉긋 솟은 산정도의 높이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동산이라 하기에는 어렵지만, 정상은 다른 산들에 비해 넓은 언덕을 갖고 있었다.

네브아 가문은 컬틴 산의 잠재력을 알았다. 예전에는 버려진 동산 같은 존재였지만, 머루 성은 분명 컬틴 산을 끼고 방어한다면 제국의 병사들이 들이닥쳐도 한 달은 족히 방어하고도 남을 성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곧 성은 컬틴 산을 포함하는 안쪽으로 지어지게 되었고, 산과 마을 사이에는 내성을 지으며 비상 기지로 활용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컬틴 산의 변화는 어쩌면 머루 성의 변화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세즈는 컬틴 산의 생리를 잘 알았다. 숨어 사는 사람도 꽤 되는 곳인지라, 여러모로 살기 나쁜 상황은 아니어도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한 아직 먹고 사는 것만 해결된 수준의 논과 밭으로는 어림도 없는 기호품들도 존재했다.

이런 것들을 구해오는 것도 컬틴 산의 중노동 중 하나였는데, 세즈는 이것을 자신이 맡기로 결정했다. 이는 제로이드 플로린이 했던 일로, 아무래도 달리는 일손을 해결하고자 먼저 선뜻 나서서 시작한 일이었다. 품앗이를 하지 못하는 대신이라며 묵묵히 컬틴 산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던 예전의 머루 성 주민들을 상대하는 일을 맡곤 했다.

세즈의 집은 그렇게 컬틴 산의 품앗이 할당량을 채웠다. 오히려 그의 일은 부족함은커녕 차고 넘치게 할 만큼 많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지만, 그는 묵묵히 자신의 일이라며 맡아왔다.

세즈는 이를 일곱 살이 되면서 이어받기 시작했다.

“아직은 내가 해도 괜찮다.”

제로이드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약간 저림을 느꼈다. 세즈가 뒤에서 자신의 무릎 근처를 눌렀기 때문이다.

“봐요. 지금 이렇게 살짝 눌러도 아프신 분이 무리할 정도는 아닌 것 같네요.”

그는 다섯 살 때 이미 아버지가 자신에게 무언가 큰 상처를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두 살 때 언어 구사에서 막힘이 없었던 만큼, 세즈의 관찰력은 놀라운 정도였다. 검을 쥐고 살았던 제로이드 플로린은 상처를 감추는 데 익숙했음에도, 세즈는 그 상처를 눈치 챘다.

“어떻게 눈치를?”

“비 올 때 걸음걸이가 조금 달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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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31 09:29 | 조회 : 665 목록
작가의 말
헤르닌

주인공은 역시 소년부터 시작해야 하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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