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슬픔이 파도가 되어 밀려 올라오다. 04

“다녀올게요, 엄마.”
소년은 열 살이나 될까 싶은 체구였다. 머리는 검은색에 가까운 ‘어비스 블루’. 그의 아버지와 머리색이 같았다.

소년은 매우 영특했고, 이 조차도 아버지를 닮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일례로 두 살이 되기 전에 일국의 공용어를 깨쳤다. 보통 또래보다 정신적으로 월등히 빠르게 성장해 다른 소년들의 질투와, 소녀들의 연모를 한 몸에 받으며 자랐다.

다만 성장이 그만큼 느렸다. 열 살이나 될 것 같다고 느끼지만, 실제로 그의 나이는 대륙 나이로 열세 살.

“세즈, 잊지 말고 잘 가져오렴.”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걱정 마세요.”

세즈는 문을 닫고, 자신의 몸보다 두세 배는 큰 수레를 들고 나섰다. 산을 조심스레 내려가기 시작했고, 세즈의 행선지는 바로 ‘머루’ 성이었다.

머루 성은 컬틴 산만큼 격변하는 시대를 살고 있었다. 지금의 성주는 네브아 가문이지만, 이 가문은 전 성주의 비리를 폭로하고 내쫓은 선두주자가 되었기에 그 공으로 성주의 자리를 다시 얻을 수 있었던 집안이었다.

예전 성주는 스크루지와도 형제를 먹을 만큼 성에게는 인색했지만, 자신과 자신의 편에게는 나르키소스만큼 관대했다. 성의 예산을 절반 떼어 자신 것으로, 거기서 남은 절반을 떼어 자신의 부하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예산은 여타 성과 다르지 않았으나 주민들은 무척이나 굶주릴 수밖에 없었다. 겉보기에는 멀쩡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썩고 썩은 정치와 닳고 닳은 내구로 이미 시한부 말기 환자와 같은 성이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돌렸다고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은가? 라는 사람들의 반론도 꽤나 있었다. 실제로 성주의 자리를 차지한 네브아 가문에 대한 안 좋은 소문도 곳곳에서 퍼질 정도였다. 하지만 황제의 조사로 곧 이야기가 진정되었는데, 네브아 가문은 가장 수혜를 많이 입을 위치에 있던 ‘집사’ 가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이권을 모두 포기하고 힘을 길러 전 성주를 몰아냈다는 점에서 이미 머루 성의 주민들은 그들의 편이었던 것도 네브아 가문의 위상을 올리는 데 한 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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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31 09:28 | 조회 : 888 목록
작가의 말
헤르닌

나누는 게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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