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슬픔이 파도가 되어 밀려 올라오다. 03

하지만 그가 했던 업적 중에서도 컬틴 산에 작물 하나를 소개했던 것이 어마어마하게 대단했던 덕도 있다.

“이, 이게 뭔가요?”

“‘포아를리’라는 작물입니다. 지금 기르시는 작물들보다 좀 더 편하고 많이 수확할 수 있습니다.”

‘포아를리’는 ‘감자’라고 불리기엔 묘하게 작았지만, 분명 그 맛은 감자라는 것과 비슷했다. 북쪽의 나라라고 불리던 ‘리헤지암’에서도 북쪽 지방의 사람들이 주식으로 삼는 것으로, ‘감자’보다는 작지만 더 많은 수확을 할 수 있도록 개량된 종이었다.

아직 남부는 따뜻하고 풍요로운 대지가 지천에 널려, 이런 작물을 기를 필요가 없다. 만약 ‘포아를리’가 남부 지방에도 있는 작물이었다면 말이나 소에게 주는 사료 그 이상도 아니었을 것이다.

맛의 문제가 아니라, 조막만한 크기와 볼품없는 생김새 때문이지만. 그러나 확실한 게 있다면, 대륙의 남부 지방에 가깝더라도 북부만큼 척박한 산지에서는 분명 기르기 좋은 음식이라는 사실이다.

그의 가족이 컬틴 산에 거주하면서, 컬틴 산은 개간 이래로 가장 풍족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이래라고 하기에는 짧은 역사, 아니 1대도 지나지 않은 ‘꼬마’ 마을이었지만, 배곯는 사람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리헤지암’의 특산물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경쟁력이 꽤 높은 작물이 되었다. 어느새 ‘머루’ 성의 사람들은 ‘포아를리’를 컬틴의 특산물처럼 여기기 시작했다. 모두의 얼굴에서 주름살이 줄어갔다. 그 사람 덕분이었다.

“어, 안녕하세요. 아저씨!”

“안녕하세요!”

모두가 그를 보면 반갑게 인사했고, 그 역시 그들에게 인사로 화답해주었다. 피에 젖어 있을 때 감춰져 있던 눈부신 외모와 사연 있는 검사이자 다른 마을 촌장 뺨치는 넓은 지혜를 청년과 다를 바 없는 나이라는 조합은 굉장히 드물었고, 그는 곧 마을의 촌장과도 같은 사람이 되었다.

그가 이 마을에 온 지 2년 째 되는 해였다. 그의 이름은 제로이드 플로린. 컬틴 산 모두에게 사랑받는 남자였다.

하지만 가장 걱정되는 가장이기도 했다. 그는 완벽에 가깝지만, 일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제로이드 플로린 혼자였기 때문이다. 아내는 당시 너무 많은 피를 흘려 몸이 편치 못했고, 그의 아들은 또래들의 성장치를 한참 밑돌았었다.

아무리 살기 편해진 컬틴 산이라지만, ‘독자’를 데리고 꾸려나가기에는 많은 애로사항이 꽃피기 좋았다. 남성은 귀중한 농사인력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의 집을 걱정했고, 모두 셋 이상 낳는 컬틴 산에서 그 집의 인원은 제일 적을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사람이 왕래하는 집이 되었다. 아이는 점점 자라 소년이 되었고, 성장은 또래들을 밑돌았지만 누구보다도 영특함을 뽐내어 사람들의 걱정을 조금씩 덜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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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31 09:27 | 조회 : 771 목록
작가의 말
헤르닌

드디어 주인공이 언급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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