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슬픔이 파도가 되어 밀려 올라오다. 02

“세상에! 산모하고 아이부터 챙겨!”

아랫도리에 엄청나게 묻은 피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아이를 보고 사람들은 호들갑을 떨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를 품고 달려왔으리라, 고생했으리라. 그들은 그렇게 짐작했다.

아이는 아직 눈도 뜨지 못했고, 여자는 너무 많이 피를 흘린 것 같았다. 남자는 안쓰럽게 둘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곧 다시 결연한 눈으로 돌아왔다. 소란스러운 컬틴 산의 전경. 그는 조용히 검을 검 집에 집어넣었다.

나머지는 자신에게 물어보라는 듯, 검을 검 집에 꽂고 앞으로 나섰다.

“장로를 만나러 왔소.”

그의 무거운 말에 모두들 한 걸음 물러섰다. 보통의 기백이 아니었다.

“이, 이곳에는 장로가 없어요. 일단 가족부터!”

군중 속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가족들을 데려가는 동안 계속 호들갑 떨던 사람들이 들어간 집을 향해 달려갔다. 꽤 침착한 척 했지만, 그 역시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문이 충차에 맞은 것처럼 부서질 듯 열리는 소리에 모두가 문 쪽을 돌아보았다. 둘을 데려온 남자였다.

“둘은, 괜찮은 거요?”

“네, 둘 다 괜찮아요.”

남자는 둘을 돌아보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죽어갈 것처럼 안색이 새파랗던 때와는 달리, 분명 혈색이 조금은 돌아와 있었기 때문이다.

“고맙소.”

남자는 문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좁은 집 안, 사람들이 북적이는 사이에서 흐느끼고 있었다.

세 사람은 곧 컬틴 산에 정착했다. 처음에는 주민들도 조금 주저하는 기색이 보였지만, 남자가 뛰어난 실력으로 사냥을 해 오거나, 수확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들을 몇 가지 고안하고 실행하며, 주민들도 신뢰를 할 수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었고, 보다 현명하며 사리분별이 옳았다. 지금까지 ‘컬틴’ 산에 왔던 주민들보다 더 많은 지역을 돌아다녀 보았고, 강했다. 물론, 그는 분명 보통의 농부, 컬틴 산의 농부하고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어떻게 보면 늦게 컬틴 산에 합류한 사람 중 하나기도 했고, 가장 이질적인 동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 다른 특별한 사람들하고도 달랐다. 언젠가는, 어디로 돌아가야만 한다고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바람과도 같이, 언젠가 어디로 날아갈 사람처럼 행동했다. 물론 본인의 가족에게는 꽤나 다정하게 굴었다.

0
이번 화 신고 2015-08-31 09:25 | 조회 : 697 목록
작가의 말
헤르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글이지만 하나 확실한 건, 주인공은 정말 힘든 삶을 산다는 것 정도네요.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