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1 잊혀진 아이

샤니아는 모든 것을 자포자기 한 듯 침대에 '털썩' 소리가 나도록 벌렁 드러누웠다.

바닥에 이런 식으로 드러누웠더라면 재법 등이 얼얼했을 터인데 푹신한 매트리스와 쿠션이 몸을 부드럽게 받쳐주었다.

누가 보기에도 꽤 넓고 고풍스러운 가구로 가득 채워진 방은 짙은 연둣빛과 은빛으로 꾸며져 있었으며 천장 한 가운데에 매달려 있는 거대한 샹들리에는 옅은 라벤더 빛을 내뿜었다.

샤니아가 사용하는 침대는 성인식을 치룬 정령이 4명정도 누울 수 있을 만큼 거대했다.

하지만 샹들리에는 거대한 침대조차도 압도할 만큼 어마어마하게 컸다.

이 방을 사용한지 47년 정도 되었지만 아직도 샤니아는 이 방을 만든 드워프들에게 경이로움을 표하고 있었다.

그렇게 고요한 정적도 잠시 ...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방안을 가득 매웠다.

'똑똑똑... 똑'

샤니아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공주님 리델입니다. 혹시 안에 계신다면 ... 들어가도 되련지요?"

리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샤니아는 천장쪽에 있는 샹들리에 위쪽으로 다가간 뒤 샹들리에 한 가운데에서 가장 밝은 라벤더 빛을 내뿜고 있는 얼굴만한 크기의 크리스털을 빼냈다.

크기와는 달리 크리스털은 더없이 가벼웠고 여전히 환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크리스털이 빠지자 샹들리에 바로 위쪽에 재법 거대한 통로가 하나 만들어졌고 통로 너머로 거대한 샹들리에를 유지시키면서 고정하고 있는 마법진이 보였다.

샤니아는 재빨리 통로속으로 들어간 뒤 크리스털을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았다.

통로는 순식간에 닫혔고 미세한 흔적도 없이 처음부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되었다.

"리티 탄디움"

자그마한 목소리로 주문을 외우자 샤니아의 손바닥 위로 자그마한 불꽃이 생겨났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지팡이를 구입하지 못해서 맨손으로 한 터라 충분히 마력을 모으지 못해 손바닥 만한 크기였지만 빛 한줌 들어오지 않는 천장 속에서는 그럭저럭 쓸만했다.

샤니아는 이곳저곳을 비춰보며 마법진과 트릭의 위치를 확인한 다음 안전한 곳에 엎드려 바닥에 귀를 가져다 대고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리델이 소리없이 미끌어져 오는 바람소리도 잔잔히 들렸다.

'하아.....'

한숨소리가 들려오자 샤니아는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더욱 집중하며 밑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도대체 어디에 계신 거지?.. 분명 주무신 흔적이나 식사하신 흔적은 보이는데 , 이렇게 도망다니시기만 하셔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 쯤은 이미 알고 계실 터인데 이렇게 수업을 계속 빠지셔서 다른 왕족이나 귀족가의 자제분들 보다도 현저히 성적이 떨어지면..... "

리델은 이부자리를 정돈하며 구겨진 주름을 말끔히 폈다.

"파니카 공주님꼐서는 벌써부터 1권을 다 익히셨는데 도대체 왜 그러시는 지 원..."

더 이상 들을 것도 없었다.

샤니아는 자세를 낮추고는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주위를 불빛에 비춰보고는 천천히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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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0-15 20:19 | 조회 : 1,349 목록
작가의 말
나라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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