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17)

#04

형, 내 첫 번째 동경 대상이었다.



"피고인 최수원은 살인 및 사체유기죄로 형법 제161조, 제250조에 의거하여 무기징역을 선고합니다."

탕탕탕-


경쾌한 마찰음이 세 번 울렸을 때 나는 눈을 감았다. 형이 아침이라고 깨워줬으면 좋겠다. 이 모든 일이 꿈이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눈을 다시 떠보지만 교도관에게 이끌려 재판장을 나가는 형에 모습이 보였다. 볼을 꼬집고 뺨을 세게 때려봐도 이 꿈은 깨지 않았다. 이제 형은 없다. 눈에서 뜨겁고 투명한 액체가 흐르기 시작했다. 비가 쏟아지듯 눈물이 흘렀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아무리 주먹으로 세게 쳐봐도 답답했다. 소리를 내지르며 울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숨이 넘어갈 듯 꺽꺽 울면서 생각했다.

이 지옥 같은 현실에서 제발 누가 좀 저와 형을 구원해주세요.


날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천천히 들자 구역질이 나오는 얼굴이 있었다. 더러운 새끼. 살인자 새끼. 나는 그놈의 멱살을 쥐어잡았다.

"이 씨발새끼야. 우리 형이, 아니 왜 형한테 뒤집어 씌워 왜!!!"

악에 받쳐 소리 지르자 그는 별거 아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꼬마야, 네가 생각하는 진실은 말이야. 돈과 권력 앞에서는 그 진실도, 정의도 무릎을 꿇는단다."

놈의 말이 맞았다. 세상은 탐욕적이고 이기적이었다. 돈과 권력 앞에서는 한 사람의 인생은 상관없었다. 손에 힘이 빠지자 놈은 손을 내쳤다.

"그니까 그냥 그렇게 생각해. 하나밖에 없는 형이 살인자라고 말이야. 그리고 그냥 잊어버려. 어차피 걔 못 나오잖아."

킥킥거린 뒤 발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그 등을 바라봤을 때 칼을 꽂고 싶었다. 변호사가 되어 형의 무죄를 밝히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하지만 눈물은 계속 흘렀고 14살이었던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부모님은 우리 형제를 남겨두고 떠난 지 오래였고 친척들과의 연락도 끊겼다. 나는 정말 혼자였다.
*


어느덧 밖은 비가 그쳐있었고 햇살이 비쳤다. 시계를 한번 보고 걸음을 재촉해 택시를 잡았다. 운전면허를 따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한시라도 형의 무죄를 밝히려면 빨리 움직여야 했다. 이미 16년이란 오랜 시간이 지났다. 변호사가 된 후로 재판을 수도없이 해봤지만 판결은 좋지 않았다. 증거 불충분이었다. 확실히 나한테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었다. 목격자나, 사진이 없고 심증만 있었다. 그리고 그 사건이 오래돼서 캐려고 하는 사람들도, 관심 있는 사람들도 없었다. 그냥 나 혼자만의 싸움이었다.

"최구원 변호사님."

법원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앞을 바라보자 현윤석이 있었다. 심장이 세차게 뛰었고 아래로 피가 쏠리며 몸이 달아올랐다. 그의 모습은 네모난 반무테 안경을 쓰고 있었고 법복을 차려입고 있었다. 미남이라고 하기보다는 미인에 가까웠다. 언뜻 보면 머리 짧은 여자라고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정말 아름다웠다.

"어디 아파요?"

"아, 화, 화장실...!"

그 자리에 계속 있었다가는 사정해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화장실로 냅다 뛰었다. 그가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빨리 단단해진 성기를 풀고 싶었다. 화장실 제일 끝 쪽 칸으로 들어간 후 문을 잠갔다. 가방을 바닥에 던져놓고 팬티를 벗은 뒤 발기된 성기에 한 손으로 살짝 쥐어잡았다. 윤석이 잡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손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머릿속에는 그의 모습으로 가득 채워졌다. 법복을 입은 그에게 박히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제가 언제부터 이렇게 음란해진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읏, 응...!"
쉽게 절정에 도달한 나는 손에 파정했다. 정액을 닦으려 휴지를 찾았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문틈으로 밖을 쳐다보았다. 아무도 없는 것 같았지만 나가기에는 용기가 부족했다.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숨을 헉- 들이켰다. 발걸음 소리가 화장실 안을 울렸다. 나는 최대한 숨소리를 죽였다.

똑똑-
"구원 씨, 여기 있어요?"

문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역시나였다. 현윤석인 것이다.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보다 먼저 든 생각이 있었다. 내가 그를 생각하며 자위한 것을 알면 윤석이 저를 범해 주지 않을까, 30분 남았으니 한 번은 넣어주지 않을까라고 위험한 생각을 했다. 절대 열면 안 된다는 이성의 외침은 위험한 생각에 지배당해 들리지 않았다.


달칵거리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내 모습을 본 그는 당황한 기색이 가득 찬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지만 그것도 잠시 옅은 미소를 띠며 칸 안으로 들어왔다. 문을 잠근 후 그는 문에 등을 기댔다.

"어디서 정액 냄새가 나는 것 같다 했더니 구원씨였군요."

수치를 주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제 몸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이미 한번 배출했지만 다시 발기가 돼있었고 속으론 빨리-라는 말을 수도 없이 곱씹었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신성한 법원에서 이런 짓을 하다니. 누구 생각하면서 했어요?"

"아, 아읏.., 생각 안 했습니다.."

흐음, 그럴 리가 없는 데라며 킥킥 거린 뒤 나를 변기에 앉혔다.

"구원씨가 뭘 원하는지 대충 알겠는데 그건 나중에 기절할 정도로 해줄 테니까 지금은 조금 참아요."

탄식이 나옴과 동시에 처음 느껴보는 자극에 몸서리쳤다. 그의 깨끗한 입으로 제 성기를 머금고 있었다. 혀로 성기를 굴리며 귀두를 자극하고 음낭까지 침범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절정에 금방 다다랐고 사정할 것 같았다.

"아,?으, 흐읏,?이제 빼...!"

머리를 밀어내며 말했지만 윤석은 꿈쩍도 안 했고 오히려 더 세게 빨아들였다. 결국 참을 수 없어 입안에 정액을 뿜었다. 그의 목젖이 움직이는 걸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

"그걸 왜 먹습니까...!"

"너무 맛있게 먹길래 맛있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맛은 없네요."
미간을 찌푸리며 그가 말했다. 친절히 바지 버클까지 채워준 뒤 그는 일어났다. 윤석은 날 일으켜 준 뒤 나를 쳐다보았다.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땅만 바라보고 있는 나를 그는 한참 쳐다보다가 턱을 잡고 자신과 시선을 맞추게 했다.

"진짜 누구 생각했어요?"

집요하게 맞춰오는 눈길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다정한 눈빛은 심장을 일렁이게 했다. 이렇게 시선을 마주하며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있었는가.


설렌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쪽을 생각했습니다."

"제가 좋아요?"

기분이 좋은듯해 보이는 윤석은 눈부시게 웃으며 물어봤다. 그 웃음에 하마터면 자신도 따라 웃을 뻔했다.

"아니요."

현윤석이 무슨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몰라도 사랑놀음할 시간이 없었다. 나에게는 지금 큰 짐이 있었기에 그와의 관계는 지금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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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02 00:00 | 조회 : 3,127 목록
작가의 말
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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