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17)

#03

관계 후에 정신을 놓고 있는 구원을 바라보았다. 땀에 젖어있는 앞머리, 눈가에 맺혀있는 눈물, 입술 틈으로 색색 내뱉는 숨은 색정적이었다. 한번 더 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기에 다음에 하기로 결정했다.

"구원씨. 어디로 가요?"

"집으로..."

신음을 내느라 목에 무리가 갔는지 갈라진 목소리는 듣기 좋지않았다. 관계가 조금 과격하긴 했다. 아니 과격 할 수 밖에 없었다. 최구원은 나와 했던 섹스중에 제일 잘 느꼈다. 처음에는 당황하긴 했지만 그건 아주 잠시일 뿐이었다. 음란한 최구원은 꽤나 볼만했다. 거의 맨날 음란하긴 했지만 오늘은 특히 더했다. 구원이 엉덩이를 자신의 성기에 문지르며 넣어달라 했을 때 이성이 끊길 뻔 했다. 그 뒤로도 그는 허리를 맞춰 흔들고 멈출 때면 빨리 쑤셔주라고 졸랐다. 쳐져있는 눈꼬리를 따라 흐르는 눈물을 핥을 때마다 몸을 흠칫 떨었다. 좋아하는 곳을 찔러주자 반쯤 풀린 눈으로 흔들리며 좋아죽겠다며 높은 교성을 내지르고 자신의 손으로 내 손을 끌어당겨 유두를 만져달라고, 꼬집어달라고 내게 말했다. 울고 있는 모습이 강아지 같았다.

목줄을 채워 제 옆에만 있에 하고 싶었다. 주인만 바라보는 충신한 개로 만들고 싶었다. 다른 개새끼들이 꼬이면 하나씩 죽여가는 것도 얼마나 재밌을까. 그의 세상에는 나 밖에 없다는 걸 각인 시키고 싶었다.

최구원은 내것이다.

최구원을 현윤석 밑에서만 예쁘게 울게 할 것이다.

-

그의 차를 타고 집에 왔다. 혼자 들어갈 수 있으니 가라고 했지만 데려다주겠다고 하는 바람에 집 앞까지 그와 같이 왔다.

"이제 그만 가보세요. 다 왔으니까."

"이렇게 캄캄한데 가라고? 자고 갈래."

"그게 무슨... 하윽!"

벽으로 밀쳐진 채 중심을 짓누르는 그의 무릎에 젖은 소리를 내었다. 몇 시간 전에 한껏 농락당한 몸은 달아오를 것 같지 않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달아올랐다.

"아, 아.. 앗, 응..!"

"그렇게 소리 내면 옆집에 다 들리는데?"

자꾸만 미끄러지려는 손을 올려 다급하게 비밀번호를 눌렀다. 떨리는 손 탓에 틀렸다는 알림음만 나온다. 뒤에서 오는 자극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바지가 벗겨지려 했을 때 문이 열렸고 휩쓸리듯 안으로 들어갔다. 집은 지저분하지 않았지만 갖가지 서류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현관 앞에서 엎드린 자세로 흥분에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까 섹스에서 몇 번이나 사정한지 모르는 성기는 다시 꼿꼿이 세워져 정액을 흘리고 있었다.

"네 몸은 정말 야해빠졌어. 어떻게 하면 조금만 느껴도 좆을 세우고 정액까지 질질 싸잖아"

몸을 돌려 얼굴을 마주했다. 그리고는 구두 밑창으로 성기를 짓밟았다. 고통에 눈물이 흘렀다. 세게 밟히자 그곳에서 느껴지는 압박, 고통마저도 쾌감으로 바뀌었다.

"흐응, 안.. 돼...! 그만..."

고개를 내저으며 말하자 그제야 발을 뗐다. 아쉬운 감도 약간 들었지만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재빨리 방안으로 들어가려 했을 때 그가 뒤에서 머리채를 잡는 게 더 빨랐다. 도망 가려 했지만 힘이 다 빠졌기에 발버둥만 치는 꼴이 되었다.

"뭐 해? 어디 가?"

"아... 으.. 아아..."

거친 숨소리만 울리는 고요한 정적을 비집고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에 몸을 떨었다. 머리채를 쥔 손에 힘이 점점 들어가자 소리가 절로 나왔고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렀다.

"나중에... 나중에, 제발... 흐으"

"그럼 이건 어떻게 할 건데?"

자신의 바지춤을 툭툭 두드리며 웃었다. 여전히 웃을 때가 적응이 안 되긴 했지만 빨리 끝내고 쉬고 싶었다. 오늘 재판도 준비가 아직 안됐고, 몸이 노곤했다.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조심스레 그의 성기를 꺼냈다. 뭐 하는 거지?라며 알면서도 짓궂게 물어보는 그의 질문에 대답하기 싫었지만 어느 정도 비위를 맞춰줘야 끝날 것 같았기 때문에 꾹 참고 얼굴을 성기에 비볐다. 귀두를 혀로 핥고 입안에 담았다. 현석은 웃음을 흘리며 머리를 잡아 단번에 목구멍 끝까지 넣었다. 캑캑대며 받아들이자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구멍을 찌르는 성기 때문에 따끔 거렸고, 숨이 막혔다. 몇 번 더 찌르고 난 후 비릿한 정액이 흘러 들어왔다. 그의 것을 빼자 못 내쉰 숨을 한 번에 몰아쉬었다.

"이제... 그만.."

그를 올려다보며 말하자 알 수 없는 표정을 한 뒤 나를 안아들었다. 그런 다음 방 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혔다. 눈가를 핥는 현석을 뒤로하고 눈을 감고 녹초가 된 몸을 침대에 축 늘여있었다.

"내일 몇 시에 깨어줄까요?"

".... 9시.."

"깨워줄 테니 자요."

앞머리를 쓰다듬는 손을 느끼며 금방 의식이 끊기며 잠에 들었다.



구원아, 나 좀 구해줘.

어둠 속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무 작아서 듣지 못해 더 크게 말하라고 소리쳤다.

살려줘!!!

그러자 그 작았던 소리는 점점 큰소리가 되어 귀를 찢을 듯이 울려왔다. 두개골이 파열되는 것 같은 느낌에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나는 하염없이 혼자 비명을 지르고 혼자 울었다. 형. 짊어진 짐은 너무 무거웠고 외로웠다.

시야가 밝아지자 빗소리가 들리고 예쁜 얼굴이 보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를 두 팔로 안겨있는 것을 발견했다.

"악몽 꿨어요?"

"아, 뭐... 그런 거.."
꿈을 애써 잊고 손을 푸르며 대답을 한 뒤 씻으러 욕실로 가려 했지만 나체인 걸 확인하고 이불을 끌어당겼다. 픽 웃으며 그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언제 준비한 건지 말끔해져있었다.

"전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좀 있다 뵙죠."

살짝 미소를 머금은 채 그는 집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간 자리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가 생각난 곳으로 뛰다시피 갔다. 구석에 있는 방문 앞으로 가 열쇠로 문을 연 뒤 정리돼있는 차영재의 개인 정보와 그의 가족들, 친구 외 사업자들과의 관계와 여러 증거들이 있었다. 아무것도 없어진 게 없다는 걸 확인하자 그때야 마음이 놓였다. 현윤석이 자신의 집에 올 때면 이곳을 들어와 본 것은 아닌지 불안했다. 눈치가 빠른 그라면 이미 열쇠로 따고 들어온 것일지도 모른다. 악몽 같은 기억이 스멀스멀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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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28 21:35 | 조회 : 3,495 목록
작가의 말
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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