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정도로 재벌이시면서 왜 집이 없으세요

아, 집에 들어가고싶다. 그런데 들어가면 그 이상한 남자가 날 반기겠지?
그 남자 꼴보기 싫은데. 분명 이상한 말들만 찌껄여서 내 혈압이 오르게 만들거야.
하지만 지금 이 상태로 있으면 나는 얼어죽어서
'20대 초반의 가난한 휴학생, 집 문 앞에서 얼어죽어... '왜 집에 들어가지 않았나?' 의문의 죽음' 따위의 기사 제목으로 뜨겠지?
아 그건 사양이야. 그러면 외박 할까? 아니야, 그러면 이번달의 간당간당한 생활비가 생각나지 않아? 그러면 분명 빚이 생길거라고....!

도현은 심각한 내적 갈등을 느끼며 제 앞에 있는 문을 바라보았다. 고작 남자 한 명 때문에 이 엄동설한에 멀쩡히 있는 집안에 들어가지 못한다는게 퍽 속상하긴 했지만 엄동설한에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 하고도 견줄만큼, 도현은 그 이상한 남자가 무서웠다.

아니, 세상에 무슨 인소도 아니고 상큼하게 '내 이름은 스페이스야!' 라고 말하는 인간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거기가 생김새도 확실하게 이상하고, 유달리 친근하게 군다. 어딜봐도 이상한 남자다.

"혹시 살인마는 아니겠지....?"

그 남자가 어제는 기껏 해봐야 대여섯살 되어보이는 어린 남자아이였다가 급성장한 사실을 알고는 있는건지, 도현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이상한 헛소리를 중얼거렸다.

하지만, 오늘의 날씨는 정말 상식을 뛰어넘을 정도로 추웠다. 그냥 가만히 있는데도 추울 정도로. 더 있다가는 아마 얼어 죽지 않을까 싶을 즈음, 조금 마음이 흔들린 도현이 문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들어 갈까...?"

그 때,

"....? 아가, 거기서 뭐하니? 밖에 추운데 왜 안 들어오고 찌질하게 쪼그려 앉아있어?"

눈이 마주쳤다.

"....들어 갈게요...."

도현은 남자를 제 앞에 앉히고는 무슨 이야기부터 꺼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이내 말을 꺼냈다.

"저기요, 당신. 간단한 신원이나 조금 알아 볼까요?
이름이 뭐에요? 나이는? 최근에 뭘하고 있어요?
보아하니 나랑 또래같은데, 대학생이에요? 아니면 직장인? 고등학생이에요?
쓸데없는 말 하면 집세고 뭐고 상관없이 내쫓을거니까 제대로 말해요."

"인간들은 왜 이렇게 신원을 좋아하니? 아가, 신원이 그렇게 중요해?
이름은 스페이스고, 나이는 (삐-)살. 그리고 우주를 관리하는 직업을 맡고 있어!"

"누구 마음대로 아가에요.... 하.... 그래요, 일단 신원은 둘째치고. 당신, 집세는 얼마 낼거에요? 집세가 뭐냐는 둥 이상한 소리 하면 아까 말했듯이 내쫓을거에요."

"음.... 이정도면 되려나?"

스페이스(일단 이름이라 하니까)가 도현의 손 위에 살포시 올려놓은 돈의 액수는, 백만원짜리 수표 두장. 그러니까, 이백만원.
그런데도 마치 이백원을 내놓은 듯 스페이스는 평온하게 웃고있다.
도현의 눈에 순간적으로 스페이스의 등 뒤에 후광이 비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음, 정말로 우주일수도 있겠네. 우주라면 광물도 만들 수 있을테니까, 그러면 그걸 환전해서 쓰고 다니는거지!

"....크, 크흠! 이정도면 생활비로도 충분하겠네요. 집세로 내고 남은 돈은 저기 장롱에 넣어둘테니까 필요할 때 쓰세요."

물론 조금은 내가 유흥비로 쓰겠지만.

순식간에 스페이스가 우주라는 것을 납득한 도현은 뒷말을 삼키고는 제 지갑에 넣었다. 이정도의 돈이 매달 들어온다면 이것으로 생활비를 하고, 알바비는 모으면 대학도 다시 다닐 수 있을 것이었다.

"잘부탁해요, 스페이스 씨. 제 이름은...."

"서 도현. 맞지?"

"예, 뭐.... 편하게 불러 주세요."

"그래? 그럼 아가라고 부를게."

왜인지 푸훗, 하고 웃는 스페이스에게 도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뭔가 웃긴 일이라도 생각났나보다.

"잘 부탁드려요, 스페이스 씨."

"응, 나도 잘 부탁해, 아가."

이제부터는 스페이스가 어떤 헛소리를 지껄이든 도현이는 그냥 들어주기로 했다.
조금 이상하면 어떤가, 돈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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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23 21:22 | 조회 : 484 목록
작가의 말
nic11884995

하.... 한번 날려먹었습니다....ㅠ 날려먹는다는게 이런 느낌이군요! 그리고 실수로 올린거 보신 분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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