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지나칠 걸 그랬어

"...."

도현의 나이, 22세.
그는 그래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게 살아왔다고 자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안녕? 오랜만이야, 도현아."

흡사 우주를 생각나게 하는 머리카락에 눈 부분은 짙은 남색으로 시작해서 내려올수록 뿌옇게 흐려지는 베일을 써 눈이 보이지 않는 남자는 지금 도현과의 만남이 구면인 것 처럼 이야기했다. 정작, 자신은 이름도 모르는데 말이다!

어찌 이렇게 되었느냐, 한다면 어젯밤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알바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단에 쪼그려 앉아있는 남자아이가 있는데 어딘가 석연치 않아서 다가가 보았는데, 아니나 다르랴 집이 없단다. 그래서 '일단 우리집에 가서 하룻밤 자고 내일 고아원 알아보자.' 라고 말하며 데려왔는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 남자아이는 커녕 도현보다도 큰 남자가 책을 읽고 있었다.

강도인가 싶어 너무 놀라서 순간적으로 발로 걷어차버리긴 했지만 이목구비에서 저가 어제 데려온 남자아이임을 깨닫고 발길질을 겨우 멈췄다.
그래서 '당신, 정체가 뭐야?' 라고 물어봤으나 내가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거야? 너무해! 어떻게 날 잊을수가 있어? 따위에 말만 뱉으며 저러니 미칠 노릇이다.

경찰에 신고할까 싶었지만 집전화는 없고 핸드폰은 방전되어버렸다. 이 남자를 내쫓을 수 밖에 없다. 참 악운도 이런 악운이 없다.

아무튼 이런저런 악운을 견뎌내며 남자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고 이야기를 통해 약 2시간 가까이 대화를 했다. 아무것도 알아내진 못했지만.

"저기, 그냥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을거면 나가주세요. 저 곧 있으면 알바 가야 한단 말이에요."

"응? 나 갈 데 없어. 여기서 지내면 안 돼?"

"....네?"

"여기서 지낼래."

이건 또 무슨 신박한 개소리일까.

"어, 음, 일단 저는 당신까지 먹여살릴 수 있을 정도로 경제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서요. 집세랑 생활비를 내면 모를까."

"오, 집세랑 생활비 내면 살게 해 줄거야?"

"네? 네, 뭐.... 둘이 살기에 좁은 집은 아니니까."

"그럼 낼게! 얼마면 돼?"

조금 황당할 정도로 쉽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도현은 순간적으로 넋을 놓아버릴 뻔 했으나 정신을 차리고 다시 자신의 용건을 말했다.

"아니, 그나저나 이름이라도 말 해 주셔야 제가 당신이 살게 해 주든 말든 하죠?!"

"응, 내 이름은 스페이스야! 보다시피 남자고, 우주야!"

대체 뭘까, 이 남자....?

짜게 식은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도현을 아는지 모르는지, 본인을 스페이스라고 소개한 남자는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것이 아니라더니, 썩 틀린말도 아닌 것 같다. 도현은 그냥 다 포기 하고 알바를 하러 갈 준비를 하기 위하여 욕실로 들어갔다. 조금 발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나머지 대화는 알바를 다녀 온 다음에 해도 되지 않을까.

0
이번 화 신고 2017-01-16 20:48 | 조회 : 574 목록
작가의 말
nic11884995

불규칙하게 올라오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은 올릴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 영 글재주가 없어서 글이 난잡하네요.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