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더 이상 보지마라.




7화


"아, 벌써 해가지네요."

[거처에 들어가지 않는건가,]

"아뇨, 집이래봤자.."


집이래봤자 자신을 걱정하는 이 하나없을 뿐더러,

그 집에서 온기를 느껴본것은 아마 기억에서 희미할 것이다.

그래서 휴안은 엘퀴네스의 존재를 특별하게 느낄지도 모른다.

자신을 경멸스럽게 쳐다보지 않으면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는 곁에있어주니까.


하지만 '그 집'을 떠나지 않는건 가끔씩 보이는 아버지의

위태로운 뒷모습 때문이였다.



[거처가 없는건가? 대체 어떻게 사는거지?]

"아뇨아뇨! 집은있어요. 하지만 아직 들어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헤.."



휴안이 제대로된 평민이나 귀족의 자제였다면,

벌써 가정을 이루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였다는 것을

알고 있는 엘퀴네스는 이를 이상하게 여겼다.

첫만남은 물에 젖은 상태였고, 바지를 입고 손끝이 거칠다.


'제대로 누군가 보살펴 주는게 아니겠군..

뭐, 알거없나,'


[그런가,]

"그런셈이죠?"


영양가 없는 대화를 하면서 휴안은 엘퀴네스를 보며 씩- 웃었다.

휴안의 집안사정을 대충 머리로 굴려보던 엘퀴네스는

상관쓸거 없나,하는 식으로 대충 넘겨버렸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어느새 수줍게 호선을 그리는 모습으로

바르시안에 나타난 이 세계의 달, 비나룬은 그들에게

고요하지만 기분나쁘지 않은 침묵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그 고요도 잠시,



[연기 냄새가 난다.]

"어, 맞네? 여긴 산이라 연기 향이 안날텐데 "


나무에 기대서 팔짱을 끼고 휴안을 내려다보던 엘퀴네스가 말하자

의뭉스럽게 고개를 갸웃거리던 휴안은

뭔가 생각난 얼굴로 다급해져서는 말했다.



"집..집에 가야해요, 집에..!"


급격하게 휴안의 얼굴이 창백해지자,

침착한 눈으로 보고있던 엘퀴네스가 말했다.


[집이 어딘가,]

"여기, 여기 절벽 위로만 가면 갈 수 있어요!!.."


[날 잡아라]


자신을 잡으라는 한마디에 부연 설명을 넣지 않아

이해하지 못한 휴안이 저를 쳐다보는 두눈에 의문을 품자,

휴안의 팔을 낚아채듯이 잡은 엘퀴네스가 언령을 외웠다.


[[이동-]]


물의 정령왕인 '그'가 쓸 수 있는 강력한 힘중 하나인 언령이

그의 입에서 발현되자, 휴안의 시야가 급격하게 흐려졌다.



울렁-



"우웨에엑-!!..."


[이 짧은 거리도 못버티다니, 한심하군]



내려올때 조차 적어도 삼십분은 공을 들여 조심스럽게 내려왔던 절벽이

눈을 감았다 뜨자 어느새 발아래 있었다.

휴안은 그에 감탄하려는 차에 울렁거리는 속에

오늘 먹은 모든것을 게워내고 말았다.


"허..헉-..."


토를 하고는 나무몸통을 잡으며 숨을 고르던 휴안은,

이내 힘이 빠져 주저 앉아버리고 싶은 몸으로 집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벌어진것이 아니길 바라며..


"제발..제발-....."


















타닥- 탁-..


휴안의 집은 불타고 있었다.

힘겹게 뛰어온 그대로 휴안은 주저앉아 버렸고,

뒤따라온 엘퀴네스의 눈에는 아무 감정이 들어있지 않았다.



자신은 물론 아니였지만 도둑질에, 술을 먹고 부린 행패에,남의 여관에서 부린 칼부림에.

여기저기서 마을에 미움을 사고 있던 아버지였다.

평소에 벼르고 있던 것을 소문으로 알고있어 조심하던 차였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였다.


평소보다 배부르게 먹었고, 자신을 필요없다 말할때 까지 함께 있어 준다 한 엘퀴네스도 있었다.

살면서 이렇게 기뻤던 적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불타고 있는 집을 바라보던 휴안의 눈이 텅 비어졌다.

멍하니 주저앉아 불타는 집을 바라보던 휴안은,

지금 시간대라면 집에 있을 유일한 사람을 찾으려

억지로 몸을 일으켜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만둬, 죽을 작정이냐]

"놔.. 놔주세요.."

[난 네가 죽는 걸 막기 위해 인간계에 있겠다한걸로 기억한다.]

"아버지를.. 아버지를 찾아야해요....제발....."



휴안의 마지막 말에는 울음이 가득 차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엘퀴네스는 휴안을 잡고있던 팔을 놓지 않은 채 말했다.


[시큐엘, 저 곳의 불을꺼라.]

[예 왕이시여,]


엘퀴네스의 부름에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거대한 푸른늑대인

물의 중급정령 시큐엘들은,

엘퀴네스의 명령에 따라 빠르게 불을 진압했다.

평소라면 신기해 하는듯한 시선을 보낼 휴안은 그저 땅만 바라본 채로 있었다.



영원히 타오를 것만 같던 불이 꺼지고,

휴안은 터벅터벅- 집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있던 자리에 손을 대자 바스락- 소리를 내며 바스라져갔다.

허망히 사라진 문을 잠깐 바라보던 휴안은 건물의 잔해에

상처가 나는지도 모르고 항상 아버지가 계신 곳을 찾아 들어갔다.


크지 않은 집이였지만 그곳까지 가는데에는 만겁의 시간이 흐르는듯, 했다.


그리고 도착했을땐, 예상했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뻔한 결말이였으나 반전이 있기를 바랬다.







그러나 휴안에게 반전은 없었다.

형체를 알아 볼 수 없게 까맣게 타버린 '무언가'가 그녀의 눈에 잡혔다.

그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던 휴안의 눈에는 투명하게 차오른 눈물이 터져버리고,



그것에게 다가가려하자 차가운 손이 눈앞을 가렸다.



[더 이상 보지마라, 여긴 어른이 해결할테니.]

"흐...흐아......흑......하....."


크게 소리내지 못하고 있는 휴안이 그저 숨만 거칠게 내쉬며 울었다.

엘퀴네스의 차가운 손은 위안이 되어 주려는듯,

뜨겁게 온도가 올라있는 얼굴을 식혀주었지만

휴안은 그저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며 울었다.


소리가 났다면 분명 듣는 이 모두 애통하다 여겼을,

자신도 모르게 같이 눈물흘려 주었을 그런 슬픈 비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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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24 21:55 | 조회 : 900 목록
작가의 말
nebu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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