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필요 없다 할때까지 함께 있어주지,




6화



[그래, 그럼 계약하지.]




"오...어.......어떻게 하는거죠...?.."

[주체할 수 없는 얼간이군,]




이 인간, 아는게 정말 하나도 없었다.

오만 서적을 뒤져 자신들에 대해 조사를 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아무생각없는 얼굴만큼 관심도 없는것 같았으니.

봐줄만한건 자연 친화도 정도일까..






[물과 바람, 땅과 태양의 시선아래 그들을 증인으로 계약을 행하려하니

모든 물의 왕, 물을 관장하는자 엘퀴네스여,

그대와 피로도 끊을 수 없는 맹약을 맺겠다.]

"어..으어...??.."



분명 무언가 말을 한건 엘퀴네스건만,

그가 부드럽게 속삭이듯 내뱉는 소리에

엘퀴네스의 눈이 더욱 푸르러 지며 그의 이마에 있는 문양이 빛나고 있었다.


[나의 이름은 엘퀴네스, 그대의 이름은?]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물기둥 위에 쭉 앉아있던 엘퀴네스는

물기둥 위에서 내려와 휴안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휴..휴안..'


갑작스러운 눈맞춤에 당황한 휴안이 말을 더듬거리자

엘퀴네스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좋아, 계약은 성립됬다.]



그리고는



쪽-



이마에 키스를 하며.









"무무무무무무무-무슨짓이에요!!!"


휴안의 얼굴이 빨개지다 못해 터질 지경이되며 엘퀴네스에게 따지듯이 묻자,


[그저 계약을 마무리했을뿐이다.]

"아니, 아무리 그렇다해도..!!!"

[낯빛을 보아하니 뭐 인간들만 중요시 하는 처음인가 뭔가,

그건가본데 정령은 기본적으로 무성이다.]


"에..정말요..?"


그것도 몰랐냐는듯이 한심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엘퀴네스의

시선을 깔끔하게 무시한채,

휴안은 그저 성이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살면서 처음마주하는 무성...



"그럼..그......"

[그래, 생식기관도 없다.]

"허억......"


정령을 아는 사람이라면 성이 있는 것을 더 이상하게 여기겠지만,

정령에 대한 기초지식조차 없는 휴안은

공포와 충격의 도가니였다.


"그렇..군요..."

[그건 됬고, 그럼 난 이만 돌아가보지.]


그리곤 엘퀴네스는 정말 정령계로 돌아가려는듯,

형체가 무뎌지며 사라지려고하자

그것에 기겁한 휴안이 다급하게 엘퀴네스를 잡았다.


"자자자 잠시만요!"

[뭐지,]

"어디가시는거에요??"

[물론 정령계다.]

"저는요?"

[무슨 소리냐? 너는 여기있어야지.]

'올 수도 없고말이지.'


계약을 한다 = 계속 같이 있는다. 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었던 휴안은

엘퀴네스의 말이 생전 처음 듣는 소리인듯 휴안의 동공이 확장되며

재차 물었다.


"그럼 저는요..?"

[대체 뭐라는거냐?]

"그럼.. 혼자남은 저는..배고프고..춥고....외롭고..."

[내가 필요할 때만 부르란말이다, 얼간아]


엘퀴네스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쏘아붙이듯 말하자,

휴안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저어기- 나이아스말 들어보니까..천년에 막 한두번 나타나신다는데...

그럼 외롭고 심심할텐데...제가 불러드렸는데말이죠...."

[정령은 언제든지 바르시안에 올 수 있다.]

"그래도..제가 막 콱!죽어버린다던가 그렇다던가.."

[쫑알쫑알 정말 시끄럽군, 내 손으로 죽여버리기 전에 조용히해.]



물론, 계약하지 않은 정령이 바르시안에 올 수 있는건

자연체로 인간에게 보이지 않는 상태지만

휴안의 말이 맞았다.

가장 소환하기 어렵다는 물의 정령왕이기에 최근 소환된 것이

무려 이천년 전이였고, 자신을 불러낸 자는

정령왕을 소환해냈다는 사실에 기뻐하기도 전에

분수에 넘는 힘을 소진한 탓에 미쳐버리고 만것이다.

그 꼴을 차게 식은 눈으로 보고 있던 엘퀴네스는 그 인간을 죽였다.

미쳐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보다, 그에게는 죽음의 안식이 필요하다 느꼈기에.



그리하여 정령왕 평균 수명 이만년 중에 벌써 반틈을 넘게 살아왔건만,

드래곤의 장로와 계약을 하고는, 실체화를 할 수 있음에도

유희에 흥미가 없어 그냥 그렇게 만 이천년을 살아왔던 것이다.

물론 장로에게는 물의 정령왕과 계약했다, 라는 자랑거리가 필요했기에

계약한 것이겠지.


'실체화를 하지 않았는데에도 이렇게 보고 있는 것이 더 신기하군.'


누군가가 이들의 대화현장을 보면,

그저 경치좋은 데에서 휴안혼자 허공을 보며 무릎 꿇다가, 일어섰다가,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는 것 처럼 보일 것이다.


[갖고있는 마나조차 드래곤급이라..]

"예? 뭐라하셨어요?"

[아무것도 아니다. 네가 필요 없다 할 때까지 함께 있어주지,]


휴안의 징징거림이 귀찮다는 듯, 엘퀴네스가 함께 있어준다하자,



휴안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것 처럼 웃었다.

눈꼬리가 가볍게 휘어지고, 부드러운 복숭아같은 뺨에는 보조개가 깊게 패였다.

언뜻 자신을 닮은 듯한 눈동자에는 저의 얼굴이 비춰졌다.




'그저 같이 있어준다 한 것 뿐인데,'



그것으로 이 아이는 이렇게나 기뻐했다.










엘퀴네스와 휴안이 계약한 날,


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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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23 22:46 | 조회 : 867 목록
작가의 말
nebuia

본격적인 진도는 다음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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