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그래 그럼 계약하지.




4화





그때, 물의 정령왕 엘퀴네스가 소환되었다.

중력을 거스르는 푸른물결이 햇살을 받아 투명하게 반짝였고,

'그'를 중심으로 둘러싼 물기둥들은 그의 거대한 존재감을 돋보이게 하였다.

개울에서 샘솟는 물은 물의 정령왕의 소환을 경배하는듯 끝없이 샘솟고 있었다.




'저게....정령왕...?'




믿기지 않는다는듯 개울로부터 나타난 그의 형체를 발끝으로부터 따라 시선을 올리고있는 휴안은

저의 시대와 맞지 않는 아름답고, 부드러워보여 마치 물로만든듯한 옷부터

옷을 부드럽게 덮고있는 허리까지오는 푸른 장발은, 인간에게서는 쉬이보기 힘든것이였다.

그렇게 시선을 따라올라오던 휴안은,


















"어머니?"

[누가 네 어머니란거냐, 얼빠진놈. 남의얼굴 감상은 끝났나보지?]


'아... 비슷하게 생겼지만 남자구나,'




분명 이세상 사람같지 않은 외모였지만 분명 휴안의 어머니와 비슷한 점이 있었다.

아버지의 목걸이에 담겨있는 어머니의 생전 모습을 봤던 휴안은,

자신에게 좋을소리 하나 하지않는 남자..라고생각되는 정령왕에게 호의를느꼈다.



"아니...감상이랄까...그렇달까......"



그래, 세상 혼자 살아가는 외모를 멍하게 보다가 그의 날카로운 소리에 화들짝 놀란 휴안은

우물우물되며 변명을 하려했지만, 뒤이어지는 그의 말에



[이봐 인간, 넌 어떻게 몸에 정령의 기운을 품고있는거지?]

"아, 그게 궁금해서 불렀죠!"



이제야 소환한 이유가 생각난듯, 금방헤실거리며 대답했다.



'뭐지, 이 인간은..'



인간들 사이에서 없지는 않지만 흔하지 않은 흑발이다.

외관도 그리 흔한 편 없는 얼굴이라 생각하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만,

이 인간, 자신을 소환주문도 없이 엉터리로 불러놓고는 지친 기색이없다.

혼자 헤실거리며 헛소리를 할뿐,


거기다가..


'정령의 기운을 품고있어...?'


모든 생명체는 각자의 기운을 품고 태어난다.

인간이라면 인간, 엘프라면 엘프, 몬스터라면 그 종 각자의 기운을,

인간과 엘프등의 혼혈은 보았지만 정령과는 그럴 수 없다.

정령의 겉보기로는 성별을 판단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정령은 기본적으로

'무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인간이 특별한거겠지,

심지어 계약도 안한 자연체의 정령을 보고 대화하다니.

흘끗봐도 자연친화력이 흘러넘친다.

거의 우리정도라고 해도 무방할테니,


수상한만큼 흥미롭다.




"아! 기억났어요."

[뭐지?]

"아버지가 엄청 어릴적에 말씀해주셨는데,

어머니가 아직 아버지와 만나기 전에 휴네시아 꽃을 키웠데요."

[그래서,]

"근데 휴네시아꽃이 원래 초봄에 3일만 피고 지는꽃인데

백일동안 지지 않았데요,

그 모습이 신기했던 저희 어머니가 그 꽃의 잎을 만졌는데 그 꽃이 바스라지면서

몸에 뭔가가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셨어요."


'자연체 정령의 변덕인가, 멍청하긴.'


[아아- 됬어. 대충 알아들었으니,]

"저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는데요?"


저- 자신을 앞에두고 맹랑하게 질문하는 것을 보면

손짓 한번으로 가볍게 없애버릴 수 있겠지만,

이 인간의 자연친화력은 그를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마력이 있나보다.

그래서 이 얼간이가 나쁘지 않은느낌이겠지.


[꽃의 정령의 소멸이다. 정확히 휴네시아의 정령이였겠지.]

"에? 근데왜 그게 저한테....."

[네 어미에게서 나온게 너 아닌가, 그래서 네게있는거지 멍청아.]

"으니..굳이 믕층으르그.."


말끝마다 자신에게 한두마디 턱턱 던지는 엘퀴네스의 독설에

입을 꽉깨물고 조용히 말하는 휴안을 두고는 엘퀴네스는 생각했다.


'반 정령임도 모르고 있겠지, 휴네시아 정령의 힘은 매혹,

체액에서 나오는 향기가 인간들에게 치명적일텐데 잘도 버텼군.'


[뭐, 되었다. 그래서 나와 계약할건가?]

"예? 계약이요..?"


당연한 수순을 물었건만 이런 띨빵한 반응이라니 !

절로 욱하는 것을 막고는 엘퀴네스는 조용히 말했다.


[내 힘을 쓰고싶은지 물은 것이다. 나와 계약하면 그게 가능하지.]

"헉, 정말요? 저거 뒤에 물기둥도 가능한가요??!"


정령왕의 가치와 능력, 그에 따르는 지위를 모르는 휴안은

그의 능력자체에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었다.

그런 휴안을 말없이 빤히 쳐다보던 엘퀴네스는 피식 웃고는 대답했다.


그로인해,인상을 계속 구기고 있던 상아빛의 피부가 부드럽게 펴지고

차갑게 올리간 눈꼬리가 살며시 쳐지며 웃는 엘퀴네스는 가히 아름다웠다.

남성체임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줄 수 밖에 없는 그의 외모는

자연의 시선마저 뺏어간듯,

하급정령들과 다른 자연체 정령들의 경배와 감탄을 담았다.


계약해달라며 저렴하게 무릎을 꿇으며 엘퀴네스가 있는 위쪽을 쳐다보는

휴안은 잘생겼긴 정말 잘생겼다, 라고 생각했다.




[가능하지.]

"계...계약해주십쇼...!"






[그래, 그럼 계약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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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22 23:03 | 조회 : 877 목록
작가의 말
nebuia

역사의 순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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