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쓸모 있는데?




2화



그로부터 15년 후,

그는 최소한의 생활만 유지한 채, 술에 빠져들었고

어린 휴안은 그 누구의 애정을 받지도 못한 채 자랐다.

휴안의 후줄근한 모습에서 헤일리의 모습을 계속 찾게되고

그로인한 괴로움은 현실을 등지기에 충분했다.

그무렵 휴안은,





"제기랄.. 먹을게 아무것도 없잖아 ,"




그렇다.

거칠게 자라고야 만것이다.

투명한 벽안과 칠흑같은 머릿결은 뭇 남성의 마음을 두드리기에 충분하지만

그조차 관리를 받지못해 미역같이 뭉쳐져 있는 긴 앞머리에

뽀얀 복숭아 빛 얼굴과 선명한 이목구비는 가려져 있는 것이였다.


비록 도둑질같이 양심에 매우 찔리는 행동은 하고 있지 않지만,

하루하루가 고되고, 아버지란 사람은 술을 끌어안고 살고 있으니

11살의 헤일리는 소녀가장과 다름없는 모습이였다.


'오늘은 어쩐다..'

어머니의 얼굴은 보지못했지만 아버지에겐 어머니의 추억이

깊게 남았는지, 어머니의 죽음 이후,

도망치듯 낮은 산 중턱의 허름한 집에 살게되었으나

그로인해 정상적인 삶과는 더욱 동떨어지게 된 것이다.


휴안의 허기로 주변의 먹을만한 풀들은 모두 씨가 말라버렸으니,

눈앞이 깜깜해지는 휴안이였다.


털썩-


"응...?"


눈앞이 깜깜해 진다는 것은 고생을 빗대어 하는 말인줄 알았건만,

정말 쓰러진것이였다.


"이런 젠장, 무슨...!.."


고운 입에서는 필터되지 않은 욕설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고,

아는 욕짓거리를 다 내뱉고나서야 휴안은 기운이 없는 듯 잠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정말 배고픈데..'


아버지는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럴 때면 정말 원망스러웠다.

문득 엎드린채 주위를 둘러보던 휴안은

사물이 아닌 '것'들에 시선을 주기 시작했다.


"야"


반투명한 물빛의 작은 인어들.

이세계는 그것들을 정령이라고 불렀지만,

배우지 못한 휴안이 정령을 알리 만무했다.

심지어 어릴 때 그것들에 대해 아버지께 물어봤지만

돌아오는건 술주정과 이제 유령도 보냐-하는 경멸어린 시선이였다.


[쟤봐..꼭 우리를 보고 있는거 같지 않니?]

[설마~ 몇일전부터 기운 없는거 같더니 불쌍해! 꺄르르-]


당연히 일반인의 눈동자에 보일리없는 정령이라

휴안을 가볍게 무시했지만

무시에 발끈한 휴안은

허기에 핀트가 나가버린듯 ,


"니네 못먹냐?"


라고 말해버린것이다.


섬뜩-


[아냐아냐!! 쟤 정말 우리랑 눈마주치고 있다니까...?]

"그래 너 말이야, 불쌍하면 뭐라도 주던가. 어?

주지도 않을 것들이 ......"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엎드린 그 자세 그대로 하는 휴안이였고,

이에 대한 오싹함과 인간이 저를 본다는 호기심이 공존했던

물의 하급정령, 나이아스들은 저들끼리 소근대다가

작은 물방울을 모아 휴안에게 먹여주었다.


꿀꺽,꿀꺽-


기운이 없는 탓에 물도 제대로 못 마셨던 휴안은 단숨에 먹어치웠고,

이내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


"니네도 쓸모가 있구나? 유령주제에,"

[유령이라니 너무해!]

[우린 유령이 아니야, 정령 나이아스라구.]

"음..에..정말? 그런건 처음들어봐."


나이아스들의 말을 듣고 머리를 긁적이던 휴안은

물로 배라도 채우자 문득 씻은게 오래된 것이 생각났고,

불쾌해질려는 몸을 이끌고 개울로 가려 마음먹는다.


"아..뭐.. 물 준건 고마운데, 혹시 뭐 먹을건 없어? 과일같은거."


자신에게 상스러운 욕을하다가 물 한번에 태도를 바꾸자

아까의 오싹함은 없어진 듯 저들 끼리 웃던 나이아스들은

휴안에게 주변의 과일이 열린 곳까지 데려다 주겠다, 말했다.


'유령이 공중에서 물도 만들어내고, 생각보다 쓸모있잖아?'


하는 불순한 생각을 하며 휴안은 전에 없던 밝은 미소로

나이아스들을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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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17 23:01 | 조회 : 1,018 목록
작가의 말
nebuia

밝은 성격으로 자란 휴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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