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하늘을 닮은 남자(3)

입맞춤에 담긴 감정은 절제되어 있었다.

입 안의 혀는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새가 부리를 마주치듯 입술만 부딪히는 무미건조한 입맞춤.

뒤에서 지켜보는 자들은 그 행동이 아주 일상적인 것인 양 늑대가 풀잎을 바라보듯 아무런 감정을 담지 않은 시선을 주었다.

입술이 닿아있는 시간은 꽤나 길었다. 입술 사이에 무언가 소름끼치는 기운이 오간다고 루젠은 생각했지만, 아무 변화도 없었기에 그는 그것을 그냥 마음이 불안해서 생긴 쓸데없는 기우로 치부해 버렸다.

변화가 생긴 것은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내내 눈 위에 드리워져 있던 엘프의 얇은 눈꺼풀이 올라가면서 그의 푸른 눈이 동그랗게 뜨여 그를 응시했다.

파르르 떨리는 동공에 그가 무언가에 역력히 놀랐다는 것이 드러나 있었다.

기묘한 기운이 주위에 일렁였다. 잠시 얼떨떨한 표정으로 루젠을 보던 그가 다가올 때처럼 살그머니 자신의 입술을 루젠에게서 떼었다.

맞닿아 있던 따뜻한 기운이 사라지자 찰나였지만 공허감이 느껴졌다.

눈앞의 남자가 내쉰 숨결이 제 입술에서 옅게 느껴지자 루젠은 충동적으로 양 팔로 엘프의 허리와 머리 뒤를 휘감았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놀란 남자의 입이 살짝 벌어진 순간 루젠이 그의 입속으로 파고들었다.

“읏…….”

남자의 흰 신발이 살며시 바닥에 닿자 마치 루젠이 남자를 위에서 덮치는 듯한 모양새가 되었다.

루젠의 움직임이 먹이를 사냥하는 흑표처럼 우아하지만 강한 것이었기에 힘의 차이를 직감한 엘프는 저항조차 하지 않았다. 만약 저항하려는 움직임이 붙들리게 되면 뒤에서 지켜보는 자들이 크게 동요할 것이었다.

멍하니 벌어진 그의 잇새로 루젠의 혀가 파고들자 갈 곳을 잃었던 그의 손가락이 오그라들었다.

루젠의 혀가 제가 있는 입 안을 서서히 탐하였을 때 서늘했던 주변의 공기에 열이 오르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말캉한 혀가 서로 얽히고 타액이 오가자 호수 같던 푸른 눈이 다시금 파르르 일렁이면서 질끈 감겨져 버렸다. 감겨진 흰 속눈썹 아래로 보이는 발갛게 물든 볼이 눈에 띄었다.

혀가 입천장을 쓸어올리고 입안 구석구석의 예민한 부분을 건드릴 때마다 엘프의 몸이 움찔거렸다. 입에서부터 전해져오는 저릿한 느낌에 가늘고 얇은 손이 흠칫거리더니 루젠의 어깨를 꼭 붙들었다.

끊이지 않는 불길에 그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릴 때 쯤 루젠이 그를 놓아주었다. 빠져나가는 혀의 움직임은 들어올 때와 별반 다르지 않게 부드러웠다.

봉해져 있던 공기가 한꺼번에 들어오면서 그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의 입가에서 빛을 반사시켜 반짝이는 무언가를 가리려는 듯 그는 자신의 소매를 올려 제 입을 가렸다.

넓은 소매에 꽃잎과 같이 은은히 분홍빛으로 물든 그의 얼굴도 함께 가려졌다.

그런 그에 반해 루젠은 입가에 묻은 것을 소매로 슥 닦고서는 그저 빙긋이 웃을 뿐이었다.

흐트러진 자신의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인지 그는 자신의 숨결이 원래대로 돌아올 때까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머릿속이 맑아지자 저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루젠의 시선이 느껴졌다.

빤히 주어지는 시선에 그는 대꾸도 않고 몸을 빙글 뒤로 돌렸다.

뒤에서 느껴지는 한 사람의 시선보다 더 많은 시선들이 의문을 가지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입술을 달싹거리자 흐트러진 목소리가 주위로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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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15 03:20 | 조회 : 1,28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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