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
"네."
"6시까지 나와있고."
형이 내려서 저만치 앞으로 걸어갔다.
그 뒤를 따라가자 어떤 예쁘게 생긴 여자가 형의 팔짱을 꼈다. 그저께의 그 여자다.
"어머~진혁아♡"
"누나 주말 잘 보냈어?"
"당연하징~"
여자가 날 깔보듯 쳐다봤다.
"진혁아~ 쟨.. 오늘 처음이지 않아~?"
"응. 처음이지."
"길 안가르쳐줘도 돼?"
"알아서 가겠지. 누나가 더 중요하니까."
"어머~너도 참!"
깔깔거리며 웃는 모습에 형도 웃어주었다.
나한테는 보여준적 없는 그런.
멍-
"노예가 주인에게 대할 태도는..."
쿡쿡.
"...어?"
옆에 예쁘장한 남자아이가 자신의 공책에 글을 써서 보여주었다.
'안녕'
"...?"
'난 말을 못해.'
방긋, 웃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아."
'친하게 지내자.내이름은 하늘이야. 넌?'
"으응. 난 윤승현."
그렇게 새로운 짝과 대화를 하다보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기쁜 표정으로 하늘이가 벌떡 일어났다.
"왜?"
내 손목을 잡고 끌어당기는 하늘이를 따라가보니 형과 함께 서있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안경을 쓴, 형의 친구로 보이는 그 사람은 사람들을 헤집고 하늘이에게 다가가서 안았다.
"하늘아~끝나자마자 온거야? 예쁘네."
"아아..저새끼 또시작이네."
"우리 하늘이가 얼마나 착하고 예쁜데. 그치 하늘아?"
얼굴을 발그스름하게 붉히는 하늘이가 부러웠다.
"표준형, 또 나댄다."
웃으며 말하는 형과 눈이 마주쳤다.
"아아, 하늘이랑 친구먹었냐? 얜 내 노예, 열여섯."
"우리 하늘이랑 친구네. 친하게 지내라? 우리 하늘이가 친구가 없어서-"
찌릿.
"미안.."
좋겠다. 행복해보였다.
형이 날 뚫어져라 쳐다보았지만 난 애써 무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