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뭐야?

결국 그날 탈탈 털린 멘탈로 숙제를 마치고 집안일도 끝냈다. 평소와는 달리 일어나도 개운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오늘은 또 무슨 미친 일이 일어나려고... 찝찝함에 씻고 나와 아침을 먹으려고 했지만 입맛도 없고 달달한 게 땡겼다.

“망고 브리오슈나 먹을까.”

이 험난한 세상에서 나를 위로해 주는 것은 승현이 형이랑, 현우 형이랑 망고 브리오슈 밖에 없어! 아직은 약간 쌀쌀한 날씨에 가볍게 하늘색 가디건을 걸쳤다.

이제는 이사를 해서 디저트 가게와 더 가까워졌다. 일부러 처음에 갈 때 학교랑 가까운 가게로 간 것이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집을 학교 근처로 이사했으니까 말이다.

디저트 가게는 예전과 다른 것이 없었다. 하긴...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엄청 지난 것 같지만 아직 완전한 여름도 아니었다. 그런데 녀석들이 벌써 이렇게 날뛰다니...

망고 브리오슈를 골라 계산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물론 예전에 승현이 형과 함께 앉았던 곳에서 먹었다. 형과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좀 아쉬웠다.

‘연락 할 걸 그랬나, 그래도 바로 다음날 만나기에는 좀 그래서.’

“앗,”

시럽이 입가에 흘렀다. 습관처럼 혀를 내밀이 슥 핥자 달콤한 맛이 느껴졌다. 음, 다 핥았나보군. 어디선가 사진 찍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지만 혹시나 옷에 흘리지는 않았을까 걱정하다 신경 쓰지 않았다.

“흘린 곳은 없나보네.”

아침을 먹지 않아서인지 디저트는 금방 동이 났다. 뭔가 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내 처지에 이정도 먹은 것도 사치야. 먹은 것을 깨끗하게 정리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행복한 마음으로 가게를 나와 잠시 시내를 활보했다. 인형 뽑기 가게도 잠시 기웃거리고 꼬치를 먹을까 하다가 차마 용기가 안 나서 돌아서기도 했다.

‘먹고 싶은데... 사람이 너무 많아’

게다가 어느새 많이 깜깜해져서 집으로 가지로 했다.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골목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뭐지...?’

뭔가 저번에 느꼈던 기시감이 들었다. 뭔가 오늘 정말 무슨 일이 있을 것 같은 일이... 고개를 내저으며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결정이 내 무덤을 파는 일일 줄 누가 알았을까.

여자 하나와 불량배 여럿이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아... 진짜. 또야?’

멀리서 살짝 본 여자는 누가 봐도 여주였다. 까만 머리에 까만 눈에 시뻘건 입에 하얀 얼굴에... 솔직히 이렇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예쁘기는 했다. 잠깐, 이 생각도 예전에 했던 것 같은데?

“아진아!!! 도와줘!”

소리치는 말에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본 불량배들이 나를 발견하고 얼굴을 구겼다. 어? 근데 저번의 놈들이랑 다른데. 좀 더 강해 보여.

“흐음~? 뭐야, 저 녀석”
“약해보이는 데?”
“아가, 함 댐벼 봐라.”

이상해. 저번이랑 뭔가 달라. 하지만 여자애를 놔두고 갈 수도 없고. 고민은 짧았다. 이미 바로 눈앞까지 주먹이 가까이 왔거든.

“젠장,”

확실히 일반인은 아니다. 프로까지는 아니더라도 꽤나 운동은 해본 사람들이다. 이거 진짜 잘못 걸렸잖아. 근데, 얘는 왜 맨날 여기까지 와서 이런 일을 당하는 거야?

“뭐해!? 빨리 이리와!”
“앗, 아진아~”

도망이라도 가야지 안 되겠어. 숫자도 많고, 아무도 여주를 신경 쓰지 않는 사이에 녀석의 손을 잡고 뛰어가려고 했다.

“으윽-!”

무슨? 갑작스러운 충격에 눈이 흐려졌다. 전기충격기? 바닥에 쓰러지며 녀석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무슨 인거지?

“쓸모없는 놈들, 꼭 이렇게 내가 나서야 해? 여럿이서 하나 못 잡아?”
“죄, 죄송합니다. 아가씨.”
“뭐, 야. 너...”

아가씨? 애써 정신을 차리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다행이 충격의 강도가 높지는 않았는지 바로 정신을 잃지는 않았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머? 아직 정신을 안 잃었네? 대단하다. 하긴 강도가 좀 약하기는 했지. 좀 자둬 아진아.”
“너...!”
“재워.”
“예!”

코에 대어진 수건에서 알 수 없는 축축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감기는 눈 사이로 빨갛게 찢어진 미소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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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21 17:52 | 조회 : 3,616 목록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주 왜 이럴까요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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