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로그아웃 좀 시켜주세요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급식실로 들어서자마자 양쪽으로 쫘악 갈라지는 기적을 바라보며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시발... 엄마

점점 내 말투도 험악해지는 것 같았다. 난 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 이 녀석들과 같이 다니다 보니 욕이 많이 늘었다.

얘들이랑 다니려면 이것도 익숙해져야 하는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그 엄청난 단어들의 조합이라니... 역시 책을 잘못 골랐어.

어쩐지 오늘따라 비가 내리더라니. 더 힘이 들려고 그랬구나. 식사를 마치고 굳이 매점에 가서 먹을거리를 사와 반에서 까먹고 있던 윤슬우가 말했다.

“아진아!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체했어? 그럼 안 되는데...”
“아니.”
“뭐야, 너 아프냐? 아프면 말을 해야지! 약 먹어야 하나?”
“제가 양호실에 데려다 드리죠.”
“호들갑 떨지 마.”

분명 아니라고 했는데요... 어느새 나를 번쩍 안아들은 서하진 때문에 말문이 막혔다. 이거 공주님 안기잖아! 왜 이렇게 가볍게 안아! 아니, 너 다른 때는 머리 핑핑 돌아가면서 왜 이래!

그러자 주위에서 당연하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어머, 저기 봐. 역시 얼음의 공주. 벌써 불멸의 수호자를 함락시켰어...”
“둘이 빼박 커플이네, 커플이야.”
“으윽, 그림이 된다... 안 돼! 난 그래도 피의 기사님을 지지하겠어! 역시 공주님은 기사와!”
“아니야, 공주님은 왕자님과! 나는 금빛의 프린스를 응원하겠어!”
“슈발, 나만 암흑 속의 군림자 지지하냐? 딱 뭔가 각 나오잖냐! 마왕에게 납치 된 공주가 오히려 사랑에 빠져버린! 그런 거!!!”

으앙... 제발 다들 닥쳐줘... 이런 소리들은 안 들리는지 사대천왕 녀석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심지어 강세찬 녀석도 잠시 미간을 꿈틀거렸을 뿐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서하진의 귀에 대고 소곤소곤 말했다. 주위에서 비명소리가 들렸지만 사뿐히 무시해줬다.

“저기... 하진아?”
“네.”
“내려줘도 될 것 같은데. 나 아프지도 않고. 무겁,”
“너무 가볍네요. 역시 아픈 게 틀림없습니다. 양호실로 가죠.”

끝까지 좀 들어줘... 아무래도 내려놓을 생각이 없어보여서 겁이 났다. 안 돼! 내 평탄한 학교 생활이 무너지고 있어!

그렇지만 힘없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반쯤은 체념한 채로 몸에 힘을 빼고 서하진의 몸에 기대었다. 물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내 초상권...

근데 이번에는 남자애들이 문제였다. 내 어디가 그들을 자극했는지는 몰라도 이상한 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시발... 야, 나 선거 같아.”
“미친, 어디서 고귀한 공주님께 그런 더러운 소리를!”
“맞아 새끼야! ...근데 솔직히 꼴림.”
“인정. 존나 귀엽네. 귀 약간 빨개진 거 봐.”
“저런 애인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에도 무시하겠지 싶었던 놈들이 갑자기 눈에서 불꽃이 튀더니 서하진을 시작으로 무서운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하하하. 그 더러운 입, 다시 한 번 놀려보시죠?”
“그래!! 이 오크 같은 것들이 어디서 아진이를 노려!”
“너네... 뒈지고 싶냐? 난 남자한테는 가차 없거든?”
“시발, 닥쳐라.”

왠지 모르게 모두가 발끈해서 한 마디씩 하더니 합죽이가 되어버린 남자애들을 버려두고 나왔다. 물론 서하진이 나를 안고 있는 채로.

문을 뒤로하고 나가는데 조그맣게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역시 얼음 공주...”

여기서 빠져나가고 싶다

4
이번 화 신고 2017-01-19 13:03 | 조회 : 4,480 목록
작가의 말

이번 편은 저도 쓰다가 죽을 뻔했어요. 항마력이 부족해... 독자님들도 힘내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아진이 파이팅!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