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어쩔 수 없잖아

어느 정도 내 사정도 정리가 되었겠다 싶어서 한숨을 돌리는데 갑자기 학교에서 체육대회를 한다고 했다.

그것 때문에 학교 분위기도 많이 들떠 있는 상태였다. 학생회장인 서하진은 대회 준비로 바쁜 탓에 얼굴보기도 힘들었고 오히려 대회에 나간다고 나머지 녀석들과 연습하는 강세찬 녀석을 더 자주 봤다.

그런데 눈만 마주치면 인상을 팍 찡그리기에 나도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도대체 내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체육시간이 되어서 옷을 갈아입고 나와 운동장으로 향하는 데 하필 딱 강세찬과 마주치게 되었다. 자신도 날 만날 줄은 몰랐는지 멈칫했는데 그것도 잠시 인상을 찌푸리면서 지나쳤다.

“잠깐만,”

왜 그러는지 이유라도 들어보자는 심정으로 불러 세웠다. 그래도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는 건지 멈춰주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지?”
“뭐가.”
“나만 보면 인상을 찌푸리는 것 말이야. 설마 모른 척 하지는 않겠지.”

말을 마치자마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성큼성큼 걸어온 녀석이 씹어 뱉듯 말했다.

“네놈이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든 속지 않아.”
“그게 무슨 말,”
“내가 모를 줄 알았냐? 네가 현지인 때문에 이곳으로 전학 온 것을?”

순간 숨이 멈출 것처럼 놀랐다. 소설 속에서 그것을 아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남주들도 웃으면서 다가온 아진을 친한 친구처럼 받아주었다. 나중에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그의 속을 알게 되어 배신감에 치를 떨던 그들이다.

‘그런데 그걸 알고 있다고?’

놀란 모습을 긍정으로 알았는지 입술을 비틀려 웃었다. 얼어붙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나를 두고 등을 돌리며 그가 화를 참는 것처럼 말했다.

“다시는 그렇게 하게 두지 않아. 두 번은 속지 않는단 말이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두 번은. 그가 하는 말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이해는 갔지만 그럴 리가 없다고 애써 부정했다.

‘뭐야...?’

마치 강아진이 여주에게 했던 일을 알고 있다는 것처럼 말했다. 소설 속의 내용을 다 알고 있다는 것처럼. 다 아는 것을 넘어서 직접 경험 해 본 것처럼.

‘강세찬이... 회귀했어?’

여신님이 나에게 빅 엿을 선물해 주셨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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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17 17:43 | 조회 : 4,571 목록
작가의 말

아진이의 선택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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