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강아진의 푸념

어느 새 한 달이 지난 지금. 주인공들과도 많이 가까워진 상태다. 역시나 소설답게 이 녀석들을 피할 수 없었고 다른 아이들이 나를 꽤나 어색해해서 어쩔 수 없기도 하다. 자리 바꾸기 전에는 내 옆의 짝이 내가 한숨만 쉬어도 미안하다고 사과했어...

그리고 그토록 고대했던 이사도 마쳤다. 원래 살던 집은 학교에서 멀기도 하고 혼자 살기에는 좀 커서 학교 근처의 원룸으로 이사했다. 다만 꼭 사수하겠다던 침대와 전신거울 때문에 방이 상당히 비좁아졌다.

이사한 뒤에는 알바를 하나 구했는데 어찌어찌 바텐더 일을 구하게 되었다. 예전에 관심이 있어 바텐더 자격증을 딴 적이 있었는데 알바로 채용이 될 때 사장인 형이 바로 투입이 가능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며 내가 칵테일을 만드는 것을 보고는 바로 채용한 것이다.

내 돈도 아닌데 막 쓰는 것도 죄송하고 정규 수업만 듣고는 바로 하교하는 나로서는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저녁시간 대에다가 주 3회만 하면 되고 시급도 괜찮아서 이번 주부터 하기로 했다.

물론 그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진해서 아웃사이더로 살아온 만큼 할 것이라고는 공부밖에 없었기에 수업이 어렵지는 않았다. 외로움을 공부로 달래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서까지 공부로만 학창 시절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서하진이란 놈은 겉으로도 반듯해 보였는데 수업시간에 힐끗 보니 완전히 모범생인 듯싶었다. 그리고 나중에야 알았는데 심지어 학생회장이라는 것을 하고 계셨다고 한다.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칭찬이 자자하더라.

가끔 눈이 마주치면 싱긋 웃어주는 데 주위에서 싱그러움이 막 퐁퐁 솟아오르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의외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들, 특히 여자아이들에게 일정 선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채시원은 성격 그대로 호탕하고 능글거렸다. 솔직히 좀 느끼해서 그렇지 잘생기기도 했고 매너도 좋아서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런데 공부는 남주들 중 2번째로 잘한다고 하더라...

근데 너무 헤픈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뭔가 덜떨어져 보이기도 하고 가끔은 능글거리기가 지나쳐 아저씨 같았다. 자주 와서 귀찮게 하기에 아저씨 같다고 그랬는데 급 상처 받더니 또 금세 빙글거리면서 와서는 까칠한 것이 아기 고양이(...) 같다고 했다.

윤슬우는 완전히 귀염 상이었다. 말투도 그렇고,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여자는 물론 남자아이들 사이에서도 귀여운 동생 정도로 인식되고 있었는데...

솔직히 나는 이놈이 제일 꺼려졌다.

분명 그냥 귀여운 아이일 텐데 중간 중간 느껴지는 묘한 위화감이 놈이 위험하다고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너무 완벽해 보여서 애써 그 불안감을 떨치려고 했다. 그 완벽함이 오히려 그를 이상하게 보이게 했음에도.

가장 파악하기 힘든 것은 강세찬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수업에 잘 빠지는 놈이기도 하고 수업을 들어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지 창가 쪽에 앉아서 무덤덤하니 창밖만 바라보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는 수업 중에도 바로 나가곤 했다.

그런데 선생님들이 터치를 안 해... 왜죠. 옆에서 쫑알거리는 여주의 말로는 이 학교의 이사장이 강세찬의 할아버지라는데 그것 때문인가. 그리고 공부 안하려면 자기만 안하면 되지 꼭 채시원이나 윤슬우 둘 중 하나는 데려갔다.

그래놓고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니어서 인생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제일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넷 다 집이 겁나게 부자야...

하지만 평범한 소시민인 나는 조금씩 오르는 버스비에도 벌벌 떤다. 아,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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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17 15:18 | 조회 : 4,908 목록
작가의 말

늦게 왔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수정했습니다! 이런 실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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