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등교

피곤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털썩 누웠다. 이사해서도 꼭 침대는 사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

문제는 거기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당장 내일이 등교인데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여주와 같은 반 이었다. 물론 남주들은 말할 것도 없이 같은 반이었고.

“하- 자퇴하고 싶다.”

돌아오면서 사온 딸기우유 사탕을 꺼냈다. 예전부터 단맛을 좋아했기 때문에 자주 사먹곤 했다. 내 입맛에는 이게 제일 맞기도 했고.

입안에서 조용히 사탕을 굴렸다. 또록또록 굴러가는 느낌이 재미있었다.

‘...나도 주책이지’

아무리 걱정해봤자 내일은 오게 되어있고 나는 힘없는 학생이기에 굴러가던 사탕을 깨물어 삼키고는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커튼을 열어 놓고 자서 그런지 햇빛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알람이 울리기 20분 전에 일어났다.

“아...”

20분 더 잘 수 있었는데

잔뜩 잠긴 목소리가 나와서 뒷말을 잇지 못했지만 뭐, 이왕 일어난 거 그냥 씻었다. 머리를 깔끔하게 말리고 교복을 입는데 내 신세가 너무 처량했다.

“아니, 나이 30에 교복이 말이 되냐고...”

말은 그러면서도 착실하게 옷을 갈아입고 왜 있는지 모를 전신거울 앞에 서서 복장을 점검했다. 침대 말고 가져가야 할게 늘었네. 생각보다 편하다.

시간이 족히 10분은 남았기에 침대에 앉아서 이것저것 생각했다. 예를 들면 여주랑은 절대 아는 척 하지 않는다던지, 남주들과는 일절 접촉하지 않는다던지 같은 것 말이다.

그냥 성적도 그럭저럭 내다가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졸업하고 대학도 졸업하고 취업하고 은퇴하고 하다보면 시간이 지나가겠지.

그런데 왜 이리 허전할까. 무언가 빠진 느낌이 들었지만 애써 모른 척 했다. 핸드폰을 보니 이제 가야할 시간이었다.

한 번 더 옷을 점검하고 집을 나섰다. 날씨가 내 기분과는 다르게 너무 좋았다. 항상 날씨는 이렇게 기분과는 반대된단 말이야.

버스를 타는 데 역시 등교시간이라서 그런지 학생들이 많았다. 할 수 없이 버스 손잡이를 잡고 서서 가는데 점점 사람들이 몰려 들더니 내 옆에 있는 남학생과 딱 붙어서가게 되었다.

끼익- 툭

갑자기 버스가 급정거해서 그 남학생과 부딪히게 되었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번쩍 들고는 사과했다.

“아, 죄송합니다.”
“음? 아니야~ 사람이 많으니까 어쩔 수 없지~”

시원시원하게 생긴 미남이었다. 붉게 타오르는 머리를 보고 여기가 진짜 소설 속이 맞긴 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씩 웃는데 뭔가 잘못 걸린 것처럼 소름이 돋았다. 심지어 노을빛의 눈동자는 나를 삼키는 것 같았다.

나보다 키가 큰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초면에 반말까지 하니 더욱 싫었다. 게다가 말투는 왜 이렇게 능글거려!

하지만 무거운 버스가 계속 급정거를 해서 남학생에게 자꾸 부딪쳤기에 조용히 입 다물고 있었다. 다만 같은 교복을 입는 것을 보고 같은 학년이 아니기 만을 빌었다.

그리고 그것은 교실에 들어간 순간 산산이 조각났다.

놀란 여주와 마찬가지로 놀랐지만 곧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 녀석의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그 순간 본능적으로 나는 녀석이 남주들 중 하나라는 것을 눈치 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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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09 18:31 | 조회 : 4,664 목록
작가의 말

능글거리는 공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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