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여주

행복한 마음으로 가게를 나와 잠시 시내를 활보했다. 인형 뽑기 가게도 잠시 기웃거리고 꼬치를 먹을까 하다가 차마 용기가 안 나서 돌아서기도 했다.

‘먹고 싶은데... 사람이 너무 많아’

게다가 어느새 많이 깜깜해져서 집으로 가지로 했다.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골목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 결정이 내 무덤을 파는 일일 줄 누가 알았을까.

약간 후미진 곳이기는 했지만 정말 소설처럼 여자 하나와 불량배 여럿이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아... 진짜’

멀리서 살짝 본 여자는 누가 봐도 여주였다. 까만 머리에 까만 눈에 시뻘건 입에 하얀 얼굴에... 솔직히 이렇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예쁘기는 했다.

두 눈에 살짝 고인 눈물은 주위에 몰린 불량배들을 잠시 움찔하게 만들었을 정도니까. 어쨌든 그건 그거고 엮기기는 싫었기에 조용히 빠져나오려고 미련 없이 뒤돌았지만...

“자, 잠깐만요!! 도와주세요!!”

이 여자의 말만 아니었어도 됐는데 말이야. 소리치는 말에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본 불량배들이 나를 발견하고 얼굴을 구겼다.

“뭐야? 남친 이냐?”
“꼴에 기사행세하려고?”
“좆도 모르는 게... 어디서 이 형님들이 일 좀 하겠다는데 끼어들어?”

어떻게 빠져나갈까 고민하는 사이에 불량배들의 입담은 점점 더 더러워졌다.

“야, 잠깐만... 근데 저 놈도 남자치고는 꽤 반반하잖아?”
“그러네? 실제로 맛보면 이 여자보다 더 할지도 모르겠어. 크하하하!”
“이 오빠들이 잘 해줄 테니까 이리 와봐.”

역시 남을 앞에 두고 생각에 빠지는 버릇은 빨리 고치는 게 낫겠다. 여주의 얼굴이 점점 새파랗게 질려가고 있었다.

“음? 쫄았냐? 걱정하지 말라니까~ 살살해줄게”
“그래, 넌 그냥 밑에서 앙앙거리며 울기만 하면 된다니까!”

‘아, 이젠 나도 못 참겠다.

여주를 도와주는 것 때문이 아니더라도 모욕적인 말들을 참을 수 없었다.

“크하하하...컼!”

우선 한 놈

“이, 이놈이! 케엑-”

두 놈

“맞아라!!!”

뒤에서 달려 들려면 조용히 접근해야지, 세 놈

“도, 도망가자!!!”

네... 어라? 다 도망가네? 되도록 빠르게 끝내고 싶어서 한 번에 한 놈씩 쥐어 패는데 어느 순간 다 도망 가버리고 말았다.

도망가는 것을 쫓아갈 이유도 없고 해서 그냥 내버려두고 손을 털었다. 이제 조용히 집만 가면 된다. 뒤돌아서는 나를 붙잡은 여주만 없었다면.

“저 잠시 만요!!”

왜또. 슬슬 짜증이 나려는 마음에 가만히 쳐다보니 이 여자는 눈치도 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정말 감사해요. 덕분에 살았어요. 꼭 보답할게요.”
“아닙니다. 보답은 괜찮습니다. 그럼.”
“아, 저 잠깐만요.”

뭐, 왜, 뭐. 왜 불러. 나 진짜 피곤해 빨리 가고 싶다고. 그렇지만 방금까지 큰일 날 뻔 했던 사람에게 화내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아 그냥 한숨만 쉬었다.

“후- 뭡니까.”
“아니, 아 그게... 그냥 이대로 보내드리는 것이 죄송해서요. 연락처라도 남겨주시면...”

아, 이 여자가 왜 이래. 구질구질하게. 이럴 때 일수록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여주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보답은,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눈을 반짝이며 기대감에 찬 얼굴로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나나 할 말은 하는 남자지.

“제가 피곤해서 그러니 더 이상 부르지 말아 주십시오.”

예상치 못한 말을 들었는지 벙찐 여주를 내버려두고 골목을 빠져나왔다. 괜히 골목으로 와서는... 그러나 이걸로는 모자랐는지 뒤에서 소리치는 게 들렸다.

“제 이름은 현지인이에요!! 꼭 보답할게요.”

여주 맞잖아. 무슨 이름이 현지인이야. 여기 사는 사람이라 그래?(드립) 그리고 이 아가씨야... 보답 필요 없다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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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09 13:00 | 조회 : 4,598 목록
작가의 말

여주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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