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강아진

소설의 악역 ‘강아진’ 그래, 처음에는 이 이름 때문에 소설을 사게 되었다. 나와 같은 이름에, 너도 많이 놀림 받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은 것이다.

측은한 마음에 읽은 소설에서 강아진은 꽤나 불쌍한 녀석이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조부모님 밑에서 자라왔고 고등학생이 되자 몸이 약해졌던 조부가 요양을 떠나가 되어 혼자 남게 된 것이다.

본래 밝은 성격이었던 그가 어두워진 것도 그 탓이었다. 다행이 물질적으로는 풍족했지만 친구 하나 없이 정신적으로 너무 외로웠던 탓이다.

그러다가 여주를 만나 처음으로 조부모 이외의 사람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를 들은 그는 한 줄기 빛을 본 것과도 같았다. 망설이지 않고 전학 수속을 밟고 다원고로 온 것이다.

오직 그녀만을 보기 위해서

처음에는 그랬지만 점점 욕심이 커져갔고 그 욕심은 결국 그녀를 소유하고 싶다는 것에 이르러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한다.

어쩌면 소설 속의 ‘강아진’과 ‘나’는 닮은 구석이 있었다. 그래서 여주의 선택에 더 화가 난 것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일은 이미 벌어졌고 나는 내일 다원고로 가야한다. 가는 것은 가는 거니까. 내 미래를 위해서라면 해야지 어쩌겠는가.

그리고 집부터 이사를 해야겠다. 여기서 다원고 까지는 너무 먼데다가 내 돈도 아닌 것을 막 쓴다는 것이 좀 껄끄러웠다.

작은 원룸으로 이사해서 청소거리도 줄이고 해야지. 넓은 집에 혼자 있어서 뭐하나. 그 외에 집에 있는 것도 별 것 없었다. 다 기본적인 물품이었고 냉장고마저도 생수 몇 통에 쌀 밖에 없었다.

“냉장고에 쌀은 왜 넣어 둔거지?”

어차피 원룸으로 이사하면서 냉장고도 작은 걸로 바꿀 거니까 안에 내용물이 없는 것이 더 나았다.

해가 지고 있었다. 저녁은 밖에 나가서 먹어야지. 핸드폰을 켜고 주위에 있는 맛집을 찾았다. 하지만 딱히 끌리는 것이 없어서 그냥 달콤한 디저트만 먹기로 했다.

‘오, 망고 브리오슈.’

약간 머핀처럼 생긴 이 브리오슈는 속에 달콤한 즙과 과일이 들어있어 맛이 일품이었다. 가끔 즙이 흘러 끈적끈적해져서 난감해질 때도 있었지만 말이다.

“좋아, 그럼 나가볼까!”

순식간에 준비를 마치고 나와 시내를 향해 힘차게 걸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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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05 21:16 | 조회 : 5,547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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