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이름(2)

순혈들의 도시는 활기차다. 아이들은 거리에서 공을 차며 놀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먹을거리를 파는 사람들, 자신의 가게로 오라며 소리치는 호객꾼. 작은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있다 보면 그런 풍경이 보인다.

"주문하신 딸기 생크림 케이크와 코코아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누나!"

작은 소년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점원은 아이의 해맑은 미소에 서비스라며 작은 쿠키를 하나 건네주었다.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한 소년은 케이크를 잘라 먹으며 행복한 얼굴로 우물거렸다.

"후후, 맛있게 드세요."
"네~"

점원이 자리를 뜨자 그곳에는 소년밖에 없었다. 소년은 코코아를 마시며 여유롭게 바깥 풍경을 즐겼다.

"역시 여기가 제일 맛있군."

소년의 목소리는 아까까지와는 다르게 조금 어두웠다. 어린아이답지 않은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그는 코코아를 치워놓고 탁자에 발을 올려놓고 다리를 꼬았다. 그릇을 손에 든 채로 포크로 케이를 잘라 먹었다.

"음?"

소년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마을 밖을 바라보았다. 죽음의 숲, 혼혈들의 마을이 있는 방향.

"쳇, 하필 이럴 때."

케이크를 왕창 입에 집어넣고 아직 뜨거운 코코아를 바라본 소년은 손을 뻗어 코코아를 덮었다. 그리고 잠시 후, 소년이 손을 치우자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입에 묻은 크림을 핥아내고는 돈과 팁을 케이크 그릇 밑에 끼워두고 테라스 밖으로 나갔다.

"어, 너 공놀이 안 할래?"

마을의 한 아이가 소년에게 다가왔다. 아이는 며칠정도 소년과 놀았던 아이다.

"아니, 됐어. 지금은 어린애 장단 맞춰 줄 시간이 없거든."
"뭐, 어?"

소년은 말을 마치자마자 사라졌고,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른 친구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나 거기 서서 뭐 하고 있었던 거지?"




10. 이름(2)



샨이 있던 곳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왔다. 푸른 빛은 공중에서 어떤 형상을 만들며 뭉쳐졌다. 그것은 한 소녀를 닮았다.

"저게 무슨..."

레바가 말을 끝마치기 전에 빛이 흩어졌다. 푸른 빛으로 빛나는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은 푸른 눈동자가 드러났다.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 너무나도 다른, 샨이라 부를 수 없는 소녀가 공중에 떠 있었다.

카니와 레바는 그 광경을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꿈같았다. 친구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았다. 그런데 그 피가 푸른 빛으로 변해 뭉치더니 전혀 다른 한 소녀가 나타났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날뛰고 있는 마물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무언가 중얼거리자 그 주위에 푸른 빛의 원이 나타났다. 그 원 안에 문자가 채워지더니 순식간에 여러 개의 증식되었다.

"저건 마법?!"

레바가 아는 한 저 원은 마법이다. 하지만 저럴 수는 없다. 그 어떤 마법사라도 저렇게 순식간에 많은 마법진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소녀가 마물에게 손짓하자 마물의 주위에 벽이 세워져 마물을 가두었다. 그 안에는 마물과 싸우던 사람들도 있었다. 소녀는 손가락으로 마물을 가리켰다. 그러자 원 안에서 여러 개의 푸른 빛 창이 날아가 마물을 꿰뚫었다. 그녀가 다시 한번 손짓하자, 벽 안이 빛나더니 거대한 마물과 그 안에 있던 사람들까지 순식간에 불타 사라져버렸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끝났다. 마물도, 여러 사람의 목숨도.

소녀의 눈에는 여전히 어떠한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짓이야!!!"

그런 그녀를 향해 레바가 소리 질렀다. 마물이 아닌 다른 선량한 사람들까지도 죽였다. 혼란이나 두려움보다 그 사실에 그는 분노를 느꼈다.

그녀는 레바를 바라보더니 땅으로 내려와 그에게로 다가갔다. 레바는 무언가에 묶인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는 레바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더니 말했다.

"레스?"

어느 소녀가 그를 불렀던 이름으로, 그녀도 그렇게 그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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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01 20:01 | 조회 : 1,267 목록
작가의 말
B.B.ZZ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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