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25화 [우둔한 황제가 저지른 업.]

앞서 이야기 했던 마왕님이 잠든 방. 그러니까 제국의 지하 깊은곳은 그 방은 용사가 사라지고 나서 조금씩, 조금씩 변해갔어요.
처음엔 가구가 하나 둘씩 사라졌고 그리고 나서는 촛불의 개수가 줄었고 방이 옮겨졌죠.
이정도까지라면 국력의 변화나 국고의 위기때문에 변할 수 있어요. 아무렴, 꼐울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말이죠, 용사가 사라지고 200년쯤 지나서. 마왕과 용사가 만나고부턴는 230년쯤 지났을 떄 였을까요? 그때즈음. 제국은 우둔한 황제를 섬기게 됬습니다.
아는거라고는 사치와 자만뿐인, 국민들 짐승만도 못하게 여기는 그런 황제였습니다.
다른 나라와의 협상은 전부 저 좋을대로 하다가 전부 망해서 고립되고, 선대 왕의 업적도 모두 더럽혀졌어요. 허구한날 전쟁이 벌어지고 세금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비옥했던 땅은 매말라 잡초조차 자랄 수 없어지고. 샘과 숲은 흔적밖에 남지 않았고 쇠붙이나 날붙이는 가지는것 조차 금지.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젊은이를 징용하여 노인과 어린이밖에 남지 않은 마을. 그럼에도 향락과 사치가 넘쳐나고 계속되는 패전에도 파티를 진행하던 황궁.
제국은 파멸 직전까지 추락했습니다.
그런 나날들이 계속되자, 황제는 결국 국민들을 팔아넘깁니다.
아이는 국외의 노예로, 늙은이는 적당히 썰어서 고기로. 혹은 실험체로 국외에. 병사들중 일부조차도 생체실험의 재료로 쓰이기 위해 팔아넘겨지기도 했답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점점 유흥비가 부족해진 황제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금단의 영역에 손을 대고 맙니다.
용사가 봉인한, 인류에게 있어 재앙과도 같은 존재. 그 자리에 있는것 만으로도 억지력이 되는 존재.
마왕입니다.
황제는 술에 찌든 가신들과 여차하면 고기방패가 되어 자신을 지켜줄 병사들을 끌고 지하로 내려갑니다.
계단들을 밟고 내려갈때마다 보석단추는 딸그락거렸고 쓸데없이 높은 굽의 구두는 휘청거렸어요.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당연히도 어두워지고 추워졌어요. 그렇게 우르르 몰려간 방의 문앞.
아직까진 평화로운 분위기입니다. 마왕은 봉인되어 자고있으니까요.
황제는 살에 파묻힌 입꼬리를 끌어올립니다. 그 사이로는 누런 이빨이 보입니다. 더러워라 더러워.
가신들은 저들끼리 수근대다가 병사들에게 말합니다.

"어서 저 문을 열어라, 천한것아. 이 방에 마왕이 있단말이다."

어쩜 이리도 무례하고 건방질까요. 그래도 어쩔 수 있나요, 까라면 까야죠.
분명 오랫동안 손대지도 않은 문일텐데도 문은 삐걱거리는 소리 하나 없이 부드럽게 열렸습니다.
방안은 조금 어두웠고 많이 비어있었지만 복도에 비하면 훨씬 밝고 포근했습니다.

"안녕하신가요, 제국의황제여."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는 조금 가늘면서도 기가 센 어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목소리에 놀라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자 그곳엔 머리칼을 단정이 올려묶고는 메이드 복을 입고 무표정으로 침대옆에 서있는 여자가이가 있었습니다.
눈을 마주치자 허리를 꾸벅 숙이고는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루이지아 아히발트. 여기 이분의 직속 메이드입니다. 엄연히 인간이므로 겁먹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그보다 여긴 어쩐 일인가요? 참고로 전 용사님의 뜻을 이어받아 마왕님이 잠에서 깼을때를 대비하고 있습니다만"

조금 불손한 말투. 그런 말투가 거슬렸는지 황제는 호통칩니다.
그것도 아주 큰 목소리로 말이죠.

"건방지구나! 아주 건방져! 죽고싶은게냐! 아니, 죽고싶은게로구나! 용사고 뭐고 죽여주길 바라는것이냐!"

메이드씨의 표정은 변함없는 무표정. 하지만 황제 뒤의 모두의 표정은 엄청나게 경직되어있습니다. 마왕이 아무리 봉인되어있다고 해도 그 역시 잠든것일 뿐. 언제 깰지는 모르니까요. 그런데 아무래도 황제는 그런 가신들과 병사들의 반응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나봅니다.
그에 더 화가나 소리쳤습니다.

"이런 건방진것들..! 당당해지란 말이다! 저쪽은 잠만 자는 마왕에 연약한 여자 하나란 말이다! 저정도는 나 혼자로도 이길 수 있다! 어딜 물러나는게야!당장 돌아와!"

"건방진건 니놈이 아닌가"

황제가 말하는 도중에 끼어든 불손한 한마디.
하지만, 그 목소리는 아까 메이드의 목소리도, 병사의 목소리도, 가신들의 목소리도 아니었어요. 목소리의 어조만드로도 기온이 확 내려가는듯한 느낌.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피로와 짜증. 그리고 그 무엇보다 강조되어 들리는 그 확연한 명령조.
황제가 아는 한 이 곳에서 이 조건에 부합되는건 단 한명.
마왕이었습니다. 마왕이 잠에서 깬겁니다.
황제는 마왕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와중에도 몇번이나 도망치고싶은 마음을 억눌러야했습니다. 목에서는 녹슨 쇠가 마찰하는 소리가 나는 듯 했고 눈에서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겨우겨우 목을 돌려 본 마왕은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나른했고, 나태해 보였습니다.
그 잡아먹을듯한 눈만 빼면요.
마왕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난 아직 더 자고싶었는데 말이지."

황제는 뭐라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잠은 용사가 나에게 배푼 최후의 자비라네. 그걸 깨운데에는 그에 맞는 아주 합당한 이유가 있겠지? 전쟁같은 쓸데없는 이유로 깨운거라면 너의 목을 비틀어 따버리는 줄 알도록."

황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to be cou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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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01 02:14 | 조회 : 1,144 목록
작가의 말
어떤 사람

하핳! 1화인 줄 알았어요?? 쟌넨! 0.25화 였습니다! 다음편이 0.5화, 아마 그 다음이 1화가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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