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화 [그렇게 마계는 사라졌습니다.]

어느 옛날. 그러네요, 한.. 400년쯤 전일까? 한 용사가 있었어요.
그 용사는 정말 터무니없이 강했지만 그 용사의 몸은 조금, 약했어요. 용사의 힘과 몸의 내구성이 엇박이었던거죠. 뭐, 그래서 용사는 자신이 죽기 전에 용사가 나타나는 이유인 '마왕'을 영원히 없에고자 마계침공을 감행합니다.
3일 밤낮을 설원에서 해메이고 3일 밤낮을 사막에서 해메이고.
그리그리 도착한 마계. 너무나도 평화롭고도 조용한 곳.
전쟁이라면 이미 필요없어진지 오래. 부족한것이 없으니 다툼은 일어나지 않고 모두의 표정에서는 행복이 느껴지는 곳. 모두 현 마왕의 업적이랍니다.
용사는 이에 아무런 감상도 들지 않았어요.
'마왕은 사악하다. 인간들이 고통받는건 모두 마왕의 탓. 마계의 주민들도 전부 썩어있다.'
이것이 당시 인간들의 사상이었으니까요. 용사에겐 그저 시치미. 혹은 자랑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겠죠.
용사는 깨끗하게 정비된 길을 붉디 붉은 선홍색으로 물들이며 마왕성을 향했어요.
용사가 지나간 곳엔 이미 살아있는자는 없었고 용사는 점점더 물욕과 살해욕구에 탁해져갔어요. 마침내 용사가 마왕성에 도착했을때 용사는 이미 용사보다는 마왕에 가까워져있었어요. 물론 인간들의 관점에서의 마왕이겠지만 말이죠.
그런 용사를 보며 마왕은 안타까운듯이 혀를 차며 말했어요.

"국민들을 있는대로 죄다 싸잡아 죽이고 이곳까지 와서 나에게 보여주는것은 그 피로 물든 검날인건가? 아니면 너의 추한 눈동자인가? 어느쪽도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용사는 분노했습니다.
누구때문에 저가 용사가 되서 여기에 왔는데 어디서 감히 자신을 깎아내리는겁니까.
그런 용사를 보고 마왕은 가볍게 손을 저어 용사를 저 깊은 지하로 떨어뜨렸어요.

"대충 그쯤에서 머리나 좀 식히거라. 머리가 충분히 식고 나면 차라도 한 잔 하면서 대화라도 한번쯤 해보는게 좋겠지. 억지로 올라오려고는 하지 마려무나. 힘들어져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

마왕은 옥좌에 앉아 느긋히 턱을 괴고는 눈을 지그시 감고 죽어나간 시민들을 기억했어요.
가끔 이곳에 방문해서 직접 구운 파이를 나눠주던 피안, 꽃집을 운영하던 플로델, 시간이 될때마다 찾아와주던 이야기꾼 세르피. 그 이외의 모두들. 항상 감사를 잊지 않고 온화했으며 행복했던 그들.
마왕은 용사를 탓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들을 지킬 수 없었던 자신을 혐오하고, 비판하고, 나락으로 떨어뜨렸습니다.
마왕이 감고있던 눈을 떳을때 즈음은 이미 오랜 시간이 흘러 용사는 올라와 있었어요.
용사는 여전히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용사는 말했습니다.

"죽어, 마왕. 죽어. 제발 죽어. 제발, 제발 죽어줘. 왜 죽지않아? 몇번이고 몇번이고 죽였는데 왜 아직 살아있어? 제발 죽어. 죽어. 죽어버려"

용사는 울고있었습니다. 눈물이 방울방울 뚝. 뚝.
마왕은 그런 용사가 안쓰러웠습니다.
마왕은 불쌍한 용사에게 자신의 한가지 비밀을 알려줬습니다.

"난 잘 죽지않아. 아니지, 죽여도 못죽는다는 편이 더 맞을까. 내가 죽으려면 용제나 용사가 손을 더럽힐 필요가 있어. 물론, 넌 이미 용사가 아니야. 깨닫고 있잖아? 너, 몸 건강하지? 우리 일단 차라도 한잔 할까?"

용사는, 알고있었습니다.
더이상 자신은 용사일 수 없다는것도, 마왕을 죽이려면 용사여야 한다는것도. 전부, 전부.
우선, 용사는 마왕과 차를 마시기로 했습니다.
차를 마시면서 둘을 여러 이야기를 했습니다.
용사가 그 지하에서 올라오기까지의 이야기를 했고, 마왕은 맞장구를 쳐주며 들었습니다.
마왕이 자신을 봉인하는 방법을 이야기했고, 용사는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용사는 그제서야 후회를 알아버린 듯 합니다.
자신이 죽인 그들을 대하는 방법을 알았고, 과거를 알았고, 자신이 없는 미래를 상상해버렸습니다.
이미 마계에서 살아있는자는 본인과 마왕 뿐입니다.
분명 저가 사라지면 마왕이 혼자 남을테죠. 마왕이 죽고나면 마계는 사라질겁니다.
마왕이 봉인당해도, 마계를 떠나도 마찬가지일테죠.
용사는 마왕에게 자비를 배풀었습니다.


용사는 마왕을 봉인했습니다.
어둡지않고 춥지 않은 조금 특별한 제국 깊은 지하의 커다란 방 하나.
그 방엔 혼자 자기엔 조금 많이 큰 침대가 놓여있습니다.
그리고 그 침대에는 모든것을 잃고 용사에게 잠든 마왕이 있습니다.
언제 깨어날지는 모르지만 깨어난다고 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것입니다.
누가 뭐래도 그 마왕은, 마계에 태평성대를 가져다준 평화의 지도자니까요.

[간단 프로필]
용사_두르반 세인트
교회의 신앙에 심취한 청년. 용사를 잃은 전 용사.
마왕을 봉인한 그 이후의 행방은 아는자가 없다.

마왕_ 로이드 플라가스 프리트홀트
마계 평화의 지도자. 약 400년 전쯤에 전 용사에 의해 봉인되어 잠든상태.
용사에 의해 모든것을 잃었다.아무도 원망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평화와 타인의 행복에 기뻐하는 성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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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2-31 01:47 | 조회 : 1,47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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