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붉은 편지 봉투 (조금 어두운 내용입니다. 조금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불쌍한 탄을 어정쩡한 눈으로 바라본 캐슈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관심을 끈어버렸다.



평소 관심이 없는 것은 일저히 가까이 하지 않았다.



버튼 하나 꾹 하고 해야 켜지는 TV의 방송도 잘 안봤다.



화면속에 나오는 연애인, 가수, 연기자. 그 무엇도 이제 50대 중반을 바라보는 자신의 아버지 보다 몰랐다.



친구들이 꺄악꺄악 소리지르는 연애인도 관심이 없었다. 남들이 보면 잘생겼다는 연애인의 얼굴을 보면 잘생겼나? 싶었다.



그런 자신의 반응에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지을 때가 종종 있었다.



얼마나 남에게 관심이 없는지 1년이 지나도 자신이 같은 반의 친구들의 이름을 외웠는지도 몰랐다. 솔직하게 그 1년이 지나서 같은 반을 연속으로 해도 모르는 아이도 있었다.



관심이 없었으니까.



친구들은 관심 좀 가지라고 하지만 어찌할까. 자신이 관심을 주는 시간에 판타지라도 책을 하나 읽는 것이 더욱 유익하고 행복한 것을.



아무리 뭐라고 하여도 꿋꿋하게 관심없이 지냈다.



참, 태평했다. 친구가 어느 일진 같이 날리를 치는 누군가의 이름을 말한다면 그게 누구냐고 물었고 물어보면 그에 따라 어째서 모르냐고 날리를 쳤다. 그리 날리칠 것도 없어보였지만.



그렇게 캐슈는 자신의 모습에 다시한번 피식 실소를 터트리고 자심의 검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질 했다. 중간에 꼬이고 걸린 부분은 양손을 이용해서 살살 풀어주었다.



검은색갈 머리카락이 찰랑거렸다.



뭔가 과거로 돌아온 듯한 머리카락 색에 종종 거울을 보았다.



혹시나 자신의 이전 세계의 모습이 되었을까봐.



심장이 쿵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들며 식은 땀이 나왔다.



싫었다. 진짜 싫었다. 절때로, 절때로 싫었다.



잘란 것 하나 없는 볼품없는 옛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몸무개가 많이 나갔다. 아니 많이 나가도 상관은 없다. 다만 그 모습이. 자신이 뒤룩 뒤룩 살찌고 볼은 무엇을 입에 물지 않아도 빵빵하고 눈은 생기 없이 조그마하고 코는 낮은 납작코, 눈썹은 모나리자 같이 없어보였다.



싫고, 싫고, 또 싫은 자신의 모습이 거울에 비칠까봐 한동안 방안 구석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이전 세계에서는 그렇게까지 자신감도 자존심도 자존감도 바닥까진 내려가지 않았다.



하지만 어여쁜 외모로 생활하고 돌아왔을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니 허무함과 허상이라는 느낌에 자존심, 자신감, 자존감들 모든 것들이 바닥에 바닥을 뚫고 지하로 거기서 또 지하로 깊고 깊게 내려갔다.



억울하고 한편으로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돌아올 몸이였다면 처음부터 없고 안 주는 것이 좋았다.



몸매도 얼굴도 어느것 하나 마음에 안들었던 본래의 자신의 몸에는 자기애도 없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고, 자신을 존중할 필요조차 못 느꼈다.



자살을 하고 싶었다. 자살이 아니더라도 죽고 싶었다. 최대한 고통없이. 남들이 뭐라고 하든 죽고 싶었다.



자신의 외모 때문이 아니였다. 외모가 못생기면 어떠한가 그냥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몸뚱아리일 뿐인데.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신은 죽지 못해서 살았다.



다만 그대로면 그래로인 대로 꾸민다면 꾸민대로 놀리고 괴롭혀졌다.



자신은 어렸을때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흔히 왕따라고 하더라.



대부분이 중학교 또는 초등학교 고학년 아님 중간정도인 3,4학년때 당하더라. 하지만 자신은 달랐다.



얼마나 어렸을적부터 당했는지 기억났다.



처음부분이 너무도 기억이 선명했다.



관심이 가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좋아한다는 아니였다. 완벽하게 부정할 수 있다. 자신할 수 있다.



다만 그 아이가 친구들을 당기는 뭔지도 모를 느낌이 신기했다.



각자 따로 돌아다니며 놀고 있을때, 그 아이가 온다면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고 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 아이와 놀고 있다.



그 외의 아이들은 별로 친하지도 않았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안 놀았을 뿐이였다.



신기했다. 놀고 있는 아이들 중에 같은 곳도 비슷한 곳도 없었다.



다만 같은 나이와 같은 곳에 있다는 것들 뿐이였다. 모두가 같은 조건이였을 것들. 그래서 신기했다.



처음에는 말을 걸었다. 어느 정도 안면이 트이고 가끔 보이면 인사하고 말하고 시간이 나면 놀았다.



어느세 보니 집도 가까워서 놀러가는 사이가 되었다. 그 아이는 친구들과 놀고 물을 마실때 자신의 아버지의 가게로 왔고 자신은 같이 놀때 그 아이의 집에 갔다.



재미있었다.



집에서 술래 잡기와 경찰과 도둑 놀이를 했다. 가끔은 어린 아이 답게 밖에서 방금 만난 아이들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라거나 한발 두발 크게 뛰어 걷고 마지막에 술래가 같은 방식으로 와서 자신과 가까이 있는 사람을 잡는 놀이도 했다.



즐겁고 재미있었다.



그래, '있었다'였다. 그럴 뿐이였다. 과거는 지나고 지나서 어느세인가 캐슈의 몸에 변화가 있다. 살이 조금 붙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 보다 키도 크고 몸집이 조금 컸다. 그뿐인데 그 아이가 그러더라.



"돼지다."



라고, 몰랐다. 돼지가 뭔지도 몰랐다. 외할머니 댁에 놀러가서 오랜 만에 만났다. 조금은 기분 좋았다. 항상 어른들 사이에 있다가 친구를 만나니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하는 말이 그랬다. 웃으면서 말했다.



"응!"



해맑게. 해맑게. 그러다가 친구들이 그 아이롸 같이 놀리더라. 돼지. 돼지.



.... 음,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다가 돼지가 뭔지 아는 아이들은 조금씩 뭔가를 더 했다.



아이라는 어린 것들은 백지와 같아서 순수하다. 하지만 깨끗한 곳에 티클 같은 먼지가 없을 수는 없는 법. 순수하지 않은 아이도 있는 법이다.



아주 악한 마음은 아니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캐슈를 괴롭혔다.



순수하게. 재미삼아서. 즐겁기 위해서. 오로직 자신과 친구들이 즐겁고 신이 나기 위해서.



모래를 뿌리고. 그림을 그리는 도화지에 줄을 하나씩 끄어버리고.



하나의 친구가 그러니 다른 친구도 하더라. 이 애가 재미있어하니 해보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더라. 재미있으니 더욱 했다.



점점 강도가 심해져가니 선생님께서 꾸중을 하였다.



심술이 나고 짜증이 나는 것이다. 그것이 캐슈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혼이 나니 이러더라.



"너가 선생님께 고자질 했지! 너 때문에 혼났잖아!"



자신이 한 짓은 모른다. 그러니 남을 탓했다. 방법은 괴롭힘.



하다보니 애가 울더라. 그럼 거기서 이것가지고 우냐고 하면 더욱 서럽게 운다. 얼굴에 눈물과 콧물. 서럽게 울다가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아서 조금씩 나오는 침.



엉망으로 된 꼴을 보니 속이 시원한 것이다.



그것이 캐슈가 보낸 유치원일이다.



그래도 의기양양하게 친구들을 대했다. 딱히 보복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배웠으니까.



어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참아야 한다.", "지는게 이기는 것이다."라고



어린 아이가 이해하기는 어려운 것이지만 그냥 받아 드렸다. 참고 지면 된다.



참았다. 어머니가 그렇게 하라고 하시더라. 새하얀 백지의 도화질에 색이 칠해졌다.



그림을 그릴 차래였다. 그림을 그렸다. 참으라는 그림이 백지 위에 올려졌다.



괴롭힌 아이들은 같은 초등학교에 갔다.



한 아이를 시작으로 다른 아이들이 같이 한다.



초등학교도 유치원이랑 다를 이유가 없었다.



괴롭히고 괴롭힘 당하고. 그렇게 지내다가 굴욕이라는 느낌도 받았다. 짜증남과 괴로움과 화남이라는 것이 생겼다.



감정이라는 그림도 그리고 친구라는 그림은 희안한 그림이 되었다.



늘 어른들이 이러신다. "친구랑 사이 좋게 지내야지."



누가 친구지? 저 애? 이때까지 자신을 괴롭히고 친구까지 대동해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저애? 자신의 물건에 낚서를 하거나 마음대로 가져가거나. 수업시간에는 뒤에서 꼭꼭 찔러서 참다가 힘들어서 뒤돌아서 하지 말라고 하면 그 애가 선생님께 "선생님 캐슈가 뒤돌아서 말 걸어요."하는 저기 앞에 있는 저 애? 참다가 참다가 화가 나서 싸웠더니 친구들과 같이 1대 다수로 상대하는 자신의 앞에서 잘못 없다는 듯이 당당하게 서있는 저기 저 애?



친구. 뭔 말만하면 친구였다. 그림이 희안하게 됬다.



자신을 괴롭혀도 '친구'기에 나쁘게 대하면 안되고, 화를 내도 안되고, 부모님이든 선생님이든 어떤 어른이든 참으라고 하는 친구?



가끔 듣고 "같이 때려야지!" "같이 괴롭혀야지."하시는 어른들이 있다.



하지만 부모님과 선생님같은 어른들이 말린다. "애한테 뭘 가르키는 거야."



답답하고 억울하지만 참고 참고 또 참으란다. 그럼 끝이 난단다.



참았다.



참고 참는 것이 버릇이 될 정도로. 그런데 그 정도가 심해져서 3학년이 되니 말이 변했다.



"캐슈야. 참지 말고 같이 싸워."



어머니가 그리 말하셨다. 억울했다.



'왜요? 왜 싸워요? 이때까지 참으라고 해서 참았더니 왜 싸워요? 심지어 그 애들은 여러명이에요. 근데 내가 싸워요? 어떻게요? 방법이 뭔데요? 그 애들은 태권도도 다니고, 검도도 다니고, 공부 학원도 다니고... 어떻게 이겨요? 그냥 싸워서 맞아요?'



묻고 싶었다. 억울해서. 억울해서. 짜증나서. 화가나서. 서러워서. 어이가 없어서.



도저히 뭐가 뭔지를 모르겠다.



친구를 가려서 사귀면 안된다고 하여서 2학년때 친구를 사귀었다. 처음에 딱 한명 좋은 친구였다. 말수도 적고 좋았다. 현재는 소나무를 보며 흐믓해 하는 친구다. 소중한 친구다.



3학년에 와서 친구 한명을 더 사귀었다. 친구를 가려서 사귀면 안 되지만 그 어른들이 말하는 '친구'라는 것은 자신을 싫어헸다.



오랜만에 자신을 받아주는 친구가 좋아서 같이 있었다.



2학년때의 친구는 다른 반이 되어서 멀어졌다.



그런대 3학년때 친구는 자신을 이용했다.



돈을 빌려가고, 사달라고 했다. 빌려주고 사주었다.



물건을 빌려갔다. 가지고 싶다고 했다. 빌려주었다. 선물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이 없었다.



돈은 빌려가서 값지 않았고. 물건은 돌아오기는 거녕 언제 빌려갔는데 라고 물었다.



억울했지만 딱히 생각하지 않았다. '친구'니까.



믿어야 한다고 했다. 의심하면 '친구'는 화를 내었다. 자신을 의심하냐고. 너가 나한테 왜 그러냐고. 의심까지는 아니였다.



백지의 도화지에 색이 색칠 됬다.



검은 색이 아닌 다른 형형색색의 색과 가지 각색의 그림들.



그러다가 검은색 선이 그었다.



의심.



좋은 것이였다.



처음으로 의심했다.



왜 이렇지?



자신의 상황을 의심했다. 의문을 품었다.



검은색의 색은 캐슈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다.



다른 색깔과 다른게 좋은 영향을. 의심하고 불신하고 의문을 품었다.



매달렸다. 그 위심과 의문에 불심이 생기니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이와 믿을 만한 이를 구분했다.



판단력이 생겼다.



달라진 것을 느겼다.



항상 이렇게 저렇게 라고 하는 어른들의 말씀에 귀를 열고 듣고 새겼다.



몸과 마음이 아니라 도화지에 색을 칠했다.



허락 받지 않은 색은 검은색 뿐이였다.



하지만 덕분에 캐슈의 상태는 좋아졌다. 하지만 검은색은 너무나도 진했다.



그 위에는 다른 색을 칠 할수 없었고. 백색은 사라진다.



다른 색은 밝아서 덧 칠하고 백색이 조금씩 있지만 검은색은 아니였다.



한번 그으면 거기서 끝.



심지어 번져간다.



마음대로 그어버린 선을 이탈한다. 번지고 번져서 백색들은 남모르게 회색으로 자리를 잡아간다.









그런 검은색을 긋도록 도와준 이가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캐슈의 '어머니'.



캐슈의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게 만들고 참으라 강요하고 거기서 오랫동안 지쳐온 참음을 깨트리라 다시 강요한 '어머니'



이번에는 무슨 일로 검은색을 '도와준' 것일까.



간단했다.



캐슈는 커다란 구멍, 상처를 받았다.



자신 때문이라고 여겼다.



모든 것이 자신 때문이라 생각했다.



'어머니'는 자신에게 화를 내신다. 이유는 모른다. 그냥 캐슈가 원하는 대로 말하고 하고 싶은 것을 말하면 화를 내셨다.



캐슈가 들은 것에서 조그하만 거짓말을 더했다.



정말 조그마했다.



캐슈는 그것을 모를거라 생각했다.



아버지에게 먼저 말하고 그렇구나.하는 대답을 받았다.



기뻣다. 믿음을 받은 것 같아서. 그저 자신이 듣고 기억한 것에서 정말 조그마한 거짓말이라는 조미료를 뿌리고 말한 것을 믿어준 것이 좋았다.



자신이한 거짓말도 믿어주어서 좋았다.



"아 방금 요정봤어! 쪼그마한 요정이! 나한테 인사했어!"같은 어린 아니 같은 거짓말이였다.



캐슈는 바로 화장실에서 나오시는 '어머니'께 달려갔다. 똑같이 말했다.



그런데 중간부터 '어머니'의 표정이 굳어갔다. 그 얼굴을 본 캐슈는 말이 조금씩 느려지고 목소리가 줄어졌다.



"그..랬.....어요..."



한 순간에 캐슈의 시선이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짝!



경괴하고 짤막한 소리.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생긴 소리인지 알면 얼굴이 굳어버릴 것 같은 소리였다.



볼이 화끈거린다. 캐슈는 볼을 붙잡고 눈물을 떨어트렸다. 화끈거려서 속이 시원하게 소리치며 울고 싶었지만 캐슈는 그 전에 자신의 '어머니'의 표정을 확인했다.



분노. 꽉꽉 가득 차서 다른 감정 하나 안 보이는 분노.



"엄마가 거짓말 하라고 가르치든?!"



그것은 캐슈가 기억하는 가장 처음으로 부모님께 하는 '거짓말'이였다.



자신이 기억할 뿐이지 더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은 그것이 첫번째 거짓말의 기억이였다.



캐슈는 아픈 것이 싫었다.



그래서 빌었다. 두 손을 모와서 파리 처럼 비볐다.



"잘못 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어머니'는 더욱 화를 내셨다.



"아무한테나 손 비비닌거 아니야!!"



더욱 불같이 화내셨다. 아니, 불보다 더욱 화내셨다.



슬펐다.



아무한테나 비비는 것이 아니랬다.



자신은 살고 싶고 아프기 싫어서 비볐다. 생전 본적 없는 손을 비비벼 비는 행위를 초등학교 2~3학년짜리 코찔찔이가 부모에게 비비는 것이였다.



아프기 싫어서. 그런데 '아무한테나'였다. 그럼 묻겠다. 부모에게 아프게 하지 말아달라 비는 것이 '아무한테나'라는 누구에게 무엇을 빌어야 하는 것인가?



신에게 빌어야 하는 것인가?



원하지도 않는데 태어나서 단 한번도 본 적 없고 교회나 성당, 불교에서 하느님과 예수님, 부처님을 믿어달라고하며 전화번호 가져가서 받을때까지 전화하거나 하는 신을 믿어야하는가?



신은 공평하다 외치고 있지만 어딘가에서는 부귀영화를 어딘가에서는 하루에 물 한입 마시지도 못하고 흙탕물을 마실수 밖에 없는 생활을 하는 것이 공평한가?



캐슈는 생각이 거기까지 닿지 않았다.



그저 조금은 원망스러웠다.



내가 아프기 싫어서 비는 것인데, 그럼 나는 뭘 해야하나?



그렇게 또 지나서 캐슈는 '거짓말'을 할때마다 맞고 혼났다.



언제는 크리스마스에 일찍 일어나서 선물을 뜯고 아침 8시가 되니 배가 고파왔다.



'어머니'를 깨워서 밥을 달라고 졸랐지만 졸립다고 거실가서 TV나 보라고 하셨다.



캐슈는 검은색 화면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싫어서 빨리 화면에 불을 켰다.



TV는 좋은 것이였다.



시간이 금방 금방 갔다.



하루가 지나면 다른 하루가. 다른 하루가 지나면 또 다른 하루가.



하지만 늘 똑같은 하루였지만 캐슈에게는 조그마하지만 어린아이가 가지기에는 조그마하지 않은 시간이고 하루였고 일상생활이였다.



그져 학교에 안가고 주말이 오기를 기다렸다.



쉬고 싶었다. 진심으로 다른 무엇도 아니고 쉬고 싶었다.



일상을 끝내고 싶었다.



어린 캐슈는 자신이 생각해도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죽음. 그것이 캐슈가 원하는 바람이였다.



그나마 괴롭히는 아이들이 없는 주말이 캐슈에게는 낙원이였다.



아무리 밝게 빛나는 화면을 보아도 시간은 9시를 가리켰다.



배에서는 꼬르륵 꼬르르륵 소리가 났다. 구역질이 올라왔다.



속에 든 것이 없으니 위액이 어린 아이의 연한 살을 녹이고 있는 것이다.



배가 아프고 배가 고프고 희안한 감각을 2~3학년의 끝이 오는 행복하고 배불러야할 크리스마스에 느겼다.



캐슈는 참다 못해 '어머니'께 아침밥을 요구했다.



화를 내셨다.



"평소에는 잘 자더만 엄마좀 내버려둬. 왜, 일찍 일어나서 날리야."



짜증과 졸음에 썩인 목소리. 캐슈가 무서워 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허기가 더욱 급했다.



그러면 계란비빔밥이라도 만들어주세요.



계란비빔밥



후라이팬에 계란하나 굽고 밥에 올려서 참기름과 간장을 썩고 반찬으로는 김치 하나면 충분한 쉽디 쉬운 요리.



계란후라이만 있으면 캐슈도 만들 수 있지만 불만은 허락을 못 받았다.



그렇기에 캐슈가 아는 가장 쉽고 간편하고 빨른 요리. 정성이 없어도 괜찮은 요리.



그 것을 요구했다.



마지 못해 일어나는 '어머니'.



계란만 굽고 밥을 떠서 대충 간장과 참기름을 넣어서 캐슈에게 내주었다.



캐슈는 간장의 짭쪼름한 냄새와 기름냄새를 맡으며 밥을 비볐다.



한입을 크게 배어 물었다.



이상했다.



맛이 없었다.



같은 방식 같은 요리인데 이상했다.



그리고 배도 이상했다.



속이 비어버리니 위액이 살을 녹이는 고통이 있었는데 그 고통이 익숙해 져서 통증이 없어졌다.



그리고 허기가 없으니 밥이 입에 들어가 지지 않았다.



꾸역 꾸역 먹을려고 해도 먹을 맛이 나지 않았다.



캐슈는 밥을 입에 넣기 위해서가 아닌 말을 하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엄마, 배가 안 고파."



나름 이상해서 말했다.



"안 먹고 싶어졌어."



'어머니'께서 벌떡 일어나셨다.



"야! 니가 해달라고 깨워서 한거잖아! 그런데 안 먹고 싶다고?! 장난하냐!"



버럭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와 동시에 캐슈의 머리가 흔들렸다.



시선의 중심이 없었다. 쇼파가 보인다 싶으면 바닦이 보였고 바닦이 보인다 싶으면 쇼파 반대쪽의 TV가 보였다.



캐슈의 머리채를 잡고 사방 팔방으로 흔든 것이다.



챙그랑!



캐슈는 식탁에 두었던 젓가락과 숫가락을 떨어트렸다.



몸부림이 격해셨지만 캐슈는 화난 어른의 손을 때어버리 힘이 없었다.



캐슈는 다시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먹을께요! 싹 다 먹을께요!!"



결국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밥을 먹었다.



한 숟가락을 크게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너무 커서 입에 들어가지도 않아서 다시 밥위에 떨어젔지만 꾸역 꾸역 먹었다.



흑흑 우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하기에 울음 소리도 죽여가며 먹었다.



밥에는 눈물과 콧물 맛이 썩여서 들어갔다.



하지만 캐슈는 그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입에 들어가는 데로 제대로 씹지도 않고 삼켰다.



목 구멍안으로 쌀알 형태의 밥이 그대로 넘어가는 감각이 들었다.



이제는 방으로 들어가서 자고 있어서 눈 앞에 '어머니'는 없지만 캐슈는 소리를 최대한 죽여가며 밥을 삼켰다.











어린 아이가 할수 있는 투정과 사소한 거짓말들. 언제는 사랑 받고 싶다는 생각에 책을 하나 가져왔었다.



"엄마! 내가 책 읽어줄께!"



손가락 한 마디는 거녕 요즘에 푸는 문제집 중에 얇은 것도 못되는 정도 20페이지 정도.



캐슈는 4페이지를 읽을때였다.



늘 밝은 화면에서 들려오던 TV속 아이들 처럼 말의 높낮이를 조절하며 말했다.



"했었어요. 그래서 공주님은"



딱!



"다시 읽어."



싸늘한 목소리가 울렸다.



"응?"



캐슈는 주먹으로 쥐어 박은 머리를 잡았다. 그 싸늘함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되물었다.



"다시 읽어."



캐슈는 단호한 소리에 다시 읽었다.



"했었어요. 그래서 공주님은"



따악!



"다시 읽어."



캐슈의 무엇이 심기를 건드렸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다시 읽으라는 소리를 되풀이 했다.



읽고 읽었지만 캐슈는 무었이 잘못 된건지 몰랐다. 머리는 맞은 곳을 또 맞았고 가슴이 시큰거리며 아파왔다.



"왜 자꾸 때려! 뭐가 문제인데!"



캐슈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어머니'의 식은 눈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냥 막연하게 화가났다.



"잘 봐. 마음대로 읽고 있잖아."



캐슈는 무슨소리인지 몰라서 책을 드려다 봤다.



책에는 캐슈가 읽고 있던 '했었어요.'가 없었다. 대신에 '했었어'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마음이 차분해 졌다.



고작 그것 때문에 그런 것 때문에 맞고 아프고 저런 차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는 것에 대해서 어이가 없었다. 짜증도 가라 앉았다.



캐슈는 그냥 생각 없이 다시 책을 읽었다.



읽다가 빨리 읽고 싶어서 버벅거려도 읽었다.



그러다가 책의 글과 맞지 않는 말을 하곤 했다. 그리고 맞았다. 아팠다.



답답했다. 자신도 잘 읽고는 싶은데. 그런데 자신도 답답한데 맞는 것이 더욱 서러웠다. 목이 막혀와서 말이 안 나왔다.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책을 버렸다.



"안 읽을래!"



캐슈는 울며 말했다. 눈앞이 안 보여서 책도 읽지 못하겠다. 그런 캐슈를 아는지 모르는지.



"앉아!! 읽으란 말이야!!"



자신이 먼저 읽겠다고 했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냥 읽음으로 사랑을 받는 다는 것을 느끼고 싶었다.



"으아아앙!"



캐슈는 결국 서럽게 울었다. 하지만 울면 울수록 몸은 아파왔다.



찰싹! 찰싹!



"앉아! 앉으란 말이야! 읽으라고!"



늦은 밤에 소리치고 찰싹이는 소리가 집 안에 울린다.



"여보! 그만해! 얘 잡겠다!"



보다못한 아빠가 와서 '어머니'를 말렸다. 캐슈는 울면서 아빠를 붙잡았다.



"아파아아아! 아파아아아!"



목 구멍이 막힌 것 같이 아파왔지만 더욱 서럽게 그리고 시원하게 울었다.



자신의 목이 울리고 그로인해 소리가 서럽게 뛰어나온다.



시원했다. 울면서 시원하지만 그래도 이런 시원함이 싫었다.



정말로. 역겹도록 싫었다.



그저 사랑을 받고 싶었을 뿐이였다.









그런데 오히려 아파왔다.























이런 어린 시절이 있지만 캐슈가 참으며 살 수 있던 이유는 하나였다.



사랑.



그저. 그냥. 악의 없이. 사랑받으며 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어머니'는 늘 때리고 늘 소리치고 그 뒤에는 항상 사랑을 속사귀었다.



늘 사랑한다 말했다.



그것이 사랑이라 생각했다.



늘 사랑 받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항상 사랑을 받고 싶었다.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북바쳐왔고 흥분되었다.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어머니'께 사랑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항상 사랑을 받고 싶었다.



늘 애정이 부족하고. 늘 사랑이 부족했다.



이상한 일이였다.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랑이 부족하다?



이상했다. 이상해서 더욱 사랑 받기위해 애교를 떨었다.



살집이 있는 몸뚱이리로 춤을 췄다.



엄마라고 부르며 화장품을 가지고 이상한 줄 아는 화장을 했다.



어른들이 하는 화장이라는 것을 유치원 5살 때부터 일부로 손댔다. 아무리 어려도 알건 알았다.



립스틱가지고 입술 밖으로 찍 찍 그었다.



색이 있는 분들은 볼에 발랐다.



분홍색이 아닌 파란색과 초록색으로. 또는 보라색으로.



'어머니'가 술을 마시고 아빠에게 화를 내면 일부로 화장을 하고 옷을 이상하게 입고 브레지어를 착용하고 분홍색 보자기로 치마를 만들어 몸에 걸쳤다.



뭣하면 악세서리를 착용했다. 귀를 뚤지 않아서 귀거리는 귀찌로 팔이 작아서 헐렁한데 크기만 큰고 이상한 팔찌, 아이들용 장난감 반지, 이상하게 생긴 머리띠, 옷에는 구멍이 뚤리지만 브러찌도 서슴지 않고 착용했다.



그 모든 것은 행복을 위해서. 소리지르고 아픈 것을 알기에 아빠가 힘들지 않기 위해서 '어머니'께 재롱을 부렸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재롱을 떨고 참고 견디고 행복하게 웃었다.



자신은 행복하다고 최면을 걸듯이 행동했다.















이런 캐슈에게 검은색 선이 그인 것은 아주 쉽디 쉬운일이였다.



아까전에 말했던 일들로는 캐슈에게 검은색을 그을 수는 없었다.



너무나 하얀 백지. 그곳에 선들은 색을 가지고 있지만 검은 색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가볍고 맑은 선들이다.



캐슈는 단 하루도 못되는 시간들로 행복이 없어졌다.



초등학교 4학년. 무더운 여름이 가고 시원한 가을 바람으로 나무들의 잎이 누런 색을 띠며 세상과 작별할 시기.



3학년때 사귄 친구와 놀러갔다.



비록 옆동내지만 주말에 자신을 불러준다는 것만으로도 날 듯이 기뻤다.



"엄마! 나 **이랑 놀아도 돼?!"



청소를 하는 와중에 바쁘지만 허락을 구했다.



왠일인지 웃으며 허락했고 옷을 입고 아빠를 전화로 불러서 차를 타고 갔다.



친구라고 생각하며 놀았고 저녁에 집에 오니 어두컴컴했다.



집안은 밖의 날시 보다 추웠고 밖에보다 더욱 어두웠다.



"엄마~! 엄~마!"



휴일에는 집을 자주 나가지 않는 엄마를 찾아서 자고 있을지 모르는 안방, 씻고 있을 화장실, 빨래를 널고 있을 배란다까지. 혹시나 싶어서 찾았다.



아무리 찾아도 없는걸 알자 캐슈는 포기했다.



"에이, 시간 지나면 돌아 오시겠지."



그렇게 생각한 캐슈는 자신의 시간을 가져가줄 검은색 바보 상자의 화면을 켰다.



춥지만 거실의 이불을 덮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서 9시가 됬다.



캐슈는 요리를 할 줄 몰랐다. 아니, 불이 있는 곳은 가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씀 따라서 가까이 하지 않았다.



배도 고프고, 춥고. 혜나보다 어린 캐슈는 집 전화기로 아빠에게 전화했다.



"아빠. 엄마가 안와."



[무슨 소리야. 집에 없었어?]



"응. 집에 오니까 추워서 찾았는데 없었어. 시간 지나면 오겠지 싶어서 기다렸는데 안와."



[.... 알았어. 아빠가 갈태니까 그때까지 참아.]



"응..."



이야기를 할 수록 아빠의 목소리는 낮아졌다.



캐슈는 별일이 다있다 싶었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인데 자신이 무슨 걱정을 할까.



다시 한번 더 바보 상자를 바라보았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빠가 돌아왔다.



"아~빠~!"



캐슈는 몇시간 만에 만난 가족을 향해 봅을 날렸다.



안아줄려고.



집안이 얼마나 추웠는지 손 끝이 살짝 얼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건 캐슈가 살이 많고 어린 아이라서 체온이 높다는 것이였다.



아빠는 캐슈를 슬쩍 보고 집안을 뒤지듯이 찾아다녔다. 하지만 없는건 없는거였다.



온 집안을 뒤지고 캐슈가 배가 고프다고 칭얼대자 그제서야 밥을했다. 10시를 넘어갔다. 대충 라면을 끓이고 아빠는 안방에 들어가서 방금 찾은 붉은색 편지 봉투에서 편지를 꺼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짐작 가지 않는다. 캐슈는 배가 빵빵해 질때까지 라면을 입에 넣었고 바보 상자를 다시 틀었다.



시간이 다시 지나 오후 11시가 되었다.



아직도 안방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아빠에게 캐슈가 다가갔다.



"놀아줘~ 놀아줘~ 심~심~해! 심심해. 심심해. 심심해!!"



어린 캐슈는 아빠의 생각도 마음도 몰랐다. 아빠가 읽은 편지의 내용도 모르고 백색을 가지고 있는 캐슈에게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어른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



가서 TV나 보고 있으라는 아빠에게 칫!하며 돌아섰다. 다시 바보상자를 보고 또 심심했다. 다행이라면 아빠가 안방에서 나오기라도 한 것.



나와서 놀아주지도 않고 표정은 심각하니 캐슈는 걱정이 됬다.



아까부터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으니 걱정 되는건 당연하다. 아빠의 기분을 나쁘게한 원인은 캐슈가 물리친다!



캐슈는 아까전에 읽고 있던 붉은색 편지봉투를 보았다. 분명 저것이 문제일 것이다.



백지라고 해도 머리가 모자라거나 진짜 머리가 백지인 것은 아니다. 캐슈는 아빠가 읽던 봉투에서 새하얀 편지지를 꺼내어 읽어내려갔다.



읽을 수록 캐슈는 머리가 멍해졌다. 눈물이 흘렀다. 가슴은 답답하고 목구멍은 물이 막힌 것처럼 아파왔다. 침 하나 삼키기도 힘들었다. 삼킬때 마다 오히려 목이 아파왔다.



눈물이 흘러나와 눈이 부어왔고 소리내어 울지 않도록 아가리를 다물었다. 소리내지 않았지만 서러운 울음이 내려왔다.



편지에는 대충 이렇게 쓰여있었다.



100년을 같이 산다고 약속했지만 같이 살지 못해서 미안해요. 당신을 사랑하지만 100년을 같이 살 수는 없나봐요. 통장에 100만원 하나 없고 나는 이렇게 살 수는 없어요. 이렇게 살기는 두렵다. 당신보다 나를 더 사랑해줄 남자는 없기에 혼자 열심히 살께요.

집문서 같은 건 서랍에 넣어 놓았어요. 캐슈 팔찌와 목걸이는 알아서 하세요. 예쁜 캐슈 잘 부탁해요. 부모님께는 말 안해 놨어요. 명절 지나고 나서 말하세요. 시댁에는 당신 몫이니 당신이 알아서 하세요. 홀로 서기를 할 뿐입니다. 우리는 여기까지인가봐요.









읽고나서 캐슈는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다시는 못보는건 아닐까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어떻하지 그리고 나중에는 자신이 부모님의 고리 역할인데 자신이 잘못했다는 자기비난을 넘은 자기 혐오까지.



안 그래도 싫었던 자신이 더욱 더욱 싫어졌다. 혐오스러웠다. 그러다가 생각의 끝에는 이런 생각이 있었다.



죽을까.



죽으면 돌아올까?



아니야 적어도 돌아오진 않아도 이혼까지는 쉽게 되겠지.



어떻게 죽으면 될까.



어떻게 해야지 죽을까. 창문에서 뛰어내리기? 나중에 치우기는 힘들겠지만 쉽게 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딘가에 밧줄을 걸고 목 졸라 죽기? 아프진 않을까? 사람이 죽을 정도로 긴 시간은 어느 정도이지?



잠수를 하고 숨을 참는 경우가 2분 이상이니 죽을려면 4분 최대 10분까지 될수 있다는 사실까지 어린 머리로 생각했다.



손목을 그어서 과다출열로 할까 싶었고 욕조에 물을 받아서 익사가 가능할까 라는 생각까지 이어갔다.



'어떻게 해야지'













편안하게 죽을 수 있을까.









만화를 너무 많이 봤다고 해도 좋았다. 미쳤다고 욕해도 좋았다. 전부다 좋았다. 그냥 편하게 죽어서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죽어도 울어줄 사람이 있을까?



가족이니 울어는 주겠지. 하지만 친구는? 울어줄 친구가 있을까?



친구라고 해봤자 생각나는 건 3학년때의 친구 하나와 친구라고 어른들이 말하는 반 친구들.



그 녀석들이 울어 줄까 생각했다. 그러나 답은 아니. 절때. 안 운다.였다. 슬퍼하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잘 죽었다고 할 것이다. 축하할 것이다. 어쩌면 왜 이제서야 죽었냐고 할 것이다. 죽을거면 더 일찍 죽지 그랬다고.



분명 그럴 녀석들이다. 유치한 장난으로 친구 사이를 이간질 하고 돼지 돼지 하며 놀리고 어쩔때는 은근 슬쩍 뒤통수를 때리고 튀고 뒤에서 아닌척 하며 험담을 하고 뭐라고 하면"왜? 찔려? 찔리는구나!"하며 반색한다.



어쩔때는 나 같으면 저렇게 안 산다. 차라리 죽지 그래. 나라면 이미 죽을 듯. 하며 생각하기도 싫다고 토하는 시늉을 한다. 얼마나 해봤는지. 아니면 연습이라도 했는지 몸을 뒤로 빼면서 등을 올리고 고개를 숙여서 정말 토하는 듯이 표현했다.



그런 애들이 자신을 위해서 울어 준다? 아닐거다. 설령 다른 반응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기 스스로 합리화 해서 멋대로 죽었다고 할 것이고 어른들의 눈을 생각해서 슬퍼하는 척만 할 것이다. 속으로는 기쁨의 미소를 지으며 입이 찟어질 정도로 호선을 그릴 것이다.





캐슈는 정작 1시간을 넘을때까지 울었다. 하지만 그칠 줄은 몰랐고 소리는 나지 않았다. 아빠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소리를 죽이고 또 죽였다.





어느덧 잘 시간이 되서 씻고 아빠와 같이 잘려고 누웠지만 가만히 있으니 울음이 나왔다. 울면 안된다.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울음으로 등이 들썩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아빠는 캐슈가 편지에 대해 모른다고 생각해서 말했다.



"왜 그래. 엄마가캐슈한테 말 안하고 안 와서 그래?"



캐슈는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을 잘 못하는 캐슈는 사실대로 말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힘든 것은 자신이 아니라 더욱 사랑하고 결혼까지한 아빠기에 캐슈는 소리를 죽이며 울었다. 아무리 달래도 고개를 저으며 울었다.



울다가 슬펐고 힘들어서 캐슈는 이불을 걷어서 일어나 불을키고 편지 봉투를 가져왔다. 붉은 편지 봉투를 본 아빠는 얼굴이 굳었다.



"나, 이거, 봐, 봤어."



울음 때문에 말을 끊기며 했다.



캐슈가 가져온 것은 자신의 앞으로 된 것이 아닌 아빠 앞으로 되어있는 편지였다. 둘다 붉은색 이지만 캐슈는 굳이 둘을 보다가 하나만 가져왔다.



물론 자신의 것도 봤지만 더욱 정확한 의사를 전하기 위해서는 진실이 천에 감겨있는 자신의 편지보다 진실이 잘 보이는 아빠의 편지를 선택한 것이다.



둘은 말 없이 안았고 캐슈는 결국 참다 못한 소리를 내었다.



"흐아아아아앙!"



아빠는 캐슈를 달래왔고 캐슈는 있는 힘것 목을 울렸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그래, 차라리. 잊자. 지금 속 시원하게 다 울어버리고 잊어버리자. 전부 잊어버리자. 이제 소리내서 우는건 이번만이야.'



캐슈는 소리내서 울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켜왔고 그건 중학교에 들어와서도 지금도 변함 없이 계속 지켜왔다. 하지만 소리내서 울고 싶기는 했다.



그날 생전 처음으로 자신에게 한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은 소리내서 울지 않는 것이 되었다.



처음으로 자신이 가장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었고 땅바닥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렇게 캐슈는 백지를 색칠해 갔고 스스로의 약속을 하며 살게되었다.























'젠장. 싫은 기억이 떠올랐어.'



과거의 모습이 되었을까. 얼굴을 가렸다.



"귀능씨!"



목소리는 다행이 예전의 자신 것이 아니였다.



"왜, 왜요?"



"저, 잠시 거울좀 보고 올께요."



불안으로 흥분된 캐슈는 서장실을 나와서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을 보자 전의 얼굴이 아닌 예쁘기 예쁜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여성이 있었다.



"다행, 이다."



두 눈이 붉어지며 급격한 피로가 올라왔다.



불안으로 인한 스트래스는 캐슈에게 맹독과 같았다.



다리가 덜덜 떨리는 캐슈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몸을 전정시켰다.



"후우... 여기서 나는 살 수 있을려나."



죽고 싶었던 캐슈는 살기를 원했다.



돌아가고 싶기는 해도 다시 만나서 작별인사라도 하면 마음이 정리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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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1-11 22:32 | 조회 : 1,941 목록
작가의 말
스칸

음... 이번이 어두운 내용이라서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확실히 달달한 것을...... (점점 죄책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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