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자, 이제 조용히 입 닥치고 있어라.

캐슈는 다나에게 처음 이마에 입맞춤을 받은 그날 이후로는 듄을 피해다녔다.



정확히는 듄의 연기나는 담배 파이프를 피해다녔다.



"캐슈씨!"



"네~ 안녕하세요!"



후다다다닥



"그럼, 안녕히가세요!"



만약 어쩔 수 없이 만날 경우도 물을 이용해서 불을 꺼버리기 일수였다.



"하아."



"왜, 캐슈 일이 잘 안풀리나?"



"네. 어째서인지 잘 피해다니네요."



듄은 그동안 캐슈가 피해다녀서 피곤이 쌓여가고 있었다. 더불어 캐슈가 이 일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자꾸만 파이프를 물고 있을 때. 그때만 도망다녔다.



그냥 보통의 담배는 피할 때가 있기는 하지만 왠만해서 물로 만든 가위거나 그냥 물 덩어리로 꺼버리기 일수였다.



그리고 귀능은 캐슈가 이 일을 알고 있기에 피하고 있다고 반쯤 확신하고 있었다.



"그거. 아마도 캐슈양이 우리의 계획을 알고 있을걸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캐슈양은 이 세계에서 넘어온 우리 팬같은 존재니까요."



"정확히는 열성 팬이죠. Hello?"



"!"



"역시 알고 계셨군요. 뀽!"



듄은 놀랐다. 캐슈가 서장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심지어 자신은 계슈가 이 세계에서 온 것을 잘 믿지 못했다. 그런데 계획을 알고 있었으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캐슈는 속으로 놀랜 듄의 귀엽게 놀란 모습에 웃음을 삼켰다.



'절때로 특기를 사라지게 할 순 없지요.'



"아무튼! 저는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도 그런 일을 순순히 당할수는 없어요!"



캐슈는 살며시 화내는 듯한 행동을 했다. 그리고는 싱긋 웃어주고는 서장실을 나왔다.



"그렇다는데, 어떻할 거야?"



"후우. 일단 대책을 준비했기는 했는데 말이죠."







-







캐슈는 하루에 한번정도 정문에 있는 세쌍둥이를 찾아간다. 평소 동물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세쌍둥이는 이상하게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한번씩 얼굴을 보고 돌아가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세쌍둥이가 있는 정문으로 오자 알고 있었다는 듯이 돌아봐 인사해 주었다.



세쌍둥이와 이것 저것 이야기 하다가 그냥 테이블에 앉아서 수다를 떨었다.



무언가를 본 듯한 청각을 담당하는 쌍둥이가 움질거렸다.



그리고는 남어지 쌍둥이에게 눈치를 주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캐슈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모를 찜찜함? 찝찝함이 아닌 찜찜함이 묘한 기분을 들게 만들었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어디서 오는 찜찜한 인지를 몰라서 바쁘게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왜 그러세요?"



청각이 물었다.



"네? 아, 그게 뭔가. 찜찜해서요. 뭐랄까. 어, 그래! 마치 듄씨가 저에게 뭘 할 것같은 느낌이에요!"



"!"



"요즘 듄씨가 자꾸 담배 파이프를 비우는 바람에 조금 피해 다니고 물로 불을 끄고 있거든요. 저는 특기가 풀리면 안된다고요."



캐슈로서는 당연한 일이였다.



둔갑이 풀린 상태로는 불안해서 돌아다니지 안 하는게 아니다. 둔갑을 풀면 언젠가 만날 지도 모르는 차운을 대비하기 위해 둔갑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캐슈가 탐색하 듯 주변을 두리변 거리고 있는 동안 쌍둥이들이 쿠키와 차를 가져다 주었다.



"와!"



쌍둥이에게 받은 차를 홀짝거리며 오도독 씹히는 쿠키를 한 입 배어 물었다.



초코 쿠키가 달달했다. 너무 달달한 음식을 잘 먹지 않는 캐슈는 다크 초콜릿이 들어단 초코 쿠키나 너무나 좋았다.



평소 마트에서 사먹는 카카오 72% 다크 초콜릿을 먹다보니 자연스럽게 달달함과는 거리가 생겼다. 그래서인지 카카오 56%를 먹을때는 익숙하지 않은 어중간한 달달함과 쓴 맛이 기분을 오묘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때는 가끔씩 고개를 갸웃 거리기도 했다. '내가 먹는 맛은 이게 아닌데?' 라며 무슨 초콜릿인지 알아본다면 그건 카카오 56%같은 어중간한 달달함 이였다.



그래서 캐슈는 언젠가 카카오 100% 초콜릿을 먹는 것이 소원처럼 되어버렸다.



진한 다크 초콜릿이나 진한 녹차 맛이 좋았다. 너무 단맛이 되어 있으면 녹차 맛은 밋밋해 졌고, 초콜릿은 이가 아프게 달다는 느낌이 들었다.



홍차나 녹차를 좋아했고 달달한 것을 먹는 것도 그린티 라떼나 레몬아이스티 정도였다.



행복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안전하게 지내는 것이 너무나도 좋고 행복했다.



많은건 욕심내고 싶지 않았다. 돈을 많이 벌어서 부유하게 살고 싶은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싶은 것도 아니다.



단지 이런 소소한 일상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도움이 되고 그들을, 또는 누군가를 웃게 만들고 있는 것이 좋았다.



자신을 희생해도 되니 남을 살리고 싶었다. 아무리 욕을 먹어도 묵묵히 남을 위해 참고 견디고 행동하는 것이 멋있었다. 그렇기에 스푼이 좋았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렇기에 사랑한다 하면서 아무런 연관도 없는 사람을 해치는 것이 싫었다.



사랑한다며 상처를 주었고 '사랑하는 사람의 소중한 사람들을 빼앗았다.'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만들었다.



캐슈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위화감이 들었고 거부감이 들었다. 가끔씩은 인상을 쓰게 되기도 했다.



'뭐, 지금은 행복하니 별로 상관 없을 지도?'



쿠키와 차를 다 먹은 뒤에 쌍둥이와 해어졌다. 이유는 모르지만 안절 부절 못하는 모습이 귀엽기는 했다.



왜 안절 부절 못했을까? 궁금했지만 그건 캐슈가 알고 있을 일이 아니였다. 다들 그들만의 사정도 있으니까.



느긋하게 지내다가 점심시간이 되었지만 쿠키와 차를 마시고 나니 그리 출출하지 않았따. 그래도 점심을 사려고 편의점에 들렸다.



'대충 삼각김밥이나 라면은, 살찌니까 싫고'



어짜피 짠 것도 별로였다. 왠지 거부감이 나온달까.



삼각 김밥과 어울리는건 무었일까. 고민을 했다.



'집에 된장국 만들어 뒀으니 잠깐 가서 먹을까?'



스푼에서 지내게 해준 기숙사가 마음에 들었다. 일하는 곳에서 좀 많이 멀기도 하지만, 필요한 곳들이 정말 가까웠다.



기분 좋게 계산을 하고 예정에 어느 범죄자의 허리를 댕강! 했지만 그런건 잠깐의 추억으로 돌려버리고 산책로를 걸었다.



공원의 호수 근처 밴치에 앉아 좋아하는 참치마요를 꺼내 먹었다.



바삭.



이곳의 김도 먹을만 했다. 김을 씹으면 가끔 바삭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도 있었다.



왠지 운이 좋은 것 같았다.



오물 오물 씹는 캐슈에게는 여러 동물들이 왔다.



참새부터 시작해서 호수에서 해엄치던 청둥 오리라던가, 같이 있던 철새라던가, 길 고양이, 다람쥐, 청솔모, 너구리, 토끼



어느세 모여든 동물들은 당황스러워 질만한 동물까지 모이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은 당황스러워 질만한 동물 때문에 슬며시 피해갔고, 몇몇 사람들은 신기하다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하지만 캐슈는 그렇게 놔두고 싶지 않았다.



"어? 이거 뭐야! 왜 이래?!"



여기 저기서 당황한 목소리가 울렸다.



캐슈가 물로 휴대폰의 화면 위에 얇은 막을 만들어 화면을 얼려 버렸기 때문이다.



'쉽게 깨지진 않지. 누가 만든건데. 그리고 내가 동물원 원숭입니까? 왜 사진을 찍어. 그거 초상권 침해라고!'



조금 화난 속을 달래며 한손으로는 오랜지 주스를 홀짝이고 다른 한손으로는 옆에서 잠이든 길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이 아이들, 더럽지 않아. 더럽다고 생각되는건 그런 더러운 환경을 만들고 거기서 생활 할 수 밖에 없게 만든 사람들의 생각이지.'



물론 정말 검사하면 더럽기는 하다. 하지만 그건 숲보다 생활하는 도시가 더 더럽기에 그런 것이다.



'자신들이 했으면서 책임을 회피하다니, 그런건 내가 있던 거기나 여기나 참 역겹다.'



아득.



캐슈는 자신의 입술 안쪽을 살짝 씹었다. 오랜지 주스가 상처를 자극했다.



아득거리는 소리를 안 동물들은 우는 소리를 내어 캐슈를 걱정하고 있다는 표현을 했다.



"그래, 고마워."



몸은 영물이긴 하나, 자신의 영혼을 인간이다. 그렇기에 캐슈는 혼혈같은 상태가 되었다.



본능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했다.



동물들이 하는 말은 동물의 소리였고, 그걸 받아들이는 머리가 영물의 몸이지만, 캐슈의 영혼은 동물의 말을 모르기에 느낌만이 전해졌다.



익숙한 말이나 단어는 보는 순간 머리에서 해석이 된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는다면 감정 같은 느낌이나 알 수 없는 소리로 들릴 뿐이였다.



영물의 몸이지만 둔갑을 푼다해도 여우 모습이 되지는 않는다. 사람의 모습 또한 영물의 몸의 모습이기 때문이였다.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하아."



캐슈가 두,세발을 걸은 다음 하늘로 떠올랐다.



신발 바닥 부분만 얼리면 다른건 얼리지 않아도 하늘로 떠올라 날 수 있었다.



"안녕, 다음에 또 보자."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을 돌아 보지 않고 오로직 얌전한 동물들에게 조용히 인사를 건내고 스푼으로 향했다.



안돼.



"어라?"



본능적으로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슈는 빨리 하늘에서 내려왔다. 조금만 더 가면 스푼이기는 하지만, 날아서 간다면 절대로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인가 이렇게 본능적인 생각이 들때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까지 명확하게 든 적이 없었기에 기분이 생소했다.



한번만 더 하늘에 뜰려고 했다.



안돼!



머리가 울릴 정도로 강하게 드는 생각. 절대로 하늘로 뜨면 안된다.



특기를 쓰면 안된다면 지금도 머리가 아플 정도로 안된다는 소리가 울려야 했다. 하지만 잠잠한 걸 보니 특기는 괜찮은 모양이였다.



하지만 점점 힘이 빠지고 있는 느낌이 불쾌했다.



'빨리 스푼으로.'



갈려고 했다.



"어...?"



특기가, 풀려버렸다.



짧은 순간에 몇 십번이나 특기를 쓸려고 노력했다. 적어도 머리 모양이라도 바꿀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웃어주던 사람에게 뒷통수를 맞은 것처럼 현실감이 없었다. 현실감이 지나가자 당혹스러웠다.



어째서 특기가 나오지 않는지 불안하기만 했다. 여기서 차운을 만난다면 어떠한 짓 당할지 모른다.



지금은 차운을 만난다면 죽이거나 다치게 하거나 도망칠 수 도 없이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았다.



캐슈의 숨은 갈수록 거칠어 졌다.



"허억, 허,억."



미칠 듯이 흔들리는 시아가 정신을 놓기도 좋게 만들었다. 호흡이 불규칙하여 폐로 들어가는 산소의 양까지 적었다.



'조금만, 더가면 스푼이.'



'스푼'이라는 한 단어로 정신이 살며시 돌아왔다. 조금만 더 간다면 스푼이 나온다. 지켜줄 수도 있다. 조금만 더 가면 되니 차운을 만날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캐슈는 겉옷의 모자를 깊게 눌렀다. 고개를 숙이고 골목을 지나 스푼으로 향했다.



스푼의 건물이 보일때는 사막의 오와시스를 발견한 기분이였다.



탁.



"캐슈야."



철렁.



캐슈의 어깨를 잡은 손. 그 손의 주인인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나도 잘아는 목소리. 일생에 최악의 일주일을 함께 보내고, 그 최악의 일주일을 만들어준 그런 사람의 목소리를 어떻게 잊겠는가.



"아, 아아아."



캐슈는 혹시나, 아닐거라며 부정하며 뻣뻣해진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소름이 돋을세도 없었다.



처음에는 얼굴의 생기가. 그 다음에는 차래 차래 몸을 지탱할 다리의 힘을 제외한 모든 힘이 빠졌고, 눈이 깜박여 지지 않았다. 심호흡이랍 시고 들이쉬는 숨과 내쉬는 숨은 불규칙적이였다.



사고가 정지 되며 머리와 속이 일렁거렸다. 시간의 흐름이란 느겨지지 않았다. 그저 아무런 느낌도 생각도 없이 눈에서 눈물이 흐를 뿐이였다.



캐슈의 머릿속을 채운 것은 '죽을 것이다. 또한 살고 싶다.'



이전 세계라면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좋아하고 존경하고 멋진 일들이 많았기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살고, 싶어.'



차운은 드디어 만났다는 기쁜 얼굴을 붉히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살고싶다는 욕심 하나가 무의식 적으로 캐슈의 목을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스푼.



오직 캐슈가 여기서 의지할 수 있고, 자신을 받아주었고, 자신의 편이 되어준, 자신을 같은 일원으로 받아준 곳.



'저곳으로 가야, 되.'



누군가의 인형 따윈 싫다. 누군가의 대신인 삶도 싫고, 자신의 의지와 생각으로 살고싶다.



트라우마라는 기억을 가지고, 공포. 그 자체인 차운이 자신의 어깨에 손을 언고 있었지만 지금 캐슈에게는 그런건 머릿속에서 지워져 갔다.



오로직 도망치고 자신을 받아준 자신의 편으로 돌아가길 원했다.



아직 캐슈의 몸은 자유로운 편이여도 어지러운 시아와 머리가 속을 울렁거리게 만들어서 걷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제 몸 하나 가누지도 못하는 정신이였지만, 어깨에 있는 차운의 손을 무시하고 한 걸음 한 걸음 스푼을 향해 걸어갔다.



생기 하나 없고 초점도 없는 눈은 건물 안에 사람의 모습이 보일때 마다 눈이 반짝였다.



흐르던 눈물은 한 절벽 위에서 떨어지는 폭포수 같았다.



처음부터 한 발, 두 발, 세 발을 홀리 듯 걷던 발걸음이 갈 수록 빨라졌다.



다섯, 여섯, 일곱 그 뒤로부터는 뒤에서 부르는 차운의 소리따윈 신경쓰지도 못했다.



'도망치자. 이건 내 삶이야. 난, 나는 누군가의 인형이 아니야! 살고 싶어!'



아무리 가까운 거리였어도 그건 시아의 모습일 뿐이다.



뒤에서 부터 쫓아오는 차운.



불규칙 적인 호흡 때문에 심장 박동수가 빨라졌고, 숨이 차왔다. 그래도 휘청거리는 다리로 지금까지 도망칠 수 있었던 이유는 캐슈의 몸이 영물이기에 가능한 것이니라.



드디어 유리문 입구까지 도착한 캐슈는 왠일로 건물 밖으로 나와있던 쌍둥이에게 달려들었다.



퍽석.



쌍둥이 중에 후각을 담당하는 자에게 안기듯이 달려들자 다리에 힘이 풀려왔다.



결국 안겨서 주져 앉은 캐슈의 모습은 붉은 눈에서 흘러나오는 폭포수 같은 눈물과 단정치 못한 모습, 땀을 뻘뻘 흘리며 가쁜 숨을 쉬는 중에서도 그 숨이 불규칙적이였다.



"살려, 주세요."



둔갑을 푼 캐슈의 모습은 실로 오랜만이였다. 고시원에서 나온 이후 캐슈는 둔갑을 5번을 초과하여 풀지 않았다. 캐슈가 하는 행동이 평소 같지 않아 당황해 하던 쌍둥이들 이였지만 곳이어 만난 사람을 보고는 얼굴이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



그자는 쌍둥이들의 표정 따윈 상관 없었다. 오직 상관 있는 것은 캐슈가 누군가를 안고 있다는 것. 그것이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라는 것.



"아, 정말이지."



가두어야 한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오직 자신만이 볼 수 있도록. 그곳에서 약 5년동안 숨 죽이며 있다가. 5년 뒤, 그녀와 만난 날과 같은 날에 청혼한다.



그리고 거기서 또는 조금 더 좋은 곳에서 그녀를 가두고 아이를 낳으며 평생을 함께한다. 그것이 설령 죽음이라도, 한날 한시에 말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생활이란말인가?



그러니 그녀는 나 말고는 아무도 보지도, 만지지도, 알지도 말아야한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차운은 아무런 말 없이 캐슈를 일으킬려고 했다.



비를 맞은 아기 고양이가 추위를 이기지 못해 벌벌 떨며 죽어가는 듯이 겁에 질려있는 캐슈를 잡을려했다.



"뭐죠?"



청각을 담당하는 쌍둥이가 차운의 손을 제지하자 그제서야 차운은 쌍둥이들을 보았다.



자신을 방해해서 짜증난다는 듯이 인상을 쓰는 차운의 모습에서 백모래라는 한 사람이 떠올랐다.



'이런, 닮아도 너무 닮았군.'



쌍둥이들은 백모래와 너무나도 닮아있는 모습에 적대감이 몇배로 커져갔다.



더불어 항상 웃으며 당당했고, 적이 있어도 도발하며 강하게 나아갔던 캐슈가 폭포수 같은 눈물을 흘리며 살려달라 애원하고 있지 않은가. 평소 쌓아온 정도 있기에 적대감을 넘어 분노가 차올라 왔다.



서로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던 와중에 서둘러 내려온 다나와 귀능이 다가왔다.



시각을 담당하는 쌍둥이가 차운의 얼굴을 확인하자 서장실로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또 뭐가 나오는 거야?"



자꾸만 사람이 많아지는 상황에 차운은 짜증이 썩인 목소리로 말했다.



"남,여간의 문제니 상관 없는 사람들은 빠지시죠?"



"왜 상관이 없어? 내 부하인데 말이야."



차운은 다나의 말에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터트렸다.



"허허, 여기는 부하의 연애까지 간섭하나봐? 캐슈야. 가자. 여기 있어봤자 너랑 좋을 봐가 없어."



차운이 캐슈에게 다가갈려고 했지만 다나는 자신의 몸으로 그의 앞길을 막았다.



"어딜가? 갈거면 너나가라."



가만히 보면 별로 화가 나지 않고 차분히 말하는 듯한 다나의 모습이였지만 조금만 더 보면 화를 내지 않을려고 심호흡을 하면서 분노를 조절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니까, 캐슈 대리고 가겠다는 거잖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언성이 높아졌다.



그것이 다나의 심기를 거스르게 하였다.



"왜 우리 캐슈가 범죄자 따위를 따라가야 하지?"



"허! 우리 캐슈? 범죄자? 이봐, 당신, 내가 범죄자라는 증거 있어? 증거 대봐, 증거 대보라고!"



"물론 있지."



다나가 위로 살며시 손을 올리자 화를 참으며 옆에있던 귀능이 들고 있던 파일에서 사진을 꺼냈다.



"이게 그 증거지."



스푼쪽에서 보여준 사진은 캐슈가 지낸 지옥같고 비참했던 일주일 중에서 찍은 한장의 사진이였고, 다른 하나는 상자 안에 있던 부수기 전의 피규에 사진이였다.



"하! 고작 캐슈 사진과 피규어 사진뿐이야? 이건 그냥 캐슈 사진과 피규어 사진일 뿐이잖아. 설마 피규어의 얼굴이 나랑 닮았다고 범죄자라고 하는"



"너, 캐슈 말고도 다른 여성들도 손 댔더라?"



흠칫.



"무,무슨 그런 헛소리를"



"첫 번째는 당신이 10대 중반쯤 옆집에 살던 대학생 23살의 여성. 두 번째는 당신이 사회 생활을 하며 소개팅으로 만난 당신과 같은 나이의 여성. 세 번째는,"



천천히 귀능에게 받은 파일을 읽어주던 다나는 읽던 중간에 멈칫했다. 그 뒤로는 볼것도 없다는 듯이 파일을 귀능에게 넘겨 주었다. 그리고는 구겨진 얼굴로 말했다.



"일가족 말살."



캐슈는 파르륵 떨리는 눈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캐슈는 자신 말고도 살해당한 여성이 있다고 예상은 했었다. 그 일주일 동안 매일 자신이 사항하는 사람중에 일주일 이상을 버틴 사람은 자신이 처음이라며 행복하다는 듯이 웃어대고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가족 말살이라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죄가 있었다.



"그 중에서는 아직 10살도 안된 어린 남자 아이도 있었지. 뭐냐, 너. 뭐하는 놈이야?"



탁!



상당히 심기가 불편한 다나는 탁 소리가 날 정도로 파일을 닫았다.



온 몸에서 거샌 살기로 뒤덮힌 다나를 무시하고 차운이 입을 열었다.



"하아. 캐슈야. 설마 이런 사람이 지어낸 말을 믿는거 아니지?



캐슈의 묘한 눈빛을 읽은 차운이 변명을 짓거렸다.



캐슈도 그 이야기는 다나가 지어낸 것이라 생각하고 싶었다. 살인범이라도 일가족을 말살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중에서는 10살도 못된 아이까지 있었다지 않은가.



혹, 차운이 살인과 잔인한 것을 참지 못해 폭발한 것이라면 캐슈는 자신이 잡혀서 계속 살아있는 한은 살인을 당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차라리 몇몇 사람이 살해되는 것보다 자신이 희생이라도 하여 그 몇몇 사람들을 살리는 것이 옳은 선택은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계속 잡혀 있었어야 했나.'



자신을 채칙질 하며 수그려 지는 마음에 차운은 점점 조바심이 났다.



'조금만 참고 어딘가로든 갔어야 했어. 내가 너무 기쁜 마음에 그만.'



그녀를 잡지 못했다. 가두질 못했다



그 결과가 이렇게 자신과 캐슈를 방해하면서 오직 캐슈만을 사랑한다는 말이 몇번이고 다른사람들을 사랑한다며 속삭이던 더럽고 추한 말이 되어버렸다.



자신의 사랑은 오직 그 사람만을 위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은 차운은 일주일 동안 몇번이고 다른 여자의 존재를 부정했다.



어짜피 세상에 없는 사람. 망자는 말이 없다고들 했다. 그리고 있다해도 자신에게는 이미 옛날에 지겨워진 사랑이 아닌 옛날 옛적에 처리한 헌 물건일 뿐이였다.



'그래도 그때는 나름 즐거웠지?'



서로가 각자 다른 생각을 했다.



어쩌면 내가 희생한다면.



내가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우리가 주변을 더 신경쓰고 있었더라면.



조금만 더 빨리 이녀석을 찾았더라면.



그중 다나는 '~ 했더라면' 같은 생각 따윈 하지 않았다. 이미 일어난 일이고 차운이라는 이 녀석만 잡고 피해자 가족을 만날 생각이였다.



"자, 이제 조용히 입 닥치고 있어라."



우두둑!



다나는 참을만큼 참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말이 아닌걸로 대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젠장."



차운도 다나에게서 나오는 살기를 느겼고, 서둘러 도망칠려고 했다.



"어딜 도망가!"



다나는 차운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차운은 다나의 주먹을 맞았다.



툭.



"어?"



분명 차운은 다나의 주먹을 맞았지만, 팔이 부서지거나 하는건 없었다. 다나의 주먹이 차운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다.



차운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당황해 했고, 차운은 다나의 팔을 잡고 발을 휘둘렸다.



퍽!



아까 다나가 휘둘렀던 주먹에서 나야하는 소리가 차운의 발차기에서 들렸다.



"크흑!"



다나가 1m정도를 날라갔다.



"서, 서장님!"



놀랐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믿을 수가 없었다.



"캐슈야! 가자!"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캐슈는 머리가 멍해졌다.



다만 할 수 있는 생각이란



[이 녀석이 서장님을 다치게 했다.]



그 생각 하나로 캐슈는 이성을 차렸다.



"안가 이 역겨운 자식아."



캐슈는 차운이 잡은 손을 잡고 차운의 몸을 자신의 등에 업었다.



그리고는 몸을 앞으로 수그리는 자세를 취했다.



퍽! 빠각!



차운의 몸이 공중으로 둥실 떠올랐다가 바닥에 내리 꽂아졌다.



차운의 등에서는 빠각하는 소리가 났고, 차운은 숨을 쉬기 힘든지 컥컥 거리며 바닥을 뒹굴거렸다.



"커헉!.. 커, 흐윽!"



"하아, 하아. 하아."



자신도 모르게 한 행동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캐슈는 아무리 자신이 한 일이라지만 현실감도 나지 않았고, 무었보다 온 몸이 떨려왔다.



숨 또한 거칠었다.



애써 차운을 무시하고 다나를 보았다.



"하아. 하아."



당장 다나를 끌어안으며 괜찮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자신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다 다쳤다는 것에 다음 행동에 대해 생각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저기로 가도 될까?'



캐슈는 그저 다나에게서 떨어져서 바라볼 뿐이였다.



"정말이지, 내, 말을 지지리도 안들어."



듣기 힘들 만큼의 목소리가 중얼거렸다.



차운은 바닥을 뒹굴다 자신의 허리에 있는 칼을 꺼내었다.



'내가, 같지 못, 한다면 흐읍.'



차운은 마지막 힘을 다해 캐슈에게 달려들었다.



푹!



후두둑.



"흐윽!..."



뜨거웠다. 그리고 차가운 것에 뜨겁게 바뀌고 있었다.



차운은 자신의 손에 잭 나이프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잭 나이프는 캐슈의 골반의 위, 허리 위를 찔렀다.



캐슈가 나이프에 찔린 곳은 허리 위, 등부분에서 척추를 벗어났으며, 왼쪽을 찔렸다.



캐슈는 고통이 커서 몸을 구부리고 싶었으나 오히려 칼로 인해 상처가 벌어졌다.



가만히 있으면 찔린 상처로 나버린 고통이라서 상처가 벌어지는 고통이 더하는 것보다는 괜찮았다.



"캐슈야, 사랑해."



"흐으... 으윽!."



차운은 들고있던 잭 나이프를 꽃은 채로 비틀었고, 그로인해 상처는 더욱 벌어졌다.



캐슈는 눈에 그렁거리며 매친 눈물을 떨어트렸고, 다나와 함께있던 스푼 사원들은 캐슈에게 달려갔다.



다나도 심한 상처가 아니기에 달려왔지만, 차운은 캐슈를 찌른 잭 나이프를 그대로 캐슈의 몸에 꽂은 채로 두고 도망갔다.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고통은 살결에 불은 지른 듯이 뜨겁고 아파왔다.



몸에 힘이 빠져갔고 식은땀이 나왔다. 피가 흐르면서 다리를 지나갔다. 바닥에는 뜨거운 핏물이 고여갔다.



'아,파...'


털썩.



캐슈는 바닥에 엎어져서 손가락 까닥 하지도 못했다.



능력을 못쓰는 캐슈는 자신의 피를 멈추게 만들지 못했으며 정신까지 잃어버렸다. 스푼은 도망치는 차운을 쫒는 대신 상처입은 캐슈를 치료하기 위해 건물로 이동해서 상처를 치료 하였다

1
이번 화 신고 2017-09-13 20:56 | 조회 : 2,078 목록
작가의 말
스칸

아아.. ㅠㅠ 시험기간.. 내일 숙제... PPT는 어떻게 만들면 되는거죠? ㅠㅠ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