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26.

"헐. 니가 왠일이냐. 공부하게. 오늘 해가 동쪽에서 떴나?"

민후가 오버하듯 말하자 민후 옆에 있던 진혁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 해는 원래 동쪽에서 뜨거든."

"아, 그래? 아이구, 우리 진혁이 똑똑해라."

"이 신성한 점심시간에 공부를 하고 있는 내 앞에서 꼭 그래야겠냐. 오글거리게."

"참 나. 지도 경서준이 그랬으면 나처럼 했을거면서."

"닥X."

"아무튼 왜 갑자기 공부야?"

"아니, 뭐, 서준이랑 같이 이과도 가고, 대학도 같이가서 캠퍼스 커플 해야지."

"......................."

진혁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고 민후는 아무말도 없이 멍하게 성민을 쳐다봤다.

"왜. 왜 그렇게 봐."

"아니, 경서준이 그렇게 말했냐?"

"응."

".............."

민후가 이해 안 간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자 성민이 말했다.

"말을 해. 답답하게, 진짜."

"너, 경서준이랑 같은 대학 못 가."

"야. 나도 서준이처럼 공부 열심히 하면 같이 갈 수 있거든. 내 희망을 그렇게 무너뜨리지마."

"공부 못해서 그런게 아니라. 아, 시X 진짜. 답답하네."

"아, 뭐. 뭔데. 왜."

"오메가는 알파랑 같은 대학 못가. 알파랑 베타끼리는 같은 대학 갈수 있지만. 근데 서준이가 왜 그랬지. 서준이도 알텐데."

답답해 말을 못하는 민후 대신 진혁이 말했다.

"뭐? 근데 고등학교는 같이 있잖아."

"거의 고등학생 때 각성하잖아. 너도 그렇고 경서준도 그렇고. 나랑 진혁이는 중학교 때 했지만."

"그럼 서준이는 왜 나한테 거짓말을....."

"왜겠냐. 니 공부 시키려고 그런거지."

민후의 말을 들은 성민이 표정이 굳자 민후가 성민에게 속삭였다.

"솔직히 오메가는 대학교 안 가는 게 좋아."

"그건 또, 왜?"

"오메가가 대학교 가면 사람들이 더 뭐라고 해. 오메간데 대학교를 나왔네. 오메가 주제에 무슨. 꼴에 자존심만 쎄가지고는. 이런 생각하고 회사나 그런데서 더 안 받아주거든."

"그런데 우리 엄마도 그렇고, 서준이 어머니도 그렇고 다 직업 있으신데."

"그런 사람들은 학교 다닐 때 진짜 공부 잘한거야. 공부 엄청 잘하는 오메가만 영재개발원 같은데로 보내지거든. 거기서 하고 싶은 거 선택하고 강의 듣고, 그러면 알아서 회사 같은데서 데려가는 거지. 말하자면 오메가 대학교 같은데야."

성민은 민후의 말을 들으며 서준이 자신에게 말했던 것을 생각했다.

'나랑 같은 대학교 가고 싶지 않아?'

"................"

"거기로 못 간 오메가들은, 돈은 벌어야 되는겠데 학력이 안되니까 시창가나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거고."

'같은 대학교 가서 같이 캠퍼스 커플 같은거도 하고.'

".................."

"그게 오메가들이 미치도록 공부하는 이유야."

'난 너랑 같은 대학교 가고 싶어.'

서준은 성민에게 웃으며 말했었다.

그리고... 난 그 말에 신나서 공부했었지. 지금 생각하니까 억지로 웃은 거 같아. 왜 몰랐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게 일어나 의자가 뒤로 엎어지자 반에는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뭐야. 야, 어디가?"

성민은 민후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서준의 자리로 갔다.

"나랑 잠깐 얘기 좀 해."

성민은 그대로 서준을 데리고 복도로 나갔다.
계단 벽 쪽까지 데리고 간 성민이 말했다.

"재밌어?"

"뭐가....?"

"재밌지."

"뭐가......"

"아니, 뭐. 대학 같이 가지도 못하면서. 니말듣고 신나서 공부하는 나 보면서, 재밌었을거 같아서."

"너 그거 어떻게......"

성민이 무표정하게 서준을 보고있자, 서준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아무 말도 못하는 서준을 본 성민은 한숨을 쉬며 표정을 누그러뜨리고 말했다.

"하.... 화내서 미안."

성민이 사과를 했지만 아직 눈치를 보는 서준에 성민이 피식 웃으며 서준의 머리를 헝클였다.

"미안. 난... 너 공부시키고 싶어서...."

"알아."

대학교도 같이 가고 싶었겠지. 생각해보니 억지로 웃은게 아니라 눈물을 참은거였나.

"근데 공부하고 싶은 사기가 뚝 떨어졌다."

"그래도 공부는 해야되..."

"할거야. 열심히 해서 꼭 좋은 대학 갈거야. 솔직히 난 너 거기, 영재개발원 가는거 한편으로는 좋다고 생각해. 알파 득실득실한 곳 보단 더 안심되잖아."

"난 너랑 같은 대학교 가고 싶어."

저번에 했던 말이랑 같은 말이지만 상황을 알고나자 더 애처롭게 들리는 서준의 말에 성민은 응어리가 맺힌 것처럼 마음이 무거워졌다.
울먹이며 말하는 서준에 성민은 자신이 헝클어뜨렸던 서준의 머리를 정리하며 쓰다듬어 주었다.

"나도."

"너랑 같이 다니고 공강 때 놀러도 가고..."

"나도."

나도 그러고 싶다, 서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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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27 16:30 | 조회 : 1,418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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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개발원은 실제로 있는 곳이 아닙니닿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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