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11.

나는 아빠가 있었다.
어렸을 때 아빠는 코에서 피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주 가끔 몸에 멍을 달고 퇴근하실 때도 있었다.
아빠는 단지 나에게 피곤해서 나오는 거라고 했었다.
너무 어려서 그런지 그런 아빠의 말을 믿었고 그러다가 일이 터졌다.
엄마는 의사였고 아빠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어느날 아빠는 퇴근하시다 교통사고를 당하셨다.
그 당시 엄마는 응급실 환자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빠의 사고를 당한 모습을 본 최초의 의사였다.
하지만 엄마는 아빠의 수술을 맡지 않으셨다.

아주 어렸을 때 엄마가 일하시는 병원에 놀러가기도 했었다.
하지만 엄마랑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적었다.
응급실 안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무료하게 응급실 밖에 있는 의자에 앉아있으면 그때 마다 나에게 사탕을 선물로 주시는 의사선생님이 계셨다.
주실 때마다 사탕은 달랐고 그 의사선생님을 만나 뵙고 싶어서 갈때도 있었다.
그렇게 안면이 트인 의사선생님은 그 날 하늘색 수술복을 입고 나오셨다.
그때 나는 급하게 성민이의 어머니와 성민이랑 같이 수술실 막 도착했을 때였다.
나에게 다가온 머뭇거리며 묻는 선생님의 한마디가 나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성민아, 아빠가 많이 위독하셔. 그래서 성민이 피를 조금 나눠줘야 되는데 할 수 있을까?"

나는 말도 없이 고개만 끄덕였었다.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가만히 내 팔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피가 많이 필요했던 건지 꽤 오랜 시간 뽑았다.
나는 그 상태로 눈을 감았다.

눈을 뜬 나는 옆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는 엄마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아빠는? 아빠는 어떻게 됬어?"

엄마는 나의 말에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아빠... 보러갈까....?"

"응......."

엄마는 알수없는 병실로 향했고 나도 따라갔다.
그곳에는 아빠가있었다.
가만히 눈을 감은 아빠가.
돌아가시진 않았다.
다만 기계에 의지해서만 숨을 쉬고 있었을뿐.
아빠의 손가락에는 심박수를 체크하기 위한 무언가가 끼워져 있었고 아빠의 팔에는 무슨 노란색깔의 액체가 들어가고 있었다.
아빠는 정말 죽은 듯이 잠들어있었고 나를 안아주던, 나를 업어주던 아빠는 이제 없었다.

그렇게 아빠는 그런 상태로 꽤 오랜 시간 계셨다.
나는 학교가 끝나면 부리나케 아빠의 병실로 향했다.
러의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엄마와 아빠를 수술한 의사선생님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언제까지 이런 의미없는 치료만 하실거예요?"

"넌 무슨 말을 그렇게해."

"솔직히 지금 이 상태 유지시키기도 어려운 상태예요. 혈압도 점점 떨어지고있어요. 수액만 몇번씩 맞고 있지만 그것도 하루에 세번 까지 밖에 못 맞는거 아시잖아요. 이런말 하면 죄송하지만 거의 끝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놓아주시는 게 나을것 같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죄송합니다."

".............."

병실 밖에서 그말을 듣고 있던나는 의사선생님이 나오시는 발걸음 듣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온몸이 벌벌 떨렸다.
이상하게도 눈물은 나지 않았다.
나는 아빠가결국 그렇게 되실거란걸 짐작하고 있었던걸까.

그 일이 있고 아빠는 돌아가셨다.
나는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왜 엄마가 수술 안했어? 엄마가 했으면 아빠 살았을 수도 있잖아!"

엄마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우셨다.
나는 엄마도 원망스러웠고 아빠를 수술한 그 의사선생님도 원망스러웠다.

그 의사선생님을 아예 몰랐으면 더 나았을까...

그렇게 삼일장을 지내면서 나는 엄마랑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상복을 입고 첫째 날은 손님을 받았고 둘째 날은 무슨일이 있는지 엄마랑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떤 방에 들어가시더니 나보곤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
그때는 이유를 몰랐지만 지금은 알 것 같았다.
섯째 날에는 아빠 화장 장소로 갔다.
나는 나름 괜찮은 척을 했다.
그게 정말 괜찮아 보였을진 모르겠지만.

그이후로 할아버지가 나만 잠깐 불러서 갔었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아빠가 혈소판 감소증이라는 병이있었으면 혈소판의 수가 4만 이상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증상을 없었을거라고 말했다.
사는데에도 별 지장이 없었을 거였는데 사고가나서 그랬던 거라고.
그래서 피가 많이나서 병원에 있는 피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을 거라고.
내 피가 많이 필요했던거라고.
그렇게 말씀하셨다.
엄마가 수술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뭐냐고 물었다.

"너라면 너가 사랑하는 사람을 수술할 수 있었겠어. 의사는 냉정함과 평정심을 유지해야하는 직업이여. 그런데 수술하려는 사람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실력있는 의사라도 못했을 거다. 그리고 그렇게 실력있는 의사도 아니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때.
중학교 1학년.
16살이었다.

그 뒤로 나는 병원을 싫어했고 가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아빠가 그런 병이있었더라도 나는 의사가 싫어졌다.
물론 엄마랑은 잘 지낸다.
사실 그 일이 있기 전에는 의사가 되고 싶었었다.
근데 지금은 전혀 아니었다.


서준은 생각에 빠져 병원 의자에 앉아 멍하니 앞에만 바라봤다.
그런 서준에게 성민이 물었다.

"왜 그래?"

"그냥..."

"아빠 생각나?"

"응......"

"오늘 병원 나가면 아빠 보러 갈래?"

"아니야.... 괜찮아. 곧 아빠 생신이니까 그때 가면 되지."

"그래. 그러자."

"경서준님."

"네. 갈게요."

성민이 말을 끝마치자 간호사가 서준의 이름을 불렀다.

"갔다 올게."

"어. 너 아픈거 증상 하나도 빼지말고 다 말해야 돼."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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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20 14:18 | 조회 : 1,540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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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ㅏ자 오늘 안나왔네요.. 병원이야기가 이렇게 길줄은::: 다음편 쯤 나올거에요!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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