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9.

"오늘 석식 먹지마."

"어?"

"아니, 오늘 야자 째자."

"뭐?"

"째. 그냥. 째고 너희 집에서 공부할래."

"째면 혼나잖아."

"괜찮아."

"나 혼나면 니가 책임질래?"

"그래. 내가 책임질게."

"너가 어떻게 책임질건데."

"어떻게 책임지긴. 뭐 내가 대신 맞거나 반성문 내가 대신 쓰거나."

"됐거든요."

"아, 째자. 같이 째."

"석식 안 먹으면 어디서 먹게?"

"그냥 아무데나 가서 먹으면 되지."

"별론데...."

"아~, 나가자. 응?"

성민이 서준의 팔을 흔들며 애교를 부리자 서준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았어. 째자. 근데 어떻게 째?"

"다 방법이 있지."

성민이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궁금했던 서준이 물었다.

"어떻게?"

"그런게 있어. 내가 교무실 가서 쌤한테 말하고 올게."

"뭘?"

"야자 안한다고."

"뭐? 야. 잠깐만."

성민을 부르려던 서준은 성민이 이미 교실을 나가버린것을 보고 생각했다.

교무실 가서 무슨말을 하려고.... 나 쌤들한테 찍히는 거 아니야?

성민은몇분 지나지 않아서 돌아왔다.

"짠!"

성민이 신나서 내민 종이는 조퇴증이었다.

"뭐야. 어떻게 받았어?"

"그런게 있어. 암튼 나가자."

"지금? 바로?"

"응."

"좀.... 그런데......"

성민이 들어와 서준에게 조퇴증을 건내주는 순간부터 서준에게 몰려든 시선.
아까 처럼 수군거리지는 않지만 괜히 신경쓰이는 서준이었다.
서준이 반 애들의 눈치를 보는 것 같자 성민이 말했다.

"가방 챙겨, 얼른. 가자."

성민의 말을 들은 서준이 가방을 챙기자 성민도 가방을 챙기고 일어섰다.

"가자."

"응."

서준이 일어서자 성민은 서준의 손을 잡고 속삭였다.

"신경쓰지 말라니까. 괜찮아."

성민이 여전히 손을 잡고 있자 반애들이 신경 쓰이는지 손을 빼내려했다.
그걸 본 성민은 서준의 손을 더 꼭 잡고 교실을 나왔다.
그렇게 성민이 서준의 손을 잡고 교문 앞 까지 다다르자 성민은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가방 줘."

"가방? 가방은 왜?"

"너 다리 다쳤잖아."

"괜찮아."

"빨리 줘."

"무거운데...."

서준이 성민에게 가방을 주자 꽤나 무거운 서준의 가방에 놀라 물었다.

"왜 이렇게 무거워?"

"내가 말했잖아. 무겁다고."

"이러니까 키가......."

"뭐! 키가 왜!"

"아니야. 아무알도 안했어."

"아무말도 안하긴 무슨."

"아, 아. 우리 어디서 밥먹을까?"

"아무데나. 돈은 있어?"

"응, 있어."

자신있게 말한 성민이 지갑을 보자, 당황한듯 말했다.

"어....... 더치페이할까?"

"푸흡. 멋있는 폼이란 폼은 다 잡더니. 알았어."

서준이 웃음을 터뜨리자 얼굴이 빨개진 성민이 물었다.

"어디갈래?"

"뭐 남고딩 둘이 갈 수 있는 곳은 뭐, 햄버거?"

"햄버거? 좀 그렇지 않아?"

"그래도 제일 평범하잖아. 아무도 신경안써도 되고..."

성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 가자."

햄버거 가게에 도착하자 둘에게 쏟아지는 시선과 말들.

와. 저 키 큰애 잘생겼다. 그러게 알파같은데. 우성알판가봐. 잘생겼는데 키도크고 게다가 우성알파야. 근데 옆에있는 애는 베타야? 쟤 어떡하냐. 향도 못 맡고 불쌍하네. 근데 키 큰애는 왜 저런 애를 만나냐. 뭐 예쁘게는 생겼네. 뭐, 뒤도 좋은가 보지.

그 말을 들은 성민은 생각했다.

왜 다들 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미치겠네. 하....

서준은 성민이 한숨 쉬는 걸 들었는지 점점 표정이 안 좋아지는 서준이었다.

나 때문에 창피한가.....

"나 그냥 집 갈까?"

"어?"

"난 그냥 집가서 먹는게 나을것 같아."

"잠깐만. 경서준!"

서준이 가게를 나가자 성민은 서준을 따라나갔다.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많이 가지도 못한 서준을 성민이 붙잡았다.
서준의 몸을 돌려 자신을 바라보게 만든 성민이 서준의 얼굴을 바라봤다.
서준은 성민과 눈이 마주치자 울컥 눈물을 터뜨렸다.

"왜 그래, 너. 내가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

"신경쓰지 말라고? 사람들이 내 얘기만 하는 거 아니잖아. 니 얘기도 하는 거 너도 들었을거 아니야. 나랑 같이 다니는 거 쪽팔리지 않아?"

"서준아."

"부르지마. 그만하자, 우리."

"야..... 너. 너무한거 아니야?"

"............."

"너랑 내가 무슨 몇달을 사귀었어? 며칠을 사귔어? 너랑 나 오늘 사귀었어. 사귄지 하루도 안됐어. 근데 지금 그런 말이 나와?"

"너도 느꼈을꺼 아니야. 너랑 나는 사귀어도 욕만 들어."

"아직 남자랑 남자랑 사귀는거 흔하지 않아. 나도 알고 있어. 근데..."

"맞아. 남자랑 남자랑 사귀는거 흔한거 아니야. 근데 거기다가 알파랑 베타가 말이 된다고 생각해? 넌 알파랑 베파랑 사귀는거 봤어?"

"하..... 나 너 좋아한거 한두달 된거 아니야. 자그마치 3년이야, 3년. 3년동안 마음고생 엄청했어. 난 내가 너무 어려서 단순한 호기심에 이런 감정 느끼는 줄 알았어. 근데 아니더라. 나 너 진짜 좋아해."

"그만해, 그만. 그냥 우리 헤어지,"

"싫어. 난 절대 너랑 안 헤어져. 아니, 못 헤어져."

"그럼... 시간을 줘. 생각해볼게. 나 지금 너무 혼란스러워서 잘 모르겠어. 내일 학교에서 대답해줄게. 근데 내일 내가 그만하자고 그러면 딴말 말고 그냥 헤어져주라."

"................"

성민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몇 분이 지나자 성민이 대답했다.

"알았어. 시간 줄게. 대신에 내일 학교 갈때 같이가."

".........."

서준이 대답을 하지 않자 성민이 답답한 듯 말했다.

"그것도 안돼?"

"............"

"하...... 너!"

성민은 화를 꾹 참으려는 듯 주먹을 꽉쥐고 말했다.

"알었어. 그럼 내일 학교에서 말해줘."

"....응"

"집이나 가자."

성민과 서준은 아파트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에 탔다.

"너 데려다 줄거니까 아무말도 하지마."

"응...."

엘리베이터가 12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고 성민과 서준이 서준의 집 앞에 섰다.

"한번만 안아보자."

성민은 서준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서준의 꽉 안았다.

"보내기 싫다..."

"내일 볼꺼잖아...."

"니가 무슨 대답을 할지 어떻게 알아... 근데 되도록이면 좋은 쪽으로 생각해줘."

"....응...."

"들어가. 밥 꼭 먹고."

"알았어....."

서준은 대답을 하며 집으로 들어갔고 성민은 힘 없이 자신의 집으로 내려갔다.

두 사람의 관계는 지금 너무 위태로웠다.
제 3자가 조금만 건드려도 무너질 만큼.

0
이번 화 신고 2017-01-16 15:53 | 조회 : 1,539 목록
작가의 말
line

전 왜 애들을 굴리는게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