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1. 물들이다

-우리가 이 시대에 살지 않았더라면 너와 나의 사이는.

"성민아. 우리 진혁이한테 가보자."

"아, 안돼."

"왜?"

"나 오늘 병원 갈거야."

"병원? 나 어디 아파?"

"아니 오늘 교실 도착했을때 냄새 나는 것 같다고 했잖아."

"응, 그랬었지."

"나 알파라서 그런가봐. 오늘 병원 가서 검사하게."

"뭐?! 알파? 알파라면...."

"난 다른 알파처럼 안 그럴거야. 걱정마."

"진짜 안 그럴거지? 그럼 진혁이한테는 나 혼자 갔다올게."

"알았어."

서준은 진혁의 집에 도착했다.
띵동-. 누구세요? 인터폰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아, 안녕하세요? 저 진혁이 친구에요."

현관문이 열리고 진혁이 어머니가 나오셨다.

"진혁이 어때요?"

"진혁이가 왜? 무슨일 있니?"

"네?"

아, 혹시 모르시나?

"아, 아니에요. 헤헤."

"진혁이 방에 있으니까 한번 들어가보렴."

서준이 진혁의 방 앞에 섰다.

"진혁아. 들어갈게."

서준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서준의 예상외로 멀쩡한 진혁이가 있었다.

"나 아직 들어오란 말 안 했는데."

"어, 너 괜찮아?"

"뭐야. 나 걱정되서 온거야?"

"응. 오늘 어떻게 된건데?"

"아, 나는 매일 억제제 먹어. 근데 그게 내성이 생겨서 잘 안 듣는거 같더니 오늘 처럼 됬네. 학교에 소문 다 퍼졌지?"

"......................응"

"그럴줄 알았어."

"그럼 학교는 자퇴... 할거야?"

"흠... 그건 좀 생각해봐야 될거 같아. 근데 너 강서민이랑 조심해서 다녀."

"푸흐- 성민이는 괜찮아. 자기는 안 그럴거라고 했어. 그리고 난 베타잖아."

"그래도 걔가 그럴지, 안 그럴지 니가 어떻게 알아. 사람 변하는 거 한 순간이야. 그니까 조심 좀 하라고."

"알았어, 알았어. 조심할게. 그럼 난 간다."

"어. 빠이."

방에서 나오자 진혁의 방 앞에 서 계셨던 진혁의 어머니가 서준에게 말했다.

"벌써 가는 거니?"

"아, 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설마 들으셨을까...

"그래. 잘가렴."

서준이 진혁의 방에서 조금 급하게 나왔던 이유는 티는 안 냈지만 성민의 결과가 매우 궁금했던 탓이었다.

서준은 자신의 집에 가기 전에 7층을 눌러 성민의 집으로 갔다.
서준과 성민은 집이 가까워서 매일 늦게 들어오시는 자신에 부모님 때문에 서로의 집에서 잘 때가 많았다.
그래서 당연히 서로의 집 비밀번호는 알고있었다.
띡띡띡띡띡-.
서준이 성민의 집 비밀번호를 자연스럽게 치고 들어갔다.
성민의 집으로 들어선 서준은 성민에게 결과를 묻는 듯한 눈으로 쳐다봤다.

"뭐야. 왜."

"결과 어떻게 나왔어?"

"결과야 뭐 다연히 알파라고 나왔지."

"그렇구나."

예상 했던건데. 역시 좀 당황스럽다.

서준은 살짝 걱정된다는 듯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뭔데, 그 표정은. 나 진짜 안 그럴거야. 나 못 믿어?"

"믿어. 믿지. 믿는데. 좀 걱정된다."

"진짜 걱정할거 없어. 안 그럴거니까."

"알았어. 믿을게. 그럼 난 집에 간다."

"야, 잠깐만. 오랜만에 여기서 자고 갈래?"

"무,뭐? 왜?"

"왜냐니. 같이 안잔지 오래 됬잖아."

"아, 아니, 다 큰 남자애들이 무, 뭘 같이 자. 같이자긴."

"뭐 반응이 그러냐. 농담 한번 해본건데."

"아, 아니. 나 당황 안했는데."

"너 당황했다는 말 안했는데."

"아. 아이씨........."

"아이씨? 어쭈, 너 많이 컸다?"

"씨... 아, 몰라. 나 진짜 간다."

"크큭. 어, 그래 잘가라."

그래도 반응이 그러니까 좀 섭섭하다 경서준.

한편 집에 도착한 서준은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했다.

"지나가면서 나는 냄새가 향수 인줄 알았더니 페로몬 냄새더라."

"맞아. 나도 처음에는 그랬어."

그러지 않을거라던 성민은 점점 변했다.

"냄새 나는 정도가 존X 심해서 토할 뻔 했다니까."

"내가 중학교때 그랬던거랑 똑같네. 지금은 뭐 익숙해 졌지만. 더러운 오메가 냄새만 없었으면 좋겠는데."

"그니까."

"김진혁, 한번 따먹었어야 했는데. 시X, 존X 아까워. 오메가가 내 뒤에 앉아있었다니."

"야, 난 옆에 앉아있었어."

"아, 맞네. 지금 생각하니까 더럽지 않냐?"

"존X 더럽지, 시X."

성민은 변해갔다.

알파랑 오메가에 대해 몰랐을때가 훨씬 더 좋았을 텐데.

서준이 성민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자 성민이 말했다.

"뭐."

"아니야."

성민이 서준에게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오메가한테 하는 것 까진 아니지만 확실히 차가워진 성민이었다.
항상 몇 년간 서준이 집 앞에서 서준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 같이 학교로 갔었는데 점점 뜸해지는가 싶더니 요즘은 아예 오지 않는다.
그래서 서준은 성민에게 오늘은 꼭 물어보겠다고 다짐했다.

"강성민."

"뭐."

"너 왜 요즘 나랑 같이 안가?"

"내가 너랑 왜 같이 가야하는데."

"뭐?"

"넌 나 아니면 학교 못 가? 나랑만 친한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나도 이제 내 친구들이랑 같이 갈거야."

성민의 차가운 말은 서준을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너 요즘 왜 그러는데."

"뭐가."

"하는 행동이 그렇잖,"

"뭐 어쩌라고. 니가 뭔 상관인데. 오냐오냐 해줬더니 고나리질하고 지X이야 시X, 기분 X같게. 간섭하지마."

말을 끝 마친 성민은 돌아서서 가버렸고, 둘이 같이 서있던 자리에는 서준 혼자 남았다.
성민이 성큼성큼 걸어가는 만큼, 그래서 두 사람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는 만큼, 두 사람의 관계도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차라리 성민이 알파가 아니었다면.
아니, 우리가 애초에 이런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너와 나는 조금 다른 관계가 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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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2-30 16:41 | 조회 : 2,67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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