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_유혹하잖아요?

경찰서_
며칠 내내 신형사 얼굴을 코빼기도 못 본 것 같다. 고백은 쟤가 했는데, 내가 차인 기분이란...
한 날은 같이 얘기 좀하자고 불렀더니, 내가 말하는 내내 고개 푹 숙이고 있다가 한숨을 푹 쉬니까 다 끝나셨죠? 하고는 휑 가버렸다.
며칠 끙끙 앓았는데, 어색해서 미칠 것 같다.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신 형사, 할 일 없지?"
"아뇨, 이거 보고서 정리 해야합니다"
"나 잠복 나가는데, 같이 좀 가지?"
"바쁩니다"
"신형사, 강 형사랑 싸웠구나?"
"아닙니다. 김 형사님"
"내가 그거 할게. 여어 가 봐."
"아뇨, 제가"
"어허, 가 보래도"
썩 내키지 않다는 표정으로 강 형사한테 끌려가는 신 형사를 보며 김 형사가 키득거렸다.
"뭐야, 고백 했다며?"
"그러게요. 우리 서에도 드디어, 커플 탄생인가요?"
"게이 커플이라니, 별로.."
"닥쳐! 이건 여자들의 로망!"
"완전 로맨틱해!"
어머어머ㅡ 거리며 김 형사와 정 순경이 맞장구를 치며 웃었다. 그 사이에 낀 박 형사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사내 새끼들 둘이 있는게 뭐가 좋다고 저렇게 호들갑인지"
"박.형.사.! 나 좀 보지?"
"네엣? 아앗, 봐주세요..."
박형사는 김 형사에게 철저히 맞았다고 전해진다.

"강 형사님, 손 좀 놔주시죠?"
"아니, 대화 좀 하자고! 맨날 실실 피해다니고! 얘기 하쟀더니 입 꾹 다물다가 튀고! 내가 빡쳐, 안 빡쳐!"
"...."
"나 좋아한다며!"
"그거에 대한 대답이 없으셔서, 거절인줄 알았죠 당연히. 그래서, 그 말에 대한 해주시려고요? 거절이 아니라면 허락인가요?"
"아아...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러면 그냥 내버려두세요, 알아서 마음 정리 할테니까"
"아니, 그렇다는 건 아닌데.."
"아, 정말! 그럼 뭡니까!!"
"아,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고1!!"
"그럼 내비두시라고요1"
"동료들끼리 이렇게 싸우면 쓰나?"
지긋한 목소리가 둘의 사랑싸움(?)을 진정시켰다.
"양 부장님"
"서가 떠나가겠어, 아주. 잔말 말고 잠복하러가. 사랑싸움은 나중에 하고"
"사랑싸움 아닙니다!!!"
양 부장은 그러던지 말던지 둘을 잡아 차에 밀어 넣는다.
"참, 한 과장 있지? 거기 산에서 아주 알콩달콩 하던데?"
"그게 무슨..?"
"백 준 말이야, 묘족이래"
"그런데요?"
"묘족 발정기랑 겹쳤대, 그렇게 둘이 눈이 맞아서 커플이 된거지"
"그걸 어떻게 아세요?"
"니가 하도 전화를 안 받으니까 나한테 했더라. 그리고, 진짜로 준이 피의자가 맞냐고 물어보더라. 정말로 사람을 죽였냐고"
"한 과장님, 왜 그러시는 걸까요? 그런 적, 한번도 없었는데"
"모르지, 둘은 천생연분일지도"
"뭐 알고 계시죠? 뭔가 아시는 것 같은데?"
"기억 봉인 쪽이랑 관계 있을 껄?"
"기억 봉인이라뇨?"
둘이 대화하는 동안, 잠자코 있던 신 형사가 불쑥 끼어들었다.
"기억 봉인은 백 운의 능력이 아니었습니까?"
묘족은 누구나 한가지쯤 특출한 능력을 타고난다. 이를테면, 백 운은 기억 봉인 및 조작을, 묘족의 장로는 시간 여행 같은 것을 가졌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 사이좋게 범인 잡고 와"
"아, 정말? 끝까지 말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문을 턱, 닫았다. 유유히 걸어가는 자태가 얄미웠다.
"기억 봉인은 백 운의 능력. 그러면 백 운 한테 기억 조작을 맡긴 건가"
"난 몰라, 알아서 해"
"그래서, 고백에 대한 대답은요?"
"아직 모르겠어. 기다려 달라는게 내 대답"
"그 대답이 너무 늦었다는 게 내 대답"
"응?"
"이제 제대로 유혹할거라고요. 유혹에 누가 먼저 빠지나 내기한번 해보실래요?"
"넌 이미 빠져있는 거 아니엇어?'
"오, 자신 있으신가봐요?"
"한번 해보시던지."
운전하던 신 형사가 갑자기 갓길로 차를 세우더니 강 형사의 턱을 잡고 키스를 시작했다.
"읍....하.. 뭐하는 짓이야?"
"유혹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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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04 15:02 | 조회 : 1,810 목록
작가의 말
월하 :달빛 아래

수윈줄 알았죠? 아니, 마음이 삐뚤어서 괜히 또 놀리고 싶더라고요 ㅋㅋㅋ 매번 이시간에 찾아옵니다. 1시에서 3시 사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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