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_혼란, 심란, 그 속에 사랑

"형, 부탁이 있어요"
"갑자기?"

점심을 먹고 쇼파에 늘어져있는 나에게 준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온다.

"크흠, 제가 묘족인건 아시죠? 묘족이 6개월에 한번씩 발정...이 오는것도 알고 계실테고요"
"음? 6개월이었어?"
"묘족 만나보신 적 없으세요?"
"있긴 하지만, 다 나이들어서 어느정도 발정을 안하는 시기의 여성분이었지"
"큼, 쨋든.."
"아, 설마 그 동그라미가 발정기였어?"
"보셨군요."
"워낙 할게 없는 집이라."
"발정은 3일정도 지속됩니다만, 이틀째 되는 날이 제일 위험해요. 이성을 잃거든요"
"첫째날과 셋째날은?"
"부끄럽지만 아셔야 하니까 일러드릴게요. 첫째날은 인간 여성처럼 찢어집니다"
"생살을? 아프겠다.."
"몸이 만들어두었던 애기집의 입구를 보이기 위해 찢는거죠. 셋째날은 봉합이 시작됩니다"
"아구구, 아프겠다"
"맨날 있는 일인데요. 뭘. 그리고 식욕이 많아지고 잠도 많아집니다. 발정 직전까지요."
"왜?"
"아기집을 만들어야하니까요"

설명해주는 내내 준의 귀가 빨갰다. 그만큼 부끄러운 일인가, 싶어 더 놀리고 싶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부디 휘말리지 마시라고요. 잘못하다간 저한테 코 꿰입니다."
"잠시만 혼자 있게 해줘. 우산 좀 빌린다."

침묵을 유지하던 태호가 뒷문으로 나간다.비가 추적추적오는데, 태호는 담배를 피우려다 멈칫한다.
멍청한 짓은 그만하자, 한태호. 코가 꿰인다라, 그것도 나름 괜찮네. 나, 니가 마음에 들었어. 도대체 언제부터 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복잡한 마음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겨우 며칠 지냈다고 마음이 이렇게 심란한지. 마음이 이렇거 저린지. 어쩌면 처음 만났을때 부터 난 이미 반해있던걸까. 네 말을 듣는 내내 마음이 철렁 가라앉았어. 난 경찰이고, 넌 연쇄 살인범인데. 이미 흘러가 버린 마음을 어떻게 잡을 수가 없어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래서 나는, 멀거니 그 자리에 계속 서서는 몇 시간동안 머리만 싸매쥐고 있었다.

"형, 저녁 드세요!"
발랄한 준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 귀여워.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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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2-30 13:47 | 조회 : 1,931 목록
작가의 말
월하 :달빛 아래

아구, 잘못 올렸다가, 지우고 다시 씁니다... 예전것이 훨씬 나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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