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_강형사와 신 형사

경찰서_
"아니, 갑자기 철수한 이유가 뭡니까?"
"낸들 아냐. 위에서 하란대로 했을뿐이야"

강 형사가 양 부장을 찾아가 연신 캐물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양 부장의 대답은 모른다, 뿐이었다.

"아악, 진짜! 헬기도 안 된다, 뭐도 안된다. 잠자코 있으라고요? 지금 형사 한 명이 피의자랑 산에 갇혀있단 말입니다!"
"그 형사가 한 과장이니까, 괜찮아"
"하, 알겠습니다"

씩씩거리며 부장의 방을 나선 강 형사는 막막하다는 얼굴로 휴게실로 항했다. 어떡하지, 싶어 눈을 꼭 감았다. 그의 얼굴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신 형사다.

"아, 신 형사! 마침 잘 왔어. 양 부장님 뵙고 오는 길인데, 방법이 없대. 어떡하지?"
"그걸 저한테 물으면 어떡합니까?"
"하, 신 형사 너무 차가운거 아니야? 너의 한 과장님이 뺏길지도 모른다고!"
"한 과장님이 왜 제 껀줄 잘 모르겠네요. 솔직히, 시말서 쓰기 싫으신거잖아요."
"쿨럭..내가 그리도 매정한 인간으로 보이더냐?!"

커피를 마시다 사레가 걸린듯 콜록거리다가 강 형사는 신 형사를 째려 보았다. 저게 진짜, 한 과장은 산에 약하단 말이야. 특히 비 오는 늦은 밤의 산.

"풋. 너무 걱정하지 말란 농담 입니다. 강 형사님 사고 치신거 수습한 것도 한 과장님이 하셨고, 범인 역시 번번히 한 과장님이 잡으셨잖습니까. 무뚝뜩해 보이셔도 은근 다정하시다고요. 강 형사님께도 지나치게 친절하신것 같다고 서에 소문이 파다한 걸요."
"아니 뭐, 그거야..."

과거 한양시 연쇄살인 사건만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그가 나서주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그 과거는 묻기로 둘이서 굳게 다짐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신 형사라고 한 과장의 모든 걸 알고 있는건 아니다.

"어? 왜 말이 흐려지십니까? 설마 진짜로?"

이것저것 상념에 빠져 넋을 놓고 있는데, 신형사가 그렇게 물어왔다. 그 목소리는 휴게실을 쩌렁쩌렁 울리만큼 큰 소리인지라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뭔 개소리를 지껄여? 나가? 내가 이딴 놈한테 진짜!"
"어엑, 밀지 마요. 나갑니다, 나가요"

꾹꾹 등을 떠밀며 그는 그렇게 얘기했다. 휴게실엔 더 못 있겠군, 젠장. 저 새끼, 맘에 안 들어. 투덜투덜 거리며 그는 옥상으로 향했다. 답답한 마음에 담배라도 한 개피 피우자는 마음에서였다. 담배 한 개피가 안주머니에서 부드럽게 딸려나왔다. 형사치곤 얇은 손에 한 개피가 끼워졌다.
강 형사는 팀 내에서도 그런 존재였다. 카사노바, 바람둥이, 여심을 홀릴 줄 아는 남자. 담배 한 개피라도 멋을 들여서, 섹시하게 피울줄 아는 남자.
조용히 담배를 비벼 끈 강 형사는 뒤돌았다. 거기엔, 신 형사가 서 있었다. 넋이 나간 듯, 입을 헤 벌리고선.

"병신, 뭐 하냐. 얼른 한 대하고 와. 나 먼저 내려간다"

휴게실에서의 일은 완벽히 잊은 건지 강 형사는 신 형사의 어깨를 몇번 툭툭 두들겨 주곤 나왔다. 끼익, 소름끼치는 철문이 열렸다가 닫혔다.

"헐...뭐지.."

감탄사가 툭 튀어나왔다. 일을 할 때와는 다른 잘생김과 섹시였다. 원래도 흘러넘치는 잘생김이긴 한데, 담배를 피우니까 피폐한데 섹시하다.
"아, 미치겠네. 이러니 내가 안 반하고 배겨"

신 형사는 원래 게이였다. 한 과장한테 반해서 죽어라 공부해서 경찰 들어왔는데 엉뚱하게도 강 형사한테 반해버렸다. 벌써 2년 째, 다행히 강 형사는 호모포비아 까진 아니었다. 그냥 남의 일에 내가 뭔 상관, 이런 느낌? 그게 자신의 일로 닥치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이었다. 괜스레 답답해진 마음에 신 형사는 먼 산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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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2-27 12:55 | 조회 : 2,243 목록
작가의 말
월하 :달빛 아래

서브 커플의 등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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