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_묘족이었냐?

"백 준씨."
"네..."
조금 낮아진 목소리로 나지막히 이름을 부르자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백 준씨.
"말 편하게 할게요. 나보다 동생이던데, 편하게 불러. 한 며칠 같이 있어야 하니깐. 한태호라고 해 "
"어어... 저는 뭐라고 부를까요?"
"형사님도 괜찮고, 태호 씨도 괜찮고. 알아서 해."
"형! 형이라고 부를게요. 헤헤"
해맑게 웃는 그는 도저히 범죄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후- 한숨을 내쉬었다. 산사태라니, 며칠정도 이곳에 있어야 할까... 그때였다.
반짝거리는 귀걸이가 준의 귀에서 빛났다. 은색 피어싱이었다. 스윽- 머리카락을 걷자 태호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너, 묘족이었냐?"

-

묘족. 토끼 묘와 고양이 묘를 뜻하는 묘족은 특이한 종족이었다. 남자는 토끼, 여자는 고양이 수인으로 태어나는 그들은 귀와 꼬리만 숨기면 인간처럼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인간들은 묘족을 차별하면서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을 만들었는데, 귀걸이나 피어싱, 팔찌, 목걸이 등 다양한 악세사리로 표식을 만들어냈다. 요즈음에야 묘족의 아름다운 생김새와 따뜻한마음씨로 연예인이나 정치인으로써 묘족의 입지를 다져, 연인관계를 맺는 이들도 많았다.
"허, 아니 이걸 어떻게 보신거죠...? 은색 피어싱이라 머리카락에 파묻혀 잘 보이지도 않을텐데. 정말, 대단한 형사님이시네요!"
백발인 그는 피어싱을 가리기 위해 머리를 길렀다. 형사인 태호의 눈썰미에 감탄만 늘어놓았다. 조잘조잘 거리는 준이 귀여웠는지 태호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준, 나 배고픈데. 뭐 없어?"
"흐음, 라면 있을껄요?"
"라면은 어제도 많이 먹었는데..."
"제가 끓여 드릴.."
"아냐, 됐어. 수갑 차고 있는게 뭔 라면이야. 내가 할게. 주방은 어디야?"
"저기 복도 맨 끝방이요"
가르킨 방으로 향하다 문득 웃긴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어느 누가 경찰이랑 피의자랑 산사태가 나서 조난당할줄 알았으랴. 대단하다, 정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러고보니..
"묘족이면, 운 이유가 조금은 이해가 가는군"
둘 중하나겠지. 두려움이든, 자연에 동화되었든. 묘족은 자연에 동화될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고 하였다. 그러니까 그들이 갑작스레 울면 비가 온다던지, 두려움을 느끼면 폭풍이나 쓰나미 같은 대형 자연재해가 온다고 한다. 다만 동화되는 능력이 길지 않고, 미리 예견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흐음, 라면이랑 식수 둘다 풍족하네? 이정도면 5일정도 버틸수 있겠어. 삼시세끼 다 라면이라니, 쫌 우울하기도 하고..."
"라면 말고도 딴 것도 있어요. 쌀이라던가 김치라던가 생선이나 고기 종류도 조금씩 구비해뒀어요"
"으왁! 언제 왔어?"
"방금요. 일단 배고프니까 라면으로 대충 때워요."
"근데 넌 왜 나한테 존댓말이야?"
"형이니까요!"
순수하게 웃는 그 아이가 참 예뻤다. 묘족은 그런 존재였다. 이세상의 것이 아닌 듯 깨끗한 존재.
"먼저 가 있어, 내가 할게"
"계란은 반숙, 떡도 꼭 넣어주세요!"
"알았어, 가 있기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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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2-22 18:25 | 조회 : 2,497 목록
작가의 말
월하 :달빛 아래

태호야.. 쫌만 말 이쁘게 하자.. 준이 놀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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