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사장님…"










어차피 이곳 사람들 모두 우리를 신경쓰지 않는다.

설령 모두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고 해도 내가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이미 이성을 잃었고, 사장님은 생각보다 훨씬 내게 수동적이었으며,

한번보고 말 백명의 사람들보다 평생보고 살 이 사람을 붙잡는 게 나에게는 더 큰 일이었다.













"어, 아…승빈아, 지금 뭐하는…!"







술 취한 주제에 말도 많다.

슬쩍 담배를 재떨이에 아무렇게나 던져놓고는 그의 목 뒤로 손을 뻗었다.

가까이 다가가는 내게 당황하며 말을 하는 그의 입술을 파고들었다.




그가 하려던 말이 모두 내 입속으로 삼켜진다.




아무말도 못하니까 훨씬 나았다.

생에 그런 질척거리는 키스는 처음이었다.

왠지 죄책감이 들었다. 하얗고 백지같은 사람에게 먹물을 부어버린 듯한.




그래도 이젠 어쩔 수 없어.

내가 깨끗해지긴 이미 글러먹었으니까, 당신이 내게 물들면 된다.










"하아…승빈아, 너…!"










이와중에도 나를 승빈아,라고 부른다.

이러니 내가 미치도록 쫓아다니지. 진작에 다른 새끼가 안달라붙은 게 신기했다.

간신히 숨을 몰아쉬던 그는 점점 상황이 이해가 갔는지 목까지 새빨개졌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순한 양 같았는데, 어째 이젠 여우같아 보인다.







"너무 취했나보다. 이만 들어,"

"하나도 안 취했어요."

"……."

"멀쩡해요, 저."

"너…"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그를 돕기 위해 싱긋, 웃으며 자리를 박차고 이끌었다.

마무리는 지어야죠, 계산을 하고 무작정 그를 끌고나왔다.

그에게 모텔같은 싸구려는 어울리지 않아.







"우리 술마셨는데…"

"그거 알아요?"

"……."

"나 하나도 안마신거."










그가 놀란표정을 한다.

당연하겠지. 지금까지 내가 따라준 걸 꼬박꼬박 마시느라 내가 당연히 마신 줄 알았겠지.

취해서 정신도 없었을거고.




실로 나는 별로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아 입에도 대지 않았다.

슬쩍슬쩍 잔을 비워보이는 척 하며 버리긴 했어도, 마시진 않았다.

그에게 술냄새나는 이미지를 주고 싶진 않으니까.







"가죠."







말은 배려가득했지만, 실제론 거의 우겨넣다시피 앞자리로 끌었다.

순순히 안전벨트를 하는모습에 다시한번 코피가 터질 뻔 했다.

내 물건을 손도대지 않고 살렸다 죽였다 하는구나.







"어디…가는거야?"

"사장님이 좋아하시는 곳이요."

"……."

"아, 저도 물론 좋아하고요."










갈곳이야, 뻔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리고 앞으로 계속 만나게 될 카페.

지금은 새벽이고, 이 거리는 사람이 잘 지나다니질 않는다.

설사 지나간다고해도, 불꺼진 카페안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때까지도 그는 내가 지금 뭘 하려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저 내가 무슨 뜻이 있겠거니, 방금은 실수겠거니 하는 것 같은데, 완전한 착각이다.







내가 이날을 위해, 정확히 말하면 시작하게 될 날들을 위해 얼마나 무던히도 노력했는데.

한순간에 날리진 않을 것이다.

그는 벌게진 얼굴을 좀처럼 가라앉히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있었다.

얇은 목에 뼈가 도드라지게 보였다.







"고개 들어요."

"……."

"젊고 예쁜 얼굴 안보이시네."

"너 정말 술 안마셨어?"

"내가 취한 것 같아요?"










당연하겠지. 하루만에 이렇게 달라지는 애가 어딨어.

그것도 제가 찾아와서 거의 울듯한 얼굴로 받아달라고 해놓고는, 이제와서 하극상처럼 구니까 어이가 없을만도 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내게 일종의 동질감,연민을 느끼고 있었고,

그것은 예상 외로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여긴 왜 다시 왔어…?"










나는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알아들을지 말지는 그의 책임이다.










"제일 잘 될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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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2-15 00:24 | 조회 : 1,217 목록
작가의 말
레몬녹차

검은 알바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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