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진짜 희한한 사람이었다.

한없이 순진해서 모든 걸 다 내보일 것 처럼 굴면서도, 정말이지 하나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질 않았다.

굳이 묻지 않아도 알아서 알려줄줄 알았는데.

그래도 굳이 피곤하게 돌려말하지 않아도 되는 건 좋았다. 그냥 대놓고 물어볼건 다 물어보지 뭐.




벌 써 세 가치 째 담배를 문 그는 여전히 술까지 들이키고 있었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사장님, 무리하지 마세요."

"에이, 괜찮아 괜찮아- 환영회 해달하며?"

"그치만 지금까지 저만 떠들었는걸요?"










사실이었다. 내게 무슨말이든 해보라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쳐다보는데,

술술 거짓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자기만 혼자 꽁꽁 감추고 있다니, 이건 정말이지 너무 불공평하다.

나만 목매는 게 어딨어. 우리 어차피 같은 길로 들어설 사람들이잖아.







"사장님은 그런데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몇살 같은데?"

"서른…?"

"에에, 내가 그렇게 늙어보여?"







뭐야, 그럼 서른도 안된다고?







"그럼요?"

"비슷해- 스물 여덟."










와,

동안이다 동안이다 생각했더니 진짜 젊었다.

아직도 20대 선이었다니. 그럼 나랑 정말 차이 별로 안나잖아?







"우리 승빈이는 몇살이야-?"







적당히 기분이 좋아졌는지 자꾸 말꼬리를 늘린다.

제법 귀여워서 턱을 괴로 감상했다. 아무도 이런 모습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물 셋이요."

"군대 갔다온지 얼마 안됐겠네-"

"네. 그리고 지금은 계속 휴학중이에요."

"머리가 긴데?"

"빨리 자라요."










그렇구나-하면서 손을 뻗어서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내 머리를 쓰다듬지 않는 손으로 담배를 손가락에 낀 채 빤다.

담배를 '피는'게 아니라, '빤다'




볼이 살짝 홀쭉해지는 그 모습마저도 미칠 것 같다.

머리에, 그 홀쭉해지는 볼에 다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술집 공기에 마약이라도 탔나?










"그렇게 젊으신데 왜 카페차리실 생각을 하셨어요?"







이때다 싶어서 그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물었다.







"응? 젊다니…나보다 너가 훨씬 어리잖아-"

"아무튼요."

"그냥…회사같은 건…안맞기도 하고"










알 수 있었다.

무슨일이 있었다는 것을. 모르긴 몰라도 그의 말투가 눈빛이 벌써 위태로웠다.

자리를 그의 옆으로 옮겼다.




담배를 그의 손에서 뺏고 한모금 들이마셨다.

원래 담배를 피지 않아서 그런지 매케한 연기가 썩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물론 살짝 축축해진 필터가 제법 만족스럽긴 했지만.










"잘어울려요."

"으응?"

"카페랑, 사장님."










진심이었다.

나는 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비록 머릿속의 8할이 욕망에 휩쓸린 낯부끄러운 생각들로 가득 차 있긴 하지만,

그래도 늘 그를 한켠에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카페와 퍽 잘어울리는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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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2-15 00:23 | 조회 : 1,125 목록
작가의 말
레몬녹차

이걸 볼 사람이 있을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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