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꿈을 꿧다.
어쩐지 악몽같이 어두캄캄했던 꿈 속.
그 사이에서 헤매다가 문득 어디선가 희미하게 나는 익숙한 냄새.

킁-

냄새의 원천을 찾고자 돌아다니다보니
수면 위로 점점 정신이 떠올랐고,
이번엔 확실히 무슨 냄새인지 알 것 같앴다.

전복죽이다!!!
잔뜩 바다 냄새를 풍김과 동시에 향긋함까지 갖춘 이 냄새는 분명 내가 아는 전복죽이었다.

킁킁-

하...얼마만에 맡아보는 전복죽 냄새인지.
이 냄새만 맡아도 황홀해져 여전히 눈을 감고 냄새를 음미했다.
한 입 먹자마자 고소함이 가득 퍼지겠지?
그리고 중간에 혀와 엉켜있던 전복 한 조각을 천천히 씹으면 그 바다 맛이 풍미를 더해 얼마나 맜있을까?

꿀꺽-
나도 모르게 잔뜩 고인 침을 크게 삼켯다.
그러자 귓속에 딱 박히는 낮은 웃음소리.

"그렇게 먹고 싶으면 눈을 뜨면 되잖아."
이어지는 다정한 목소리에 역시 그런가?하며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빛이 잔뜩 쏟아져 들어오며 어느 정도 익숙해진 눈에는 다소 낯선 집안이 들어왔다.

"지금은 어때?"
물으면서 내 곁으로 다가온 사람은 저번에 그 남자였다.
어째서인지 처음 봤을 때와 같이 무척 다정한 모습이었다.

"아,괜찮아요...근데 왜 제가..."
나는 왜 이 남자 집에 있는걸까.
의아함에 묻자,남자가 한숨을 폭- 내쉬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후...내 앞에서 쓰러졌잖아.얼마나 걱정했는데...진짜로.이틀이나 누워있었다고.아직도 이렇게 약하면 어떡해."
타박하는 듯한 목소리였지만 그러면서 쏘아주는 따스하고도 다정한 눈길.
마치 다른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손길 역시 부드러웠다.
그런데 또 다시 걸리는 날 아는 듯한 말투.

"도데체,누구시길래 맨날 절 아는듯이 말하는거에요?"
꼭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나는 이 사람을 모르는데,왜 늘 날 아는 듯이 말하는건지.

"일단...이름은 도영이야.김도영.기억 나?"

절레절레-

"그리고 너가 어렸을 때 병원에 입원해 있었을 때 나도 있었는데."

병원에 입원해 있었을 때?
사실 병원에 입원했었다는 사실만 기억할 뿐이지,그 주변은 잘 기억나질 않았다.
어렸기도 했고,어릴 적 기억은 그냥 이상하게도 안개에 가려진 것처럼 뿌옛다.

"도영..김도영..."
되새김질 하듯 이름을 뇌까려보았지만
전혀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았다.
도영이의 기대하는 듯한 눈빛이 왠지 따가웠다,

"미안...그래도 앞으론 친구하면 되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씩씩하게 말했다.
같이 있다보면 기억이 날 수도 있고!
내 말에 도영이는 잠시 멈칫하는 듯 햇지만,곧 씩- 멋드러진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이제 내가 만든 전복죽 한 번 먹어봐.맜있을거야."
무슨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영이가 옆에 놓여있던 전복죽 그릇을 내 앞에 내밀었다.
더 진해진 전복죽 냄새가 코 안에 들어와 행복했다.
숟가락을 건네받고 한 술 떠 입 안에 넣자마자 감동의 도가니가 펼쳐졌다.
엄마의 전복죽도 맜있었지만,이렇게 맛있는 전복죽은 처음이었다.
아니,더 맜있을지도.

"와아-진짜 맛있다!요리 진짜 잘하는구나?"
가히 자신감을 가질 만한 요리 실력에 엄지까지 치켜 들며 눈 깜짝할 사이에 그릇을 비웠다.
아직도 약간 어지러웠지만 전복죽이 들어가니 싹 나은 기분이 들었다.
괜시리 기분이 좋아져 싱글벙글 웃음이 났다.
이런 기분이 얼마만인지.

"자,이것도 먹어야지."
그리고 도영이가 약봉지를 내밀었다.
고개를 한 번 끄덕인 후 약봉지까지 클리어한 후에야 비로소 도영이도 마음이 놓였는지 다시 한 번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어쩌면 도영이는 착한 친구인것 같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며 나는 도영이네 집에서 하룻밤 더 묵게 되었다.
*****************************
"으쌰,열심히 일해야지!"
이틀만에 회사에 나왔지만 도영이 덕분에 잘 넘어갈 수 있었다.
기분좋게 혼자 열심히 일할 것을 다짐하고는 사무실에 들어섯다.

"태윤아."
들어서자마자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렀다.
어?하며 재빨리 뒤돌아보자 역시나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윤재야!얼마만이야?언제 왔어?응?"
바로 달려가 녀석에게 안기다시피 안았다.
하윤재.
고등학교 동창이자 입사 동기.
늘 잘 챙겨주고 말도 잘 들어주고 꽤 오랜 시간 봐서 그런지 많이 의지하고 있다.

"잘 지냈어?아픈덴 없고?"

"응응!너는 건강한거지?뭐야,왔으면 미리 연락하지!"

괜히 한 번 서운한 척 가볍게 윤재의 어깨를 쳤다.
그러자 윤재가 웃으며 나를 한 번 더 꽉 껴안았다.

"으앗!숨 막혀!!"
코가 단단한 가슴에 눌려 버둥거리자,유쾌한 그의 웃음소리가 울린다.
덩달아 나도 큭큭대며 웃었다.

"한태윤."
그 때,이 따뜻한 분위기를 얼릴만큼 차가운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렀다.
깜짝 놀란 나는 윤재의 품에서 나오려고 했지만,그럴수록 나를 더 꽉 안는 윤재.

"누구야?"
윤재가 내 귓가에 대고 묻자,나는 바르작거리며 윤재의 품에서 나왔다.
그러자 눈 앞에는 무척 차갑게 날 쳐다보는 도영이가 보였다.

"도영아?"

조심스레 이름을 불러보았지만,도영이가 그대로 몸을 돌려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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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02 17:59 | 조회 : 95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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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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