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

"콜록-콜록-"

이러지 않기를 바랬는데...
결국 지독한 몸살에 걸려 버렸다.

어릴 때부터 몸이 자주 아파 몇 년 동안이나 병원 생활 했었던 경험이 있었는데,크면서 나아지긴 했어도 이렇게 한 번 아프면 심하게 아프기 때문에 꽤나 골치 아프다.

마음 같아서는 회사를 쉬고 싶지만,요 며칠 새에 이상하게 자꾸 사고치는 것 같애서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이끌고 힘겹게 출근했다.

"어머,한 대리님!몸이 많이 안 좋아 보이세요~어머어머 땀 흘리는 것 좀 봐!괜찮으세요?"

도착하자마자 나와 눈이 마주친 여대리가 호들갑을 떨며 쫑알거리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어제 당신 때문에 그 남자,아니 사장 만나서 이렇게 된거라구요!!
마음 같아선 이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목도 부은 탓에 조그맣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여대리가 하나도 안 좋아보이는데 그러는 거 아니다,약은 꼭 먹어야 한다라는 둥 폭풍 잔소리를 퍼붓다가 부장님의 째림에 그제서야 자리로 돌아갔다.

후...이제야 좀 조용하네...
정말이지 저 여자는 말이 왜 저렇게나 많은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어제 오늘 쌓인 일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만 머리가 핑- 돌고,몸이 점점 으슬으슬해져갔다.

아,이러면 안되는데...
정신차려!!
자꾸만 정신을 놓을 거 같아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정신을 깨우고자 허벅지를 꼬집으려 했지만 암만 힘을 주어도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찬물에라도 세수하고자 자리에서 일어선 순간,
휘청했지만 간신히 책상을 짚고 비틀거리며 사무실에서 빠져나왔다.

나오는 내내 여러 번 동기들이 부축해주려 했지만,다 마다하고는 겨우겨우 세면대 앞에 섯다.
여러 차례 차가운 물로 세수하고나서야 그나마 정신이 조금 돌아오는 것 같았다.
문득 거울에 눈길이 갔는데,그 안에는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하게 질려가지고는 동공도 반쯤 풀려있는 내 자신이 있었다.

나 많이 아픈가...

새삼 눈으로 확인하자 어쩐지 눈물이 났다.

이럴 땐 엄마가 늘 전복죽 끓여줬는데...
또 먹고싶다 우리 엄마가 만들어준 전복죽...
참나, 청승맞게 이게 뭐하는 짓이람.
이미 다 컷는데 뭘.

오랜만에 아파서 그런지 유난히 엄마가 생각났지만,애써 잊으려고 더 씩씩하게 걸었다.
그 때,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에 의해 거칠게 세워졌다.
세게 잡힌 어깨가 너무 아파 뒤돌아보자,화난 듯 보이는 누군가가 날 쳐다보고 있었다.

"아프다며.아픈데 바보같이 왜 나왔어?너 멍청이냐?왜 이렇게 미련해.아프면 아픈 사람답게 집에나 박혀있지,왜 굳이 나와서 사람 걱정 시켜!됬고,얼른 병원,아니 집에 데려다 줄게.집이 어디야."

이 사람이 너무 속사포같이 말을 내뱉는 탓에 열기로 인해 달구어진 머리가 잘 작동하질 않았다.
집...?
내 집이..어디였더라...
멍청하게 내 앞에 있는 사람을 빤히 쳐다만 볼 뿐,아무것도 할 기운이 없었다.

"괜찮..?많... ..파?말...도 좀 해봐,응?나 지.. 너무 불....단 말이.."

어디서 이 눈을 봤더라...
쫙 째져서 사나워보여도 자세히 보면 눈꼬리가 살짝 내려가 있는 눈...
이젠 이 사람이 뭐라 말하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다.
그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이 눈을 가진 사람이 누구였는지가 지금 머릿속에 맴돌뿐.
그리고 어느 순간 몸이 허공에 들려진다고 느낀 순간,정신줄을 놓아버렸다.

***********************

어두운 병실 안.

한 소년이 구석에서 다른 소년을 꽈악 끌어안고 벌벌 떨고 있었다.

'나..무...무서워...우리 어떡해...?'
소년이 울먹이며 다른 소년에게 묻자,

다른 소년은 별 다른 대꾸없이 소년을 연신 다독여준다.

'괜찮아...괜찮아질거야...'
마치 주문을 걸 듯 속삭이며 소년을 계속해서 달래주는 다른 소년.

소년이 결국에는 울다 지쳐 잠에 들자,그것을 확인한 다른 소년이 매우 이쁘게 웃으며 소년에게 나즈막이 속삭였다.

'다른 건 다 필요 없고,너만 내 곁에 있으면 되.이렇게 나약한 모습마저도 다 내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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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30 22:52 | 조회 : 1,080 목록
작가의 말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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