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잠깐!제가 할게요!저기!!"

이게 무슨 상황인고 하니,여느 호텔 못지 않은 호화로움을 지닌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실크같이 부드러운 침대위에 내려놓은 남자가,다짜고짜 양말을 벗기려는 중이다.

"그러니까 제가 한다니까요?!"

아무리 소리쳐 봐도 꿈쩍도 않는다.
기어코 양말을 벗긴 후,부어오른 발목을 살며시 문지르는 그의 손길은 퍽 부드러웠다.

"읏.."

그래도 아프긴 아팠다.
살짝 미간을 찌푸리자,그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왜...볼때마다 아픈거야.마음 아프게."

이 말의 뜻이 심히 궁금했다.
볼때마다 라니...
역시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긴 했다.
그러나 묻기엔 그의 표정이 어딘가 음울해 보였다.

"저기..전 괜찮으니까.."

놓아주세요.라고 말하려던 내 말은

"안 괜찮아."

그의 단호한 말에 잘려버렸다.

"왜 넌 맨날 아픈거야.아프지 말라고 했잖아.몸도 안 좋은게.왜 맨날,아파서..."

다다다- 내뱉는 그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남자는 왜 이런 표정을 짓고 있는거지?
내가 몸이 안 좋다는 건 어떻게 아는거지?
여러 물음표들이 머릿속에 맴돌았지만,왜인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꺼니까 아프면 안되,내꺼니까 아무데도 다치면 안되,다 내꺼란 말이야.이 아파하는 얼굴도.부어오른 발목도.이 흔들리는 눈동자도."

다시 한 번 이어지는 남자의 짙은 소유욕이 깔린 목소리에 나는 꽤나 당황스러웠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여유가 넘쳤던 남자는 온데간데 없고,어미를 잃은 아이마냥 불안함이 가득한 어린아이만이 남아있었다.

"저기.전 아무의 것도 아니고,그러니까 음...이젠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왜 내가 이런 어린아이 다루는 듯한 목소리로 말해야 되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이 어린아이같은 남자를 진정시켜야 할 것 같앴다.
덤으로 머리카락까지 쓰다듬어 주었더니,잔뜩 움찔하는 게 은근 귀엽기도 했다.

탁-

"...미안합니다.저도 모르게 이성을 잃어서 그만.일단 여기 계십시오."

그러나 무참하게도 그에 의해 내쳐지고는 아까완 다른 딱딱한 말과 함께 그가 다른 방으로 사라졌다.
아...나도 모르게 너무 앞서 나갔다.
그래도 머리카락이 부드러웠는데...
그의 머리칼에 닿았던 손바닥을 내려다보자 왜인지 온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어느 새 파스와 붕대를 들고 나타난 그가 조용히 내 앞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조심스레 내 아픈 발을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신성한 의식을 하듯 부어오른 곳에 입술을 갖다댔다.

쵸옥-

짧은 마찰음이 울려퍼지고,놀랄새도 없이 그가 능숙하게 그 위에 시원한 파스를 붙이고 붕대도 둘러주었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버렸다.

나 진짜...뭐 잘못한건가...?
아니, 근데 왜 내 발목에 뽀뽀한거지?
진짜 하나도 모르겠다.
더욱 복잡한 마음을 안고,슬슬 다시 부장님 심부름을 하려고 움직였다.
아까보단 더 나아진 발목을 이끌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이 호화로운 방안을 한 번 휘- 둘러보며 방을 나섯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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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23 00:26 | 조회 : 1,311 목록
작가의 말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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