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의 만남 2

나긋한 목소리로 농담을 하는 왕과 달리 예드린은 얼음 석상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예드린은 이 왕국의 사람이 아니었기에 뭐라도 지껄일 수는 있었으나 왕의 눈빛에 압도 되어 고개를 다시 숙였다. 다양하게 변하는 예드린의 표정에 흥미가 생긴 왕은 입 꼬리를 올렸다.

“드디어 만났으니 할배의 유언을 전해주지. 할배가 너의 소원을 들어달라더라. 그래, 무엇을 갖고 싶으냐?”

“예?”

당황한 나머지 예드린이 반문했다.

“금은보화를 갖고 싶으냐, 아니면 다른 것을 가지고 싶으냐.”

“어떠한 소원이든 뭐든지 들어주시렵니까?”

“그래.”

귀가 솔깃해졌다. 예드린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우물쭈물 거리며 겨우 말을 꺼냈다.

“저 그럼……, 제가 망각의 눈물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예드린은 낡은 망토를 만지작거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에 왕은 호탕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앉아 있을 땐 그저 말끔한 차림에 기가 센 왕이라고 생각했지만 일어선 그의 모습은 깊은 오라를 뿜어내는 한 마리의 용 같았다. 모든 것을 압도하는 눈빛에 예드린의 심장이 쪼그라든 듯 몸을 움츠렸고 다리가 희미하게 바들바들 떨리는 것이 보였다.

그는 예드린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앞으로 3보 2보 1보. 그는 예드린 앞에 섰다. 그리고 예드린의 양 어깨를 잡으며,

“좋다. 너의 소원을 들어주지.”

이것이 정녕 현실이란 말인가. 400년 만에 망각의 눈물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인가? 예드린은 기쁨을 감추려 두 손으로 입을 막아보지만 손가락 틈새로 나오는 웃음소리는 감출 수 없었다. 활짝 웃는 예드린의 얼굴을 보고는 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렇게 좋은가?”

“예.”

“허나 유언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어떡하니.”

“예?”

“따라 오거라.”

왕은 예드린의 손목을 잡고는 끌고 갔다. 여러 개의 대문을 지나 거대한 흰색의 아치형 문 앞에 섰다. 왕은 그 문을 열어젖히고 억센 힘으로 예드린을 끌고 들어갔다. 아치형 문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정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거대한 용 모형의 입에서 물이 거세게 떨어지고 있었고, 아르가디움에서 볼 수 없는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푸르고 싱싱한 잎을 가진 나무들은 빼곡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아름다운 광경에 예드린은 할 말을 잃었다.

두 눈은 꽃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발은 바쁘게 움직였다. 수풀 사이를 지나 모습을 드러낸 건 신전이었다. 그 옆에는 폭포가 있었다. 왕은 폭포 가까이로 예드린을 끌고 다가갔다. 여기서 더 움직이면 폭포에 닿을…….

풍덩! 왕은 예드린을 폭포 안으로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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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2-01 21:38 | 조회 : 1,903 목록
작가의 말
nic38305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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