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드와 에리얼이 여행간지 100년이 흘렀다. 샐리온도 계약자 때문에 거의 50년간 정령계를 비워놓고 있다. 그래서 정령계에는 나밖에 없다. 정령왕은 기본 수명이 정해져있진 않다. 즉 자신이 원하는대로 수명을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정령왕들은 계속 살진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이 사는 것이 지루해서 못 버티기 때문이다.
"아휴. 심심하다."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엘라임님. 오늘도 무척 지루해 보이시네요.]
나에게 말을 건 것은 다름 아닌 중급정령인 언딘이였다. 언딘은 약 1m 정도의 키에 온 몸에 물방울을 뛰우고 있는 엘프 여성의 모습이다. 나에게는 호의적이나 어느 정령이나 계약자에게는 아주 무뚜뚝한 정령이다.언딘은 어제 소환시켜서 많이 좋아했지만 나밖에 모르는 사실이기 때문에 조금 우울하기도 하였다.
'모두랑 같이 있었더라면 좀 더 좋았을텐데.....'
[엘라임님. 설마 정령왕님들과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을 가지시는 건 아니시지요?]
뜨끔.
"가.갑자기 그건 왜?"
[후후훗. 엘라임님이 오리드님, 에리얼님, 샐리온님이 다 여행을 가시고 안 계시는 동안 한숨과 멍 때리신 적은 몇 번이신지 아시나요?]
언딘은 살짝 눈웃음을 짓더니 웃었다. 난 언딘이 웃는 것을 보니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돼.됐어. 그 전에 넌 어제 소환했는데 어떻게 아는거야."
[그냥 닉스에게 물어봤습니다만. 100년 동안 188만2679번 하셨습니다.]
"뭐 그정도 하는 거면 괜찮은 정도잖아."
"뭐가 괜찮은 정도야. 후"
"악~!"
누군가가 나의 귀에 바람을 불어서 소리를 질러버렸다.
"귀청 떨어지겠다. 엘.라.임."
뒤를 돌아보니 나에게 귀에 바람을 분것은 다름아닌 에리얼이였다. 에리얼 옆에는 오리드와 샐리온도 있었다.
"에리얼, 오리드, 샐리온. 왜 이제야 오는건데!"
내가 불만하니 미안한 웃음을 지었다.
"미안해. 엘라임. 우리가 여행으로 우연히 다 같이 만났는데 이렇게 시간이 지날 줄은 몰랐어.하하하하."
샐리온은 웃으며 넘어갈려는 것이 뻔히 보였다.
"그래서! 이렇게 100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소식 한 번도 없고 조용한 거였어!"
내가 화를 내니 모두들 나의 눈을 피하기만 하였다.
"그런데 엘라임이 중급정령을 소환시키다니 오늘은 파티나 할까?"
오리드는 웃으며 나의 손을 잡고 정령계의 중심으로 갔다. 난 모두에게 더 화를 내고 싶었지만 더 화를 내지 못했다.
"뭐, 오늘은 봐주도록 할까. 다음부턴 혼날 줄 알아."
"네. 네. 물의 정령왕 엘라임님."
'모두와 함께 있다면 시간가는 것도 모르겠는걸.'
"엘라임, 빨리와! 또 오리드하고 에리얼이 싸운다."
"정말! 둘 다 싸우지 말라구!"
이렇게 나의 100년의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건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다음 에는 어떤 이야기가 찾아올까. 기대되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