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새벽의 화원 12

시들어 버린 은방울꽃을 보다가 이내 화원에서 나온다.
그리고 화원 문에 걸려있는 자물쇠를 굳게 잠근다. 다시는 열어보지 않을 것처럼.
멀티팀 건물로 들어가자 다들 나를 기다렸는지 거의 모든 멀티팀 사람들이 서 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팀장님!”


다 같이 큰 목소리로 말하곤 몸을 숙여 나에게 인사를 했다.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아 나 또한 몸을 숙여 잘 부탁한다고 얘기를 한 뒤, 재빨리 내 방으로 올라왔다.
내 방에 들어와 보니 책상위에 두꺼운 종이들이 놓여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확인해보니 내일 신입 통과 미션에 대한 내용들이였다.
처음 장에는 우리 멀티팀을 지원한 사람들의 프로필들이 쓰여 있었고, 다음 장에는 내일 있을 신입 통과 미션의 대략적인 정보들이였다.
다른 팀들과 달리 우리 팀은 기본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예정 시간인 8시에서 7시로 옮겨져 있었다. 계속 종이를 읽다보니 이상한 점도 발견했다.


‘개개인이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 모두 동시에 미션을 수행할 것.’


이 많은 지원자들이 한꺼번에 미션을 하면 내가 어떻게 통과여부를 확인하라는 거야.
그냥 선착순으로 통과시켜야 하나..
내일 멀티팀 신입 통과 미션은 정보미션, 장거리미션, 단거리미션 순서대로 진행이 된다.
정보미션에서는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찾고 만약에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임무를 받지 못 하게 하면 플러스 점수가 있다.
장거리미션에서는 움직이는 마네킹 사격이다. 단 시간이 지날 수 록 마네킹 숫자가 줄어들고 움직임 또한 빨라진다.
단거리미션에서는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마네킹 목에 묶여있는 목걸이를 가져오면 된다.
말로 설명하는 거야 쉽지 이걸 실제로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니 마음이 안 좋다.
혹시 오작동이 되거나 예상외의 변수가 생겨 지원자들이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금 미리 신입 통과 미션 장소에 가봐야겠다.
미션 장소에 걸어가다가 지호와 승준이를 봤다. 결국 저 둘도 나처럼 동의한 건가..


미션 장소에 도착해서 담당 시스템 관리자와 함께 돌아다니면서 점검을 했다.
별 다른 특이한 점이나 오작동 하는 부분도 없어서 관리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단거리팀의 미션 장소로 갔다.
아직도 점검이 끝나지 않았는지 승준이가 종이에 무엇인가를 체크하고 있다.


“이승준, 아직도 안 끝났냐”
“난 아까 끝났는데 지금 이 미션은 너무 쉬운 거 같아서 좀 보충할려고”
“하여간 아까 그렇게 S한테 뭐라고 하더니”
“야 그건 당연히! 아..아니다...”
“뭐야 싱겁긴, 빨리 끝내 저녁이나 같이 먹자”
“응~좀만 기달려”


승준이를 기다리기 위해 돌계단에 앉아 석양을 바라본다.
오늘도 벌써 이렇게 하루가 간다. 현이가 없는 그 날부터 내 시간은 누구에게 쫓기듯이 흘러가는 기분이 든다.
턱을 괴고 다 끝났는지 나에게 손을 흔들며 걸어오는 승준이를 본다.
승준아 우리가 이번 임무 때, 또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
아마 승준이도 그게 걱정이 되어서 신입 통과 미션을 좀 더 어렵게 만든 거겠지.
어중간한 애들은 항상 얼마 있지 않아 임무를 실패하고 돌아오지 못 한다.
그리고 남은 동료들에게 힘듦과 슬픔을 주고 떠나 버린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그 예의 대표적인 사람이라고 하면 아마 현이겠지.


우리 둘은 미션 장소에서 제일 가까운 정보팀 건물 식당으로 들어간다.
저녁을 받고 앉을 자리를 찾다가 익숙한 둘을 보고 그 옆에 자리를 잡는다.


“민선우”
“..어? 도윤아..”
“왜 이렇게 시무룩해”
“지호한테 들었어..왜 우리가 시간이 부족하고 지호가 왜 팀장이 됬는지..”


선우는 고개를 숙이고 울기 시작했다. 선우의 울음소리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지만 각 팀의 팀장들이 다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다들 어느 정도는 짐작을 한 듯이 표정이 굳어가면서 각자의 행동에 다시 집중했다.


“왜..다시..그 날로 돌아가야 하는 건데..왜..”
“...”
“우리가 또 제일 먼저 이 임무에 투입되겠지..”


우리 셋은 그저 선우의 등을 쓸어내리거나 선우의 말에 집중을 해주는 것뿐이었다.
그 임무가 끝나고 난 내가 제일 힘든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다.
난 그 날 현장에 있기도 하고 제일 소중한 사람을 잃어있으니까.
하지만 선우를 보고 아마 내가 제일 힘든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우는 그 임무가 실패하고 자신의 잘못이라고 계속 우리에게 사과를 했다.
그리고 우리의 힘든 모습 바라보면서 더 힘들어 했다.
아마 그 때부터였는지는 몰라도 선우는 항상 밝은 얼굴로 우리는 맞아주었다.


“선우야 방에 들어가자, 승준아 도윤아 우리 먼저 들어갈게”


지호는 울고 있는 선우를 다독이며 최대한 정보팀 사람들 앞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식당을 빠져 나간다.
선우와 지호가 나가고 나서 나와 승준이는 조용히 밥을 먹고 나와 인사를 한 뒤 서로의 건물로 들어갔다.
내일 아침에 신입 통과 미션이 있는 만큼 바로 방에 들어와 씻고 잘 준비를 한다.
그리고 선우가 선물해주었던 레몬그라스 아로마를 몸에 바르고 침대에 누워 잠을 잔다.
얼마 안 가 꿈속에 선우가 나와 나에게 또 다시 사과를 한다.


‘도윤아..미안해..정말 미안해..이게 다 내 잘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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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1-09 00:22 | 조회 : 1,869 목록
작가의 말
연상수

새벽의 화원에 댓글을 남겨주시고 새벽의 화원을 보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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