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새벽의 화원 11

누군가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눈을 뜬다.
내 방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을 보아하니 어제 차에서부터 지금까지 잤구나.
이불을 걷어보니 정장이 아니 잠옷으로 갈아입혀져 있다.
아마 S겠지, 계속 밖에서 문을 두드리고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어주자 승준이가 바로 날 안았다가 떼어내서 내 얼굴을 살핀다.


“이도윤! 괜찮아?”
“오빠만 믿으라는 이승준은 어제 어디서 뭘 했길래 이제야 나타나”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자 승준이는 안절부절 못 하고 그저 내 눈치만 살폈다.
그런 승준이를 보고 내가 더 승준이에 허리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숙여 승준이의 품에 안겼다.
승준이는 그런 나를 꼭 안아주며 머리를 쓰담아주었다.


“미안..어제 잠깐 이성이 나가서..”
“..아니야 괜찮아”
“아 그리고 지금 S가 총임원회의한대”
“총임원회의? 알겠어 나 준비 좀 하고”


잠옷을 벗고 빨리 머리를 감고 옷장에 걸려있는 와이셔츠와 블랙 슬랙스를 입고 나오자 승준이는 나한테 꾸지람을 늘어놓았다.


“야 그렇게 바쁜 거 아니니까 머리는 제대로 말리고 나와, 그러다가 감기 걸려”
“귀찮아 그냥 가자 승준아”
“씁, 귀찮으면 내가 해줄게”


승준이는 화장실에 있는 드라이기와 수건을 갖고 와서 내 뒤에 자리를 잡는다.
그러고는 옛날처럼 내 머리를 말려준다. 뭔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도 따듯하고 드라이기에서 나오는 바람도 따듯해서 다시 잠에 빠질뻔 했다.


“끝, 다 말렸다”
“고마워 이제 빨리 가자, 다들 기다리겠다”


센터 건물로 걸어가면서 승준이는 내 손을 꽉 잡아줬다.
어제 이걸 해줬어야지 이승준, 왜 지금 해주냐..



센터 건물의 회의실에 들어가자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다.
하지만 어제 파티장에서 봤던 타르타로스의 인원보단 훨씬 적었다.
승준과 나는 각자 자신이 속한 팀으로 들어가 자기 자리에 앉는다.
얼마 있지 않아 S가 많은 사람들 앞에 쓰고 마이크를 툭툭 친다.


“오랜만에 이렇게 다들 모여서 회의를 하는구만, 오랜만에 이 총임원회의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각 팀의 팀장을 다시 정하는 것. 두 번째로는 엘뤼시온 6기를 들여오는 것.”


S의 말이 끝나자 여기저기에서 소곤거린다.
엘뤼시온 6기, 즉 신입을 뽑는다는 의견에는 다들 동의하지만 각 팀의 팀장을 다시 정한다는 말에는 별로 동의하는 것 같지가 않다.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겠지만 우리에게는 이제 앞으로 시간이 없어, 지금 구조 그대로 가다간 아예 우리가 사라질 수 도 있다고, 그러니까 내가 하는 말에 동의를 해줬으면 하네”
“시간이 없다는 게 무슨 의미죠 S"


나도 미심쩍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장거리팀 팀장이 질문을 해주었다.
그러자 S는 대답하기 곤란한 듯이 마이크가 없는 쪽에 헛기침을 하고 다시 마이크에 입을 대고 말했다.


“그건 먼저 각 팀장을 바꾸고 그 팀장들에게 먼저 알려 주겠네, 그런 뒤에 내가 팀장들한테 지시를 내려 왜 우리가 시간이 없는지를 설명하라고 하겠네”


S의 대답에 모두들 오늘 총임원회의 여는 두 가지 이유에 동의를 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S는 준비해온 종이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일단 각 팀마다 팀장을 정하겠네, 먼저 정보팀 팀장은 백지호, 단거리팀 팀장은 이승준, 멀티팀 팀장은 이도윤, 장거리팀 팀장은 보류하겠네, 아마 장거리팀 팀장은 요번에 들어오는 신입들까지 포함해서 뽑을 예정이네, 그리고 신입 통과 미션은 각 팀장들이 보고 합격여부를 판단하도록, 그럼 이제 새로 뽑힌 팀장들 빼고 다들 임무를 준비하러 가도 좋다”


멀티팀 팀장에 내 이름이 불리다니..그렇게 내가 시켜달라고 할 때는 안 해주더니 또 무슨 속셈이야 S.
하나 둘씩 멀티팀 사람들이 내 어깨를 툭툭 치며 축하한다는 말을 하면서 나갔다.
사람이 가득 찼던 회의실이 겨우 나와 이승준, 백지호만 남게 되자, S는 자신의 방으로 따라 올라오라고 손짓한다.
S가 자신의 방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담배를 꺼내 피기 시작한다.


“다들 내가 팀장으로 뽑은 거에 불만 없겠지? 그래..우린 정말 시간이 별로 없어 그래서 내가 너네를 팀장으로 다시 뽑은 거고”
“빨리 말씀해주시죠 S"


선우를 혼자 정보팀 건물로 보낸 게 마음에 걸린 백지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타르타로스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그것도 아예 우리 보란 듯이 말이야”
“...”
“우리랑 연맹을 맺었던 사람들이 계속해서 없어지고 있어, 그리고 우리 엘뤼시온 사람들도 하루에 몇 명씩은 행방불명이 되, 더 심각한 거는..”
“정보들도 다 빠져나가고 있죠”


승준이와 나는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을 때 지호는 뭔가를 어렴풋이 짐작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니 요즘 들어 정보팀 건물의 불빛이 꺼지지 않았다.


“어느 정도는 짐작 했나보군”
“그래서 어쩔 생각인데요 S, 저희를 팀장으로 뽑은 이유도 말씀해주셔야죠”
“당연 타르타로스가 먼저 우리를 치기 전에 우리가 치러 들어가야하지 않겠나? 너네를 뽑은 이유도 이 때문이네, 너네는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니까”
“S! 그걸 지금 말이라고 짓껄이십니까!”


나와 달리 승준이와 지호는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면 S에게 ‘이건 무모한 짓이다, 어제 그렇게 많은 타르타로스의 인원을 보지 않았냐’라고 외쳐댄다.
S는 마음을 굳게 먹은 듯 그 둘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눈을 감아버린다.


“S, 요번에 들어오는 신입들도 데려가는 겁니까?”
“응 아마 그렇겠지, 장거리팀 팀장도 안 뽑았으니”
“내일 몇 시부터 신입 통과 미션이 시작됩니까?”
“아침 8시부터라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이도윤!”
“도윤아..”


승준이와 지호가 날 붙잡으려고 했지만 난 그 손들을 다 뿌리치며 S의 방을 나갔다.
센터 건물에서 빠져나와 멀티팀 건물 뒤쪽에 있는 화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3주 째 관리를 못 해주어서 그런지 그 동안 심어놓았던 꽃들이 다 시들어있다.
그리고 화원 한 구석에 내가 현이에게 처음으로 받은 은방울꽃도 제 빛을 잃은 채 시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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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1-08 20:39 | 조회 : 1,905 목록
작가의 말
연상수

'틀림없이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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