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와 버드나무 프롤로그]
그것은 조용하게 내리는 가랑비같은 것이었다.
하나 둘 어꺠에 내려앉던 빗방울은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보니
온몸을 적셨다는 어느 누군가의 말과 같이.
하나 둘 그것은 내 온 몸에 스며들어갔다.
"재가.."
"저 애래"
"그게 재야?"
교문에서 들어서서 교실까지 들어와 앉기까지 수많은 시선들과
수근거림이 나의 꽁무늬에 붙어 따라온다.
"..."
'내가 뭘 어쩄다고 이러는거지..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하는걸까'
무엇을 하던 뭐가 됐던 왜 맨날 이런 생활,이런 삶으로 다시 돌
아오고 마는 것일까.
"..."
또 다른 내가 머리 한구석에서 빠르고 또한 명쾌하게 답을 내려
준다.
[그거야 너도 이미 알고 있잖아.다 너 스스로 때문인걸]
'...알아 늘 내가 스스로 망치고 후회하지.'
"알아..안다고.."
그렇게 궁상맞게 책상에 엎드려서 웅얼거리고 있었는데 머리위에
서 이런 내 기분과 다르게 상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뭘 아는데?"
"..!!"
처음...보는 애였다. 시원스럽게 웃고 있는 그 아이는 묘하게 익
숙했지만 기억에는 없었다.
"어..?아니,그..그냥 혼잣말.."
누구 하나 먼저 나에게 말걸어 온 적이 없었고 때문에 나는 완전
얼간이같이 더듬거렸다.
"흐음.."
"...뭐야"
턱을 손등으로 받치고 눈을 가늘게 뜨고 무언가 탐색하는 듯한
눈초리에 나도 모르게 기분이 나빠져 퉁명스럽게 말해버렸다.
"..뭐?"
퉁명스러운 내 말에 그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잘못들은 듯
이 되물었다.
"아,아니..왜 갑자기 와서 빤히 바라보는거..야?"
거기에 혼자 찔끔해서 꼬리를 내렸다.
'무슨 시비를 걸러온걸까?'
그 애는 순식간에 어이없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손
을 높이 치켜들었다.
'뭐,뭐야? 나 맞는거야? 여,역시..!'
"넌 애가 왜 이렇게 베베 꼬였어?"
"..!!"
그 애는 커다란 손바닥으로 나를 마치 개를 쓰다듬는 것처럼
머리를 휘휘 쓰다듬었다.
"그,그만..!"
"하,어림없지!"
내가 내 머리 위에 얹어진 손을 치우려고 머리 위로 손을 버둥
거리면 거릴수록 그 아이는 온힘을 다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곁에도 안에도 없었던 그 아이가 마치 갑자기 뚝 덜어진
빗방울처럼 내 앞에 내려온 순간이었다.
[야..!그만해..!]
[싫은데..!!]
[아 정말! 내 머리..!]
[싫지롱..!]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