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슬픈 사랑

"아하하.. 강현 씨 였군요 몰라뵈었네요"
안강현. 혈혈단신으로 세상에 나와 무려 리안그룹의 사장이 된 인물. 나처럼 어렸을때부터 철저히 교육받아 만든 그룹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능력만으로만 리안그룹을 만들었다. 공현이 자신의 그룹의 이사장으로만 취직하지 않았더라면, 다른 그룹과는 견줄만 한 상대가 없는, 대기업. 이미지 역시 대단하여 리안그룹이라는 브랜드명의 가치는 외국기업과 비슷했다.
"근데 경찰서엔 무슨 일로?"
"강아지 심부름이랄까요. 얘가 형 아쉬운 줄 모르고 자꾸 남용하죠, 하핫"
"혹시 공현이..?"
"마침 주변에 있기도 했고, 겸사겸사죠"
눈빛이 매서워졌다. 허, 이거 이거 꿍꿍이가 있었구만.
"거래? 제안?"
"말이 좀 잘 통하시네요. 거래보다는 제안쪽"
"무슨 제안이든, 할 생각이 없습니다만.."
"공현이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존재라서요"
"그건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까, 합병 어떠십니까?"
"허, 그럴 일은 없을거 같네요. 보시다시피 남정네라"
"아니 그게 무슨? 합병이요, 합병"
"합병을 하려면 믿을만한 물건이 필요하죠. 대부분은 결혼입니다만. 그걸 모르시는 바는 아닐테고"
"아, 그런 겁니까?"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는 톤이 영 공현과 닮아서 맘에 안 들었다. 멍청한 인간..
"...라고 하실 줄 아셨겠죠? 하, 결혼은 무슨. 변호사 불러서 각서 하나 쓰시죠. 됐죠?"
"아니, 애초에 합병문제에 찬성한적이 없습니다만?"
"좋습니다. 이 얘긴 나중에 공현이 불러서 다시 하도록하죠"
"아뇨, 나중에 공현이 없.이. 조용한 곳에서 한번 만나죠"
"있는 게 좋으실텐데...."
"그렇게까지 말빨 딸리는 편은 아닙니다만"
"그런 말이 아니고요..."
"시간이 다되어서 이만"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속으로는 미쳤어, 를 연발했다. 확실히 합병 쪽이 도움이 될 터였다.게다가 리안그룹 사장의 말을 무시했고, 꼬박꼬박 말대꾸도 했고. 나라도 다시는 제안하기 싫겠다. 어쩌지, 어쩌지?
초조해죽으려는 보스의 뒷모습을 보고 강현은 큭큭 대며 웃었다. 사실 공현과 다 끝난 얘기였다. 오늘 집 가면 공현이 이 얘기를 할 터였다. 그나저나, 저 보스 귀엽네. 공현이 말마따나 사람을 끌어들이는 재주가 있어. 근데, 아직 애인이 없는거 하며 나를 바라보는 눈빛하며.. 공현을 짝사랑했던 모양이구만. 쯧쯔, 혀를 차는 강현은 씨익 웃었다.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반할만한 사람을 만났다. 너를, 한번 꼬셔보아야겠다. 그렇게 다짐하곤 발걸음을 돌렸다. 다가가는 건 천천히, 그리고 날카롭게 훅. 근데, 공현이 이를 눈치채지 못할 리가.. 있구나. 있어. 그 둔탱이라면. 근데 상현의 기억도 섞였으니 눈치 챌 만도? 아, 모르겠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아리송한 첫만남을 했다. 물론 이를 기획한 이는 속으로 덩실덩실 춤추고 있겠지만.
"우움...공현아? 왜 그렇게 웃어?"
자다 깬 목소리로 수랑이 물었다.
"내가 어떻게 웃는데?"
"눈동자는 슬퍼보이는데 입은 웃고있어. 슬픈거 같은데 즐거운거 같아"
"슬픈 사랑을 하던 둘이 만났으니, 이제 행복했으면 해서. 근데 두 사람이 슬펐던건 나 때문이니 미안해서"
씁쓸하게 웃으며 공현은 그렇게 답했다. 여전히 수랑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 말뜻을 알아채게 될 일은 아마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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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2-07 15:32 | 조회 : 2,711 목록
작가의 말
월하 :달빛 아래

그럴 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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