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박스를 구경하던 중 선명하게 적힌 공현이라는 글씨에 고개를 갸웃하곤 박스를 꺼내 열었다.
"일기장?"
일기장 위에는 보고싶다. 고 적혀있었다. 첫 장에는, 언제 찍었는지 모를 수랑의 사진이 붙어있었다. 빛 바랜 사진이 아련해서 또다시 눈물이 터졌다.
"바보..보고싶으면 오지.."
9월 11일. 제목 : 수랑에게서 떠나오다.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 하루하루 참회하며 살게. 사랑해, 수랑아.
9월 13일 제목 : 수랑이 보고싶은 날에
오늘은 비가 왔다. 수랑이 보고싶다. 그냥 미치도록. 오늘도 사랑해, 수랑아.
9월 21일 제목 : 아파서 헛것이 보인다.
며칠 잠을 못 잤다. 어제 꿈에서 수랑이 나에게 욕을 해댔다. 그래도, 보고싶다 수랑아.
10월 1일 제목 : 떠나온지 한달.
벌써 한달째다. 대단해, 나도. 근데, 오늘따라 수랑이의 목소리가 기억난다.
10월 17일 제목 : 불고기를 먹다가
오늘 오랜만에 한국음식을 먹었다. 불고기를 먹다가 갑자기 니 얼굴이 떠올라서. 오늘 밤도 못 잘것 같다.
11월 4일 제목 : 아프다.
오랫동안 장염을 앓다가 어제 다 나았다. 먹으면 토했다. 근데 그게 널 떠나온 벌 같았다. 사랑해, 수랑아.
11월 9일 제목 : 향수병
장염이 나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프다. 향수병이라고 했다. 그래서 요즘 울음이 많아졌던가. 모르겠고 수랑이 보고싶다.
11월 24일 제목 : 불면증
이주일 넘게 잠을 못 잤다. 보다못한 보스가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불면증이라고, 수면유도제를 처방해줬다. 꿈에 수랑이 나왔으면 좋겠다.
바보, 바보...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일기는 온통 아프다,였다. 아팠다로 시작해 사랑해로 끝난 일기들. 더 넘기지 못하고 펑펑 울었다. 두세줄 속엔 그리움이 담겨있었다. 내가 더 아팠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밉다고만 생각했는데.. 촤르륵 넘겨서 맨 뒷장을 펼쳤다.
한국에 간다. 드디어 볼 수 있다. 우리 수랑이, 사랑해. 고마워. 내게 와줘서.